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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년째 학생 실종…아르헨 군부독재 악행 서린 '연필들의 밤'
입력 2024.03.28 01:11수정 2024.03.28 01:11조회수 3댓글 0

고등학생 6명 고문·살해 추정…전체 납치 피해자는 300명 넘어
법원, 11명 무기징역 등 단죄…고령 이유 징역형 집행 가능성은 불투명


'연필들의 밤' 피고인 단죄

(라플라타 AF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1심 법원 법정에서 방청객들이 군부 독재 시절 벌어진 학생 고문·납치 사건에 대한 선고 내용을 들으며 기뻐하고 있다. 202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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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정권(1976∼1983년) 당시 악명 높은 인권침해 범죄 중 하나로 꼽히는 이른바 '연필들의 밤'(Noche de los Lapices) 사건 관련자들이 줄줄이 중형을 받았다.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1심 법원은 살인·납치·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군 특수부대 장교와 경찰관 등 10명에게 무기징역을, 다른 1명에게 징역 25년을 각각 선고했다고 27일(현지시간) 밝혔다. 또 다른 1명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현지 일간 라나시온과 클라린에 따르면 전날 열린 선고 공판에서 리카르도 바실리코 부장판사는 "이 사건은 반인도적 범죄일 뿐만 아니라 대량 학살의 틀 안에 자행된 잔혹한 과거"라고 말했다.

이른바 '연필들의 밤'이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1976년 9월 16∼17일 사이에 일어난 고등학생 10명 납치·실종과 관련돼 있다.

16∼17세 안팎의 고등학생 10명은 한밤중 자택과 친척 주거지 등지에서 특수부대원에 의해 훗날 '엘 인피에르노'(El Infierno·지옥)라고 불리게 된 비밀 구금 시설로 끌려간 뒤 고문과 성폭행 등 피해를 봤다.

이 중 4명은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았지만, 6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가족들을 비롯한 아르헨티나 사회에서는 이들이 이미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생존자는 민주화 이후 "부에노스아이레스 경찰청에서 청장 서명을 담은 '연필들의 밤'이라는 문서를 본 적 있다"며 납치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이를 토대로 아르헨티나 정부에서 조사한 결과 해당 문서에는 '잠재적 정권 전복 투쟁이 예상되는 학생들'을 근절하기 위해 취해야 할 조처에 관해 설명돼 있었고, 피랍된 10명은 이 문서에서 '반정부 활동의 온상'처럼 묘사돼 있었다고 한다.

이는 실종자 중 일부가 학생 할인 버스표 발급 요구 운동을 펼쳤던 것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0년 중반부터 3년 넘게 진행된 이 사건 재판에서 법관들은 당시 비밀 구금 시설에 불법적으로 갇혔던 성전환자들이 특수부대원들로부터 겪은 고문 등 잔혹 행위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심리했다. 관련 범행도 유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이들 피고인 11명과 관련된 전체 사건 희생자는 600명에 달한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다만, 고령의 피고인들은 대부분 가택연금 상태여서 실제 옥살이를 할지는 불분명하다.

1985년에 '연필들의 밤' 사건을 세상에 알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납치 피해 생존자 파블로 디아스는 라나시온에 "우리는 정의를 위해 50년 가까이 기다렸다"며 "유죄 판결을 받은 자들이 가택 연금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도록 법정 소송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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