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강연 기록 '읽는 인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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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제 삶의 방향은 책이 정했습니다. 인생의 종착역을 앞두고, 그 사실을 더욱 절실히 느낍니다."
199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일본 문학 거장 오에 겐자부로(1935∼2023)는 일흔이 넘은 2006년 도쿄 한 서점에서 열린 강연에서 "저는 책을 읽으면서 제 인생을 만들어 나갔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당시 작가는 언젠가 세상을 떠나면 평생 읽어온 '인생의 책들'과 작별할 수밖에 없다며, 이별을 고하는 의미로 그 책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읽는 인간'은 이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한 책으로, 세계적인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인생을 이끈 책들을 소개한다. 국내에는 2015년 출판됐다가 절판됐으나, 이번에 새롭게 출간됐다.
오에는 아홉살 때 마크 트웨인의 소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만나 책에 빠졌다.
그는 5년간 매일 읽고 또 읽었다며 "아홉살부터 열세 살까지 5년간은 정말이지 그 책이 제 삶의 기준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주인공 허클베리 핀이 노예로 다시 붙잡힐 위기였던 짐을 배신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구절에 반해 소설 속 한 문장을 삶의 지침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신념을 지키기 위해 "지옥에 가도 좋다"고 말하는 부분이다.
오에는 인생의 방향을 정해준 책으로 열여섯살 때 접한 와타나베 가즈오의 '프랑스 르네상스 단장'을 꼽았다. 프랑스 르네상스 시대의 문학과 사상을 다룬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영혼이 흔들릴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는 그는 저자가 도쿄대 프랑스 문학과 교수라는 사실을 알고 그 대학에 가기로 마음먹었고, 실제로 도쿄대에 입학해 제자가 됐다.
오에는 '프랑스 르네상스 단장'과 더불어 에드거 앨런 포의 시집을 평생 소중하게 간직하며 읽어왔다고 밝혔다.
이를 비롯해 영국 시인이자 화가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집과 단테의 '신곡'까지 그가 평생 곁에 둔 책들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오에는 이를 통해 그동안 읽은 책들이 한 사람을, 한 작가를 어떻게 만들어왔는지 직접 보여준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책 네트워크'가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책을 읽고 영향을 받으며 살아왔다'는 삶의 지도가 살아가는 동안 점점 완성되어갑니다. 그게 바로 꾸준히 책을 읽는 이유입니다."
오에는 "제 나이쯤 되면, 이제까지 살아온 게 이런 책들과 함께여서 가능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며 독자들도 자신만의 책과 삶의 지도를 돌아보도록 이끈다.
상상스퀘어. 박은정 옮김. 3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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