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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50% 관세 철의 장막' 현실로…엎친 데 덮친 韓철강 어쩌나
입력 2025.06.04 01:57수정 2025.06.04 01:57조회수 0댓글0

중 저가공세·국내 건설경기 침체에 수요 하락…5월 대미 철강 수출 20.6% 감소
EU 등 연쇄적 무역장벽 예상…포스코·현대제철, 미 현지 생산 확대


트럼프, 4일부터 철강 관세 50%로 인상

(평택=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1일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부과 중인 25%의 관세를 4일부터 50%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2025.6.1 xanad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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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하는 포고문에 서명하면서 '미국발 철의 장막'이 현실화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으로 진입하려면 50% 고율 관세를 내야 하는 국내 철강 업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수년간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 중국산 저가 철강 물량이 쏟아지면서 주요 시장에서 국내 철강 업계가 가격 경쟁력을 잃은 데다, 건설 경기 침체로 국내 수요마저 쪼그라든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기 때문이다.

주요 수출품인 철강·알루미늄 50% 관세 철폐는 당장 새 정부의 대미 통상 협상에서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한 철강 업계 관계자는 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미국 내에서 수입재를 써야만 하는 제조사나 수입업자들도 50% 관세를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별 관세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철강 50% 관세 카드를 던진 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 새 정부의 협상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관세' 속 5월 수출 1.3%↓…미중 수출 8%대 감소

(평택=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한국의 5월 수출이 작년보다 1.3% 감소하면서 수출 증가율이 4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핵심 주력 상품인 반도체 수출은 역대 5월 최고치를 기록해 양호했지만, 미국의 관세 부과 영향에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대미 수출이 전달에 이어 감소했다.
사진은 1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2025.6.1 xanad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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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철강 제품의 대미 수출 비중은 1위(13.06%)로, 일본(11.45%), 중국(9.95%), 인도(8.01%), 멕시코(7.55%)를 앞섰다.

미국 입장에서도 철강 주요 수입 대상국 가운데 한국의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캐나다(16%), 중국(15.4%), 멕시코(12.9%)에 이어 4위(6.2%)를 차지했다.

한국 철강 업계로선 포기할 수 없는 미국 시장의 진입 장벽이 비현실적으로 높아진 것이다.

트럼프 2기는 이미 지난 3월 12일(현지시간)부터 모든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품목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철강 수출은 곧바로 직격탄을 맞았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4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13억8천4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 감소했다.

지난해 수출 호조로 인한 기저효과로 올해 수출 감소 폭이 커졌지만, 같은 기간 미국을 제외한 대세계 철강 수출액이 2.6% 감소한 데 그친 것을 고려하면 미국발 관세 충격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관세 부과 영향이 본격화된 지난 5월 대미 철강 수출은 20.6%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철강 품목 관세가 25%로 부과됐을 때는 미국 내 유통 가격도 그만큼 상승한다는 점을 고려해 관세를 감내하고서도 미국으로 수출할 수 있다는 여지라도 있었다"며 "그러나 50% 관세는 미국으로의 수출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철강·알루미늄 관세 25→50% 두배 인상…6월4일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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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율 관세로 대미 수출 벽이 높아진 것은 향후에도 연쇄적인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미국 시장에서 물량을 소화하지 못한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들의 공습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 등 기타 시장에서 연쇄적으로 무역장벽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EU는 지난 3월 미국 행정부가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자, 역내 철강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철강 수입량 제한을 위한 '세이프가드' 조치를 강화하기로 한 바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고율 관세 조치가 결국 외국 기업의 미국 현지 투자를 압박하기 위한 '충격요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철강·알루미늄 50% 관세 인상 방침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대표 철강 기업인 US스틸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상태로, 일본제철은 미국 정부의 인수 승인을 전제로 신규 제철소 건설을 포함해 US스틸에 총 140억달러(약 19조5천억원)를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고율 철강 관세를 부담하기 싫다면 일본제철과 마찬가지로 미국 현지 투자를 확대하라는 시그널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 철강 업계 1·2위인 포스코그룹과 현대제철은 트럼프 2기 관세 장벽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현지 생산 확대' 계획을 추진 중이다.

양사는 공동으로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일관 제철소를 건설할 계획으로, 투자 규모는 총 8조5천억원에 이른다.

다만 해당 일관제철소가 2029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는 만큼, 그전까지 국내 철강업계가 생존을 위한 전략적 판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건설 경기가 좀처럼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는 데다, 주요 수요처인 자동차 산업 역시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해외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추세여서 당분간 국내 철강 업황이 개선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국내 기업들이 저가 제품보다는 고부가가치 쪽으로 생산을 돌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도 중국산 등 외국산 저가 제품에 대응한 국내 시장 보호에 좀 더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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