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기도가 운영"-경기도 "국가가 사무위임"…모두 대법원 상고
피해대책협 "소송 참여 280여명 중 12명 이미 사망…서둘러 지급해야"
(수원=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해 국가와 경기도가 불복, 관련 소송이 대법원까지 가며 위자료 지급이 미뤄지고 있다.

선감학원 옛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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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서울고법은 지난달 4일 선감학원 피해자 13명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와 경기도가 1인당 4천500만원~6억5천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불법행위는 국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장기간 이뤄진 중대한 인권침해 사안"이라며 "위법성의 정도가 매우 중하고 유사한 인권침해 행위가 다시 자행되지 않도록 억제·예방할 필요성이 크다"고 손해배상책임 범위 판단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고법은 이어 지난달 12일 선감학원 피해자 3명에게 2억6천만~5억1천만원을, 20일에는 피해자 10명에게 520만~2억원을 국가와 경기도가 지급하라고 각각 판결했다.
그러나 3건의 항소심 판결에 대해 국가와 경기도가 모두 불복하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국가의 경우 선감학원의 운영 주체가 경기도인 만큼 경기도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경기도는 자치사무가 아닌 국가가 위임한 사무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위자료 지급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며 "선감학원 운영 당시는 민선이 아닌 관선 시대였으므로 국가에 책임이 있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영배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 회장은 "2022년 10월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선감학원 수용자 전원이 아동 인권침해 사건의 피해자라고 인정하고 김동연 지사가 사과한 이후 곧바로 소송을 진행했는데 국가와 경기도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지금껏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대법원까지 올라간 3건을 포함해 선감학원 피해자 280여명이 같은 내용으로 재판하고 있는데 소송 과정에서 벌써 12명이 사망했다"며 "국가와 경기도는 법원 판결을 수용해 서둘러 위자료를 지급해달라"고 요구했다.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인 1942년부터 안산 선감도에 설립·운영된 시설로, 8~18세 아동·청소년들을 강제 입소시켜 노역과 폭행, 학대, 고문 등 인권을 짓밟은 수용소다.
1946년 경기도로 관할권이 이관돼 1982년 폐쇄될 때까지 인권침해 행위가 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원생 다수가 구타와 영양실조로 사망했고, 섬에서 탈출을 시도한 834명 중 상당수는 바다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1970년 선감학원 아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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