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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 '인도 도주' 전 총리의 부친 초상화 뺀 새 지폐 발행
입력 2025.06.02 02:03수정 2025.06.02 02:03조회수 0댓글0

중앙은행, 9종 가운데 3종 공개…자연 풍경·문화 유적 강조


방글라데시 옛 지폐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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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방글라데시 정부가 지난해 축출돼 인도로 달아난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의 아버지이자 국부인 셰이크 무지부르 라흐만 초대 총리의 초상화를 뺀 새 지폐를 발행했다.

AFP 통신과 인도 매체 힌두스탄타임스 등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은 새로 발행하는 지폐 9종 가운데 3종을 1일(현지시간) 공개했다.

그동안 방글라데시의 모든 지폐에 인쇄된 라흐만 초대 총리의 초상은 이번에 전부 빠졌다.

라흐만 초대 총리는 1971년 파키스탄으로부터 방글라데시의 독립을 이끈 국부로, 지난해 대학생 시위에 밀려 축출된 하시나 전 총리의 아버지다. 1975년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에 의해 암살됐다.

21년 동안 총리로 집권해 '독재자'로 불린 그의 딸 하시나 전 총리는 독립전쟁 유공자의 후손에게 공직 30%를 할당하는 정책을 지난해 추진했다가 반발 여론에 부딪혔다.

이후 그는 지난해 7월 대학생 시위를 진압하다가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같은 해 8월 사퇴한 뒤 자신의 정부를 후원해온 인도로 달아났다.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이 새 지폐에서 라흐만 초대 총리의 초상을 뺀 이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아리프 호사인 칸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대변인은 "(새 지폐에는) 어떤 인물 초상도 들어가지 않는다"며 "대신 자연 풍경과 전통 문화유산이 강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구 1억7천명인 방글라데시에는 이슬람교도가 대부분이지만 새 지폐에는 힌두교·불교 사원 등도 포함된다고 AFP는 전했다.

또 영국 식민지 시기 200만명이 넘게 숨진 '벵골 대기근'을 묘사한 화가 자이눌 아베딘의 작품을 비롯해 파키스탄과의 독립 전쟁 때 사망한 순교자들을 기리는 기념비도 새 지폐에 들어갔다.

칸 대변인은 "새 지폐는 중앙은행 본점이 먼저 발행하고 이후 전국 지점에서도 차례로 발행된다"며 "새 디자인의 다른 액면가 지폐도 단계적으로 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방글라데시에는 정치 환경이 달라지면서 지폐 디자인도 교체된 전례들이 있다.

독립 직후인 1972년 동파키스탄에서 방글라데시로 이름을 바꾼 후 처음 발행한 지폐에는 나라 지도가 그려졌고, 이후에는 당시 여당인 아와미 연맹을 이끈 라흐만 초대 총리의 초상이 들어갔다.

반면 방글라데시 민족주의당(BNP)이 집권할 때는 주로 역사 유적지가 지폐에 담겼다.

현재 방글라데시에서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 무함마드 유누스가 과도 정부 최고 고문(총리 격)으로 정권을 이끌고 있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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