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 '성격유형검사' 유행…TCI·빅5도 부상
MBTI는 포털 인물정보서 최다 등록된 '관심사 정보'
"젊은층, 인간관계서 어려움 느끼는 것도 영향 미쳐"
"상대 평가·규정하는 선입견으로 활용하면 사고 단순화 위험"

MBTI 검사 결과 ISFP로 판명된 유재석
[유튜브 '유 퀴즈 온 더 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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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윤호 인턴기자 = MBTI, 에토남·테토녀, HSP, 빅5….
성격유형검사 전성시대다.
2019년 말 무렵부터 MBTI가 인기를 끈 이후 이름도 희한한 각종 성격테스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소개된다.
이러한 성격테스트는 유독 한국에서 유행인 것으로 보인다. 수십년간 "혈액형이 뭐냐"는 질문으로 타인의 기질을 파악하려던 한국인이 이제는 다채로운 성격검사를 소비하고 있다.
김수안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8일 "한국인은 사람 사이를 비교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유형 분류를 통해 적은 시간 투자와 에너지 소비로 타인을 비교할 수 있기에 유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MBTI 'I' 와 'E'를 통해 성격을 설명하는 예능
[유튜브 '엠뚜루마뚜루 : MBC 공식 종합 채널'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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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용 심리학 도구까지 관심…오독 위험도
최근에는 TCI(Temperament and Character Inventory) 검사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TCI는 선천적인 기질과 후천적인 성격을 파악하는 심리검사다. 기질에는 자극추구·위험회피·사회적 민감성·인내력이, 성격에는 자율성·연대감·자기초월의 요소가 존재한다.
TCI의 화제성은 지난 5월 17일 엑스(X·구 트위터)에 올라온 "사주나 타로는 재미로만 한 두번 보시고 성격기질검사를 하세요. MMPI/TCI 검사 한 번으로 내 정신적 약점과 특성 다 알 수 있습니다"(이용자 akd***)라는 글로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조회수 346만여 회, 리트윗 7천800여회를 기록하며 와글와글 공론의 장이 됐다.
김 교수는 "TCI의 경우 심리학계에서 연구 및 논문 작성 등에도 활용되는 도구"라며 "과학적 이론에 근거해 신뢰도와 타당도를 갖춘 검사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TCI는 임상 전문가만 실시할 수 있는 검사이며 개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다"며 "잘못 해석하는 경우 도리어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MBTI를 통한 나를 알아보기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2022년 10월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열린 2022 송파 교육박람회를 찾은 학생들이 MBTI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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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계 형성에 도움 되지 않겠냐는 생각에…
인간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 MBTI(성격유형검사)는 이제 자신을 소개하고 처음 만난 사람의 성향을 파악하는 보편적인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2023년 11월 현재 네이버 인물정보 본인 참여 서비스에 등록된 관심사 등록 항목에서 가장 많이 등록된 정보가 MBTI다.
타인에 비해 민감하고 예민한 성격을 가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HSP(Highly Sensitive Person) 테스트 또한 연예인 등이 언급하며 관심을 얻었다.
최근에는 '테토'·'에겐' 등 성호르몬 특징에 바탕을 둔 성격유형 테스트도 인기를 끌었다. 남성호르몬을 뜻하는 테스토테론의 준말 테토와 여성호르몬을 뜻하는 에스트로겐의 준말 에겐에 남녀를 결합한다.
가령 '테토녀'의 경우 화려하고 대담한 패션을 선호하며 도전적이고 리더십 강한 여성을 가리키고, '에겐남'의 경우 섬세하고 패션·예술 등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고 정의하는 식이다.
빅(Big)5 성격검사도 있다. 우호성·성실성·신경증·외향성·개방성의 다섯 가지 특성이 합쳐져 인간의 성격을 만든다고 보며, 이 특성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도 측정해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스스로나 타인의 성격이 불분명하다는 생각이 들 때 유형별로 성격·궁합 등을 잘 설명해주는 검사에 끌리게 된다"며 "인터넷으로 이러한 유형검사를 쉽게 접하게 된 젊은 세대가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면서 상대의 유형이나 성향을 분명히 알면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생각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계에서도 공신력을 인정받는 TCI·빅5 외에 대부분 성격 테스트는 비과학적이다.
김 교수는 "MBTI의 외향·내향 특성의 경우 내향적 성격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외향적 성향을 가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며 "타인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도구를 넘어 상대를 평가하고 규정짓는 선입견으로 활용하는 경우는 사고를 단순화할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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