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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이어 버스 모는 30대 딸…"젊은 여성도 도전할 수 있죠"
입력 2025.10.14 04:09수정 2025.10.14 04:09조회수 0댓글0

서울 시내버스 입사 7개월 윤수정씨…MZ 여성기사 10명


서울 시내버스 운행사원으로 근무하는 윤수정(33)씨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원본프리뷰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 고민했을 때 어릴 때부터 봐오던 부모님의 멋진 모습이 생각났어요. 면허를 따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여성이라고 하기 어려운 일은 절대 아니랍니다."

서울 시내버스 업체인 공항버스에서 7개월째 근무 중인 윤수정(33)씨는 4년간 다니던 회사를 나와 부모의 뒤를 따라 운전대를 잡았다.

윤씨의 입사는 버스 운행사원이 남성 중심의 직종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젊은 여성도 얼마든지 도전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가 됐다.

14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윤씨를 비롯한 MZ세대 여성 버스 운행사원의 등장이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올해 7월 기준으로 서울 시내버스 여성 기사는 369명으로 전체 1만7천842명의 약 2%에 그친다.

이 중 20∼30대 여성 기사는 단 10명인데, 이들의 도전은 젊은 세대와 여성들의 버스업계 진입 장벽을 낮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윤씨는 시내버스와 남다른 인연이 있다.

어머니는 같은 회사에서 10년 이상 시내버스를 운행 중이며, 아버지는 다른 서울 소재 시내버스 업체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이다.

일반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할 당시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이 깊었던 윤씨는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리고 같은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3년여 전 마을버스 운행사원으로 처음 발을 들인 뒤 시내버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평소 부모님이 일하시는 모습을 지켜보며 관심이 생겼고, 운행사원이란 직업이 혼자서 맡은 일을 충실히 해내면 되는 일이라는 걸 알고는 적성에 맞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윤씨가 운전대를 잡은 모습을 본 많은 승객은 처음에 놀라움과 호기심 섞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응원과 격려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과자, 젤리, 음료수 등을 전해주며 "젊은 여성 기사님이 멋져요"라며 반갑게 인사하는 승객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윤씨는 이 일을 하는 데 있어 여성이라고 특별한 어려움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차분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집중하면서 승객들을 배려해 주는 일에 남녀 구분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며 "주변에서 '여성 운행사원이라고 무시하지 않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데, 오히려 승객들은 물론이고 주위 차량 운전자들에게서도 더 배려받는 느낌"이라고 했다.

선배 기사인 부모님은 윤씨의 교과서다. 겨울철 얼음길 브레이크 밟는 요령이나 어르신 승객이 탔을 때 더욱 안전하게 출발하는 원칙 등을 보고, 듣고, 배웠다.

윤씨는 "또래와 비교해 연봉 수준이 높고 정년이 보장돼 안정적"이라며 "교대근무 적응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으나 사무직 시절보다 적성에 훨씬 잘 맞는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차 운전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오히려 큰 차가 운전하기 편하다"면서 "청년들도 본인 적성에 맞는다면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해 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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