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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아웃] 중독사회 부추기는 '결핍의 뇌'
입력 2025.07.02 01:55수정 2025.07.02 01:55조회수 0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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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원본프리뷰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직장인 A씨는 아침 알람과 함께 스마트폰을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지하철에서는 웹툰과 유튜브를, 점심시간에는 배달앱과 쇼핑앱을, 저녁에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 게임까지, 하루 내내 디지털의 늪에 빠진다. 2023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 23.1%에 달한다. 이러한 무의식적 과몰입이 바로 '디지털 중독'이다.

인간의 뇌는 '결핍의 시대'를 거치며 진화해왔다. 달콤한 음식에 끌리고, 즉각적 반응을 원하며, 새로운 자극에 민감한 뇌 구조는 생존을 위한 적응의 산물이다. 뇌과학 연구들에 따르면, 고열량 음식을 볼 때 뇌의 보상회로가 활성화된다. 이는 채집·수렵 시대에 단백질과 당분 확보 본능이 남긴 흔적이다. 현대 사회는 음식과 정보, 자극이 넘치는 '과잉의 시대'다. 하지만 뇌는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다. 편의점 진열대 앞에서 무심코 초콜릿을 집어 드는 순간이나, 스마트폰 알림음에 반사적으로 손이 가는 모습이 바로 '결핍의 뇌'가 풍요와 충돌하는 현장이다.

이런 충돌 현상의 중심에는 뇌의 보상회로인 도파민 시스템이 있다. 도파민은 단지 쾌락을 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자극을 찾는 동기부여 시스템의 핵심이다. 소셜미디어에서 '좋아요' 알림이 올 때나 유튜브가 재밌는 영상을 추천할 때,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보상이 언제 올지 모른다는 점이다. 실험실의 쥐는 매번 먹이를 주면 곧 흥미를 잃지만, 불규칙하게 주면 레버를 반복적으로 누른다. 메신저의 '읽음' 표시나 소셜미디어의 '좋아요' 등이 이런 원리를 따른다. 예측 불가능한 보상이 뇌를 강하게 자극하고, 반복 행동을 멈추기 어렵게 한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기업의 수익 모델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시청자의 취향과 시청 이력을 바탕으로 동일한 콘텐츠에도 서로 다른 섬네일 이미지를 개인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틱톡은 사용자의 영상 시청 시간, 반복 시청, 스크롤 등 다양한 시청 행동을 분석해 다음 추천 알고리즘에 반영한다. 온라인 쇼핑몰은 "장바구니에 담긴 상품이 2개 남았습니다"라며 인위적 희소성을 조성하고, 게임은 접속만 해도 보상을 주는 방식으로 이용자를 유혹한다. 이것이 '알고리즘 사회'와 '감시 자본주의'의 실체다. 우리의 클릭, 시청 시간, 심지어 화면을 응시하는 시간까지 수집돼 맞춤형 자극과 광고로 재탄생한다.

결핍의 뇌는 우리를 반복적 클릭과 과잉 소비로 이끈다. 기업들은 이를 정밀하게 계산된 알고리즘으로 활용해 수익으로 전환한다. 따라서 우리는 선택이 아닌 차단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 스마트폰 알림을 끄고, 앱 사용 시간을 제한하고, 의도적으로 지루함을 견디는 연습을 해야 한다. 결핍을 자각하고 과잉을 거부할 때 우리는 비로소 자유에 가까워질 수 있다.

jo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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