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다친 팔레스타인 주민이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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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1년 넘게 전쟁의 포화에 노출된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상황 악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 속에 이스라엘 법원이 치료가 필요한 가자지구 민간인 보호를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받는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예루살렘포스트에 따르면 이스라엘 대법원은 이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과 국방부 산하 팔레스타인 민간 업무 조직인 민간협조관(COGAT)에 다음 달 11일까지 전쟁에 관여하지 않은 가자지구 주민을 치료 목적으로 다른 나라로 후송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라고 명령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지난 5월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를 공격하면서 이집트로 통하는 국경검문소를 폐쇄했다.
이에 따라 현지에서 치료가 불가능한 중상자나 중증 환자들의 치료 목적 국외 후송이 중단됐다. 이 전에는 매일 약 50명의 환자가 라파 국경을 넘어 이집트로 가 치료를 받았다.
이스라엘의 3개 인권 단체는 지난 6월 초 전쟁에 개입하지 않은 민간인의 치료 목적 후송을 허용해달라고 법원에 청원했다.
청원에 참여한 '이스라엘 인권 의사'의 변호사인 아디 루스티그만은 "국경 폐쇄 이전에는 매일 약 50명의 환자가 치료 목적으로 후송됐다. 그것도 극히 적은 수준이었는데 그마저 중단됐다"며 국경을 넘는 치료 목적 후송을 위한 투명한 절차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이어 "치료 목적의 국외 후속을 신청하더라도 언제 허가가 나올지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를 할 수 없다. 중증 환자는 계속 기다리고 뒤늦게 신청한 경증 환자가 먼저 후송되는 상황도 벌어진다"고 개탄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이 사안에 대한 긴급 심리를 시작했고 정부 측 변호인들도 의료 목적 후송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그러나 심리 과정에서 이스라엘 당국은 부상자 국외 후송을 위한 시스템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이를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했다는 게 인권 단체들의 주장이다.
이스라엘 법무부는 대법원의 명령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고 COGAT과 국방부는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루스티그만 변호사는 "병들고 다친 가자지구 주민들은 치료받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동과 영유아들은 목숨이 위태롭다"며 "당국은 이들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허가해 살 수 있는 사람은 살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후송 치료 허가를 받지 못해 실제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사례도 있다.
가자 주민 피디 가넴(42)은 몇 달간의 기다림 끝에 지난 봄 이스라엘과 이집트 정부로부터 급성 림프종 치료를 위한 국외 후송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라파 국경을 점령하면서 이집트로 가지 못했고 지난 6월 가자지구에서 사망했다.
한편, 국제사회의 관심이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및 이란과의 무력 충돌로 옮겨진 가운데 1년 넘게 전쟁의 포화가 이어지는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가자지구 북부에 대해서는 하마스의 조직 재건을 막기 위해 구호를 중단한다는 계획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지난 13일에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 공동명의로 이스라엘 국방 및 외교부 장관에 보낸 서한에서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 개선 조치를 요구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긴급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무기 지원 정책을 변경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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