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반도체 전문가들 인터뷰…"中 범용 D램 기술 상당 수준 성숙"
"中, 국산화·자립에 자신감…영향력 빠르게 키울 것"
우주산업·피지컬 AI·의공학 반도체 등 주도권 확보 관측

중국 CXMT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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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연합뉴스) 김현정 정성조 특파원 = 한중 전문가들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반도체 굴기의 성과가 미국의 강력한 수출 제재가 촉발한 결과만은 아니며 장기간 이어진 집요한 투자와 전략도 이러한 성과에 크게 기여했다고 입을 모았다.
자체 기술 생태계를 본격적으로 구축하면서 국산화와 자립에 자신감을 얻게 된 만큼 중국은 국가 차원의 전폭적 지원과 시장의 재평가에 힘입어 빠르게 영향력을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우근 성균관대 반도체융합공학과 교수
[성균관대학교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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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자 벗어나 실탄 확보한 中기업들…차세대 D램·HBM 개발 속도 전망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한 데 이어 글로벌 기업에 D램 공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CXMT(창신메모리)의 성과를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으로 봤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9년간 칭화대에서 재직한 이우근 성균관대 반도체융합공학과 교수는 "중국의 범용 D램 기술은 이미 원숙기에 접어들었다"며 장기 적자에서 벗어난 CXMT가 상장으로 자금 확보에 성공한 만큼 차세대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 교수는 "장비 기술이 더 발전하고 파운드리 산업 경쟁력이 높아지면 미국 기업들도 중국산을 외면하기 힘들 것"이라며 그 지점부터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본격적으로 압도·교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업계의 수익성 개선이 중국 반도체 산업의 향후 경쟁력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CXMT의 1분기 순이익(모회사 귀속)이 전년 대비 1천688.3% 뛴 247억6천200만위안(약 5조1천987억원)에 달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창업 지원기관인 글로벌혁신센터(KIC 중국)의 김종문 센터장은 "대규모 이익을 낸다는 것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한국 기업의 기술 수준에는 못 미치더라도 특정 제품의 고객군에게는 이미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중국 반도체 펀드의 실패 사례가 자주 보도되지만, 실패했다고 축적된 것이 없지는 않다"며 비효율적이었을지언정 중국은 기술과 경험을 지속해서 쌓았다고 설명했다.
중국 내부에서도 장기간 축적한 제조 역량과 방대한 시장 수요를 관련 산업 발전의 비결로 꼽았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 집적회로설계단지에 있는 반도체·하드웨어 테스트 및 솔루션 기업 베이징선저우테크의 우스샹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기업들은 수십 년에 걸쳐 반도체 제조·패키징·테스트·응용 개발 등 분야에서 능력을 축적했다"며 "산업 규모와 응용 시장, 공급망 구축, 엔지니어링 인재 축적 등의 측면에서 일정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풍부한 응용 시장 덕분에 빠른 속도로 기술 검증과 제품 개선을 진행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김종문 KIC중국 센터장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김종문 글로벌혁신센터(KIC중국) 센터장이 5일 오후 중국 베이징 중관춘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의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202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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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지컬 AI 등 주도권 확보 관측…첨단장비 부재는 큰 제약
이 교수는 중국이 향후 세계적인 주도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는 분야로 6G 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우주산업과 피지컬 AI, 주문형 반도체, 의공학 관련 반도체 등을 꼽았다.
반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부재 등으로 인한 7나노(nm·10억분의 1m) 이하 첨단 공정 반도체의 양산 제약, 상대적으로 낮은 수율로 인해 발생하는 고비용 구조 등은 중국 반도체 산업이 극복해야 할 한계라고 지적했다.
중국 국영기업 아이성나가 자체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침지형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역시 네덜란드 기업 ASML의 EUV 노광장비와 기술 격차가 크다. 특히 EUV 없이 DUV를 이용해 첨단 미세공정을 구현하려면 공정 단계가 늘어나 비용과 생산성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EUV 노광장비 수출 금지 등 미국의 강력한 제약을 우회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방식' 연구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 중국 발전 속도를 앞당길 수 있다는 주장도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김 센터장은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를 언급하며 "기존 공급망에 들어갈 수 없는 중국은 더 많고 더 새로운 방식을 살펴야 한다"며 그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스샹 베이징선저우테크 최고경영자(CEO)
[베이징선저우테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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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경쟁력 중심엔 '인재'
한중 반도체 전문가들은 중국 반도체 굴기의 핵심 요인으로 공통되게 '인재'를 언급했다.
우스샹 CEO는 "지금 중국은 대학 교육부터 직업 기술 교육까지 다층적 인재 육성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학사·석사·박사와 기술 숙련 인재를 아우르고, 반도체 설계와 제조 공정, 장비 연구개발, 생산 관리 등 분야에 걸쳐있다"고 자평했다.
이 교수는 대학들이 적극적인 제도 개혁을 통해 연구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인상적인 기억으로 꼽았다.
특히 칭화대가 2021년 개설한 단과대 집적회로학원은 1956년 반도체 전공 개설 후 1980년 마이크로전자연구소, 2004년 마이크로·나노전자학과로 이어온 반도체 교육·연구의 전통을 계승한 곳이다.
그는 "당시 (칭화대) 총장이던 천지닝 현 상하이 당서기는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식 테뉴어 제도를 정착시켰고, 젊은 교수들도 박사과정 학생을 독립 지도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결과적으로 연구가 활기를 띠었다고 회상했다.
전문가들은 또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중국의 기술 자립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택해야 할 '실용주의적 반도체 외교'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안보와 직결된 AI 반도체를 둘러싼 신냉전 시대는 이제 뉴노멀"이라며 이에 대응하는 글로벌·지역 가치사슬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 CEO는 "반도체 산업은 세계화 특징을 갖고 있어 어느 한 국가나 지역이 독립적으로 전체 산업 사슬을 발전시키기 어렵다"며 "향후의 경쟁·협력은 상호 보완과 분업에 더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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