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부산대·울산대병원 연구…"비타민 B3로 효과적 억제 가능"

연구 그림
유전물질 miR-93이 대사 이상 지방간을 유발하는 발병 기전과 니아신 기반 치료 효과를 나타낸 그림.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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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대사 이상 지방간을 악화시키는 유전물질을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과 최장현 교수팀은 부산대 약학대 윤화영 교수팀, 울산대병원 박능화 교수팀과 함께 간에서 발현되는 마이크로RNA-93(miR-93)이 대사 이상 지방간의 발병과 악화를 유도하는 유전물질임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들 연구진에 따르면 대사 이상 지방간은 간에 지방이 과도하게 쌓이는 질환으로 비만, 당뇨, 고지혈증 등 대사 이상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과거에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불렸지만, 최근 국제 간학회를 중심으로 대사 질환과의 연관성을 보다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 명칭이 변경됐다.
유전물질 miR-93은 간세포에서 발현되는 특수 RNA로 다른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지방간을 앓고 있는 환자와 동물 실험 모델에서 miR-93의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았는데, miR-93이 간세포에서 지방 대사와 연관된 SIRT1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방식의 분자 기전을 통해 지방 축적과 염증 반응, 섬유화 등을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유전자 편집을 통해 miR-93 생성 기능을 제거한 실험 쥐는 간 내 지방 축적이 눈에 띄게 감소했고, 인슐린 민감도와 간 기능 지표가 크게 개선됐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반면 miR-93을 과도하게 발현시킨 쥐는 간 대사 기능이 악화했다.
연구진은 미국 식품의약품청(FDA) 승인 약물 150종을 대상으로 스크리닝을 진행해 miR-93을 가장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물질이 비타민 B3로 알려진 니아신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실험에서 니아신을 투여한 쥐는 간 내 miR-93 수치가 크게 감소했고, SIRT1 유전자의 활성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활성화된 SIRT1은 지방산 분해를 촉진하는 신호 전달 경로를 다시 작동해 무너졌던 간 내 지질 대사 기능을 정상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대사 이상 지방간의 분자적 발병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고, 이미 승인된 비타민 성분으로 이를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임상 적용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어 "고지혈증 치료제로 활용되는 니아신은 안전성이 입증된 약물인 만큼 miRNA 기반 복합 치료 전략에도 적용할 수 있는 유력 후보"라고 덧붙였다.
이런 연구 결과는 지난달 12일 생의학 분야 학술지 '메타볼리즘: 클리니컬 앤드 익스페리멘털'(Metabolism: Clinical and Experimental) 온라인판에 공개됐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한국신약개발재단,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의 지원을 받았다.
yong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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