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경쟁은 존재하는가…연극 '편입생'

입력 22. 07. 06 09:40
수정 22. 07. 06 09:40

미 극작가 루시 서버의 사회극…두산아트센터서 한국 초연
뉴욕 빈민가 두 청년의 명문대 편입 도전기…배우들 호연 돋보여
 

[두산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극 '편입생'

[두산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뉴욕 슬럼가의 험한 환경에서 함께 자란 클라런스와 크리스토퍼는 시민단체를 통해 지역 인재로 추천돼 동부의 한 명문대 편입 면접을 준비한다.

두 청년은 열정적인 시민단체 활동가 데이비드의 도움으로 희망하는 대학의 러시아문학 교수와 스포츠부 코치를 상대로 각각 편입 면접을 치른다. 클라런스와 크리스토퍼를 놓고 두 면접관과 데이비드는 각자가 생각하는 합격의 기준과 공정한 경쟁이 무엇인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데….

두산아트센터는 '공정'을 화두로 한 '두산인문극장 2022'의 마지막 작품으로 미국 극작가 루시 서버의 사회극 '편입생'(Transfers)을 택했다.

빈곤층에서 나고 자라 더 나은 삶을 꿈꾸는 두 20대 미국 청년들의 편입 도전을 통해 교육체계와 경쟁시스템에 존재하는 차별과 부조리를 다룬 작품으로 이번 무대는 국내 초연이다.

서버는 '편입생'을 비롯해 2014년 오비상(Obie Awards)의 영예를 안겨준 '힐 타운 시리즈'를 통해 미 서부 매사추세츠 출신 여대생의 성장기를 그려내는 등 사회성과 시의성 강한 작품을 꾸준히 써온 극작가.

'편입생'은 루시 서버가 실제로 자신이 몸담았던 뉴욕 브롱크스의 한 고등학교 연극클럽에서 지도했던 두 청년을 모델로 창조한 소수자 캐릭터를 통해 공정과 차별이라는 보편적인 화두를 건드린다.
 

[두산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극 '편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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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국 초연 당시 "교육 불평등을 섬세한 시선으로 주목한 작품"(씨어트리어스), "미국 사회의 계층, 특권, 기회에 대한 문제를 탐구하는 작가의 관점이 폭넓은 인물을 통해 드러난다"(SF이그재미너)는 등 호평을 받았다.

두산인문극장 무대에 오른 '편입생' 역시 배우들의 호연과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공상아, 김하람, 이지현, 조의진, 최호영이라는 다섯 배우의 안정적이면서도 힘 있는 연기는 관객을 숨죽여 몰입하게 하고, 등장인물들의 무력감과 기쁨 등 감정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무대와 조명 디자인은 소극장 연극의 매력을 배가한다.

2020년 두산연강예술상 공연 부문을 수상한 윤혜숙 래빗홀씨어터 대표가 연출을 맡았다.

'연출 노트'에서 그는 "작품이 말하는 '공정'은 선발·채용·시합에서의 공정에 머무르지 않는다"면서 "'과연 누가 합격하고 누가 떨어질까'하는 호기심을 극의 추동력으로 삼지 않았고, 서스펜스로 극적 효과를 만들려고 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책이 가득한 서가와 담쟁이덩굴이 덮인 캠퍼스'를 간절히 꿈꾸던 청년이 마지막에 던지는 "이젠 내가 있어야 할 곳을 찾아봐야겠다"는 대사가 씁쓸하게 가슴에 박힌다.

대입 경쟁과 '공정'에 관한 논쟁이 어느 나라보다 치열한 한국 사회에 이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공연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이달 23일까지 이어진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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