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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잠실] ⑪벌판을 가른 '신바람', 밤하늘 가른 '우동수'…전설의 트리오
입력 2026.08.10 03:43수정 2026.08.10 03:43조회수 0댓글0

1994년 LG 우승 이끈 신인 삼총사 류지현·김재현·서용빈
우즈·김동주·심정수 '우동수'는 1998∼2000년 최강 클린업 구축


'신바람 삼총사' 일원으로 활약한 류지현 야구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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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숱한 명승부가 펼쳐졌던 서울 잠실야구장을 지배했던 두 개의 키워드로 '신바람'과 '우동수'가 있다.

'신바람'은 LG 트윈스의 1994년 우승을 이끈 신인 삼총사, 류지현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감독과 김재현 SSG 랜더스 단장, 서용빈 LG 전력 강화 코디네이터를 가리킨다.

또 '우동수'는 드넓은 잠실구장을 장타로 지배했던 OB와 두산 베어스의 최강 클린업 트리오였던 타이론 우즈∼김동주∼심정수 트리오에 붙었던 단어다.

신바람의 일원인 류지현과 서용빈은 1994년 126경기 전 경기에 출전했고, 김재현은 딱 1경기에 결장했다.

류지현의 성적은 타율 0.305, 15홈런, 51타점, 51도루로 그해 신인상을 품었고, 서용빈은 타율 0.318, 4홈런, 72타점을 기록했다.

1998년 홈런 42개로 당시 장종훈의 기록을 깬 타이론 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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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은 타율 0.289, 21홈런, 80타점, 21도루로 데뷔 첫해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이들 삼총사를 앞세운 LG는 1994년 팀 2루타(205개)와 3루타(36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또 수려한 외모까지 겸비했던 류지현·김재현·서용빈은 야구장에 '원조 오빠 부대'를 몰고 다니기도 했다.

우동수 트리오는 정확히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유지됐다.

우동수가 결성된 1998년은 OB, 1999년과 2000년은 두산 간판을 달고 잠실벌을 누볐다.

1998년 이들은 홈런 85개에 265타점, 1999년 홈런 87개와 300타점을 합작했다.

그리고 2000년에는 99홈런 308타점을 쓸어 담으며 상대 투수진에 공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우즈는 KBO리그 데뷔 시즌인 1998년 42홈런으로 장종훈이 보유했던 종전 리그 한 시즌 최다 41홈런을 넘어서고 홈런왕에 올랐다.

신바람 삼총사를 구상했던 고(故) 이광환 전 LG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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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어서 오히려 뛰었다…'신바람'의 역발상

1994년 잠실구장에 처음 선 스무 살 남짓의 신인들에게 그라운드는 벌판이었다.

"처음 잠실구장을 봤을 때 정말 컸다. 다른 구장은 지금보다 더 펜스 길이가 짧았다. 그런데 잠실구장은 중앙 125m, 양측 100m다. 그래서 장타보다는 좌중간이나 우중간으로 쳐서 2루타나 3루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류지현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의 회상이다. 담장을 넘기기를 포기한 대신 담장 앞 빈 곳을 노렸다.

넓은 외야는 약점이 아니라 무기가 됐고, 그렇게 만들어진 주루 야구가 '신바람'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LG의 천재 타자 김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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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류 감독의 방망이는 가장 뜨거웠다.

"1994년 신인 때 홈런 15개를 쳤다. 대학 때 홈런 2∼3개밖에 못 쳤던 내가 그렇게 많이 쳐서 이게 맞는 건지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당시 잠실 홈런만 11개였다."

가장 크다는 구장에서, 장타를 포기하겠다고 마음먹은 선수가 홈런 15개 중 11개를 그곳에서 쳤다. 잠실이 만들어낸 아이러니였다.

세 명의 신인을 한꺼번에 주전으로 세운 이광환 당시 감독의 결단도 빼놓을 수 없다.

"이광환 감독님이 대단하신 거다. 어떤 감독님도 신인 3명을 한꺼번에 선발로 내보내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나와 김재현, 서용빈 모두 스타일이 조금씩 달랐다. 감독님 덕분에 좋은 조화를 이루고 그해 우승까지 했다."

2000년 김동주의 잠실 1호 장외 홈런 기념판 제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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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하는 사이에 공이 사라지더라"…'우동수'의 힘

같은 구장을 두산은 정반대 방식으로 승리를 갈구했다.

넘길 수 없다면 공간을 노리고 뛰는 게 아니라, 넘길 수 있는 힘을 데려왔다.

김인식 전 감독은 우동수 트리오가 만들어진 과정을 이렇게 기억했다.

'헤라클레스' 심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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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까지 클린업을 쳤던 김형석이 팀을 떠났고, 새로 타선을 꾸려야 했다. 우즈는 1998년 4월하고 5월까지는 헛스윙률이 높았는데, 조금 적응하더니 정말 잘 치더라. 김동주는 원체 큰 기대를 걸고 영입한 선수고, 심정수는 원래 내야수였는데 타격에 집중하기 위해 외야수가 됐다. 이들 3명이 좀 적응하더니 완전히 라인업에 고정됐고, 기자들이 '우동수'라고 부르더라. 감독으로는 클린업 트리오가 고정되니까 라인업 짜기가 편했지."

그중에서도 2000년 김동주의 잠실 장외 홈런은 지금도 회자하는 장면이다.

"당연히 지금도 생생하다. '어' 하는 사이에 공이 사라지더라고.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치면 100m 조금만 넘겨도 홈런인데, 뭘 그렇게 멀리 치나. 허허허. 기념식 가서 거기 명판 세웠던 것도 기억난다."

125m 중앙 펜스도, 100m 양쪽 폴대도 이들 앞에서는 기준점이 되지 못했다. 그만큼 우동수 트리오의 파괴력은 대단했다.

김인식 전 두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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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기 잠실 안방을 나눠 쓰던 상대 팀 내야수의 기억은 더 생생하다.

유격수 자리에서 우동수 트리오를 마주했던 류지현은 당시의 긴장감을 또렷이 기억했다.

"우동수 트리오는 힘이 대단했다. 같은 선수가 봐도 대단했다. 특히 우즈와 심정수는 타구 속도도 차원이 달랐다. 수비할 때 부담도 컸다. 장타를 통해서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더 긴장하며 두산전을 준비했던 기억이 난다."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던 김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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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실은 사라지는 게 아니다"…새 잠실 돔구장을 향한 바람

신바람의 주역과 우동수를 설계한 두 사람 모두 잠실을 떠나보내는 소회 끝은 같은 곳을 바라본다.

선수와 지도자로 잠실에서만 29년을 보낸 류 감독은 "내 인생의 절반이 넘는다. 당연히 사라진다니 아쉬운 마음이 크다"면서도 "그래도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최근에 폭염 때문에 KBO리그도 어려움을 겪는데, 새로운 잠실구장이 돔구장으로 팬들을 찾아간다면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베어스 역사의 산증인 김인식 전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LG 서용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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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OB의 마지막 감독이자 두산의 초대 감독 아닌가.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추억도 말도 못 하게 많다. 잠실구장이 사라진다고 하니까 왜 아쉬운 마음이 없겠나. 그래도 새롭게 돔구장을 짓는다고 하니까 반갑다."

그는 최근 다녀온 일본 홋카이도의 새로운 돔구장에서 받은 인상도 전했다.

김 전 감독은 "한일 레전드 매치 감독으로 일본 삿포로 에스콘 필드에 다녀왔다. 가장 비싼 스카이박스는 보통 구장 꼭대기에 있는데,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게 관중석 가운데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새로운 구장은 관객들에게 더 즐거움을 주도록 여러 사례도 참조해서 멋지게 지었으면 한다"고 했다.

넓은 벌판을 발로 가른 '신바람'과 그 벌판을 훌쩍 넘긴 '우동수'. 두 트리오가 각자의 방식으로 채워 넣은 시간이, 이제 돔구장이라는 새 지붕 아래로 옮겨간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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