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中반도체굴기] ① 강력한 美제재 뚫고…'추격자'에서 '경쟁자'로
입력 2026.08.10 03:33수정 2026.08.10 03:33조회수 0댓글0

"제재가 오히려 中자립의지 강화"…정부투자 속 메모리·파운드리 분야 약진
DUV 노광장비 등 핵심장비 국산화 속도…최첨단 공정은 2∼3년 뒤떨어져


중국 CXMT 공장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원본프리뷰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겨냥한 수출 통제를 본격화했을 때만 해도 중국이 이를 뚫고 글로벌 경쟁에서 의미 있는 위치를 차지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중국 반도체 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지고 있다.

최첨단 분야에서는 여전히 한국과 미국 등에 뒤처졌다는 분석이 있지만, 일부 분야에서는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며 '추격자'에서 '경쟁자'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美, 中반도체 겨냥 '기술 봉쇄'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는 단순한 무역 규제를 넘어 기술 공급망 자체를 차단하는 방향으로 강력하게 진행됐다.

미국은 2019년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를 수출 통제 명단에 올린 데 이어 파운드리 업체 SMIC(中芯國際·중신궈지), 메모리 업체 YMTC(長江存儲·양쯔메모리) 등으로 제재 대상을 확대했다.

인공지능(AI)용 첨단 반도체와 핵심 장비의 중국 수출도 제한했다.

특히 반도체 미세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출 금지는 중국의 최첨단 공정 진입을 막으려는 의도를 가진 대표적인 조치였다.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이를 '작은 마당, 높은 담장'(Small Yard, High Fence) 전략으로 설명했다.

군사와 AI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핵심 기술을 선별해 통제함으로써 첨단산업 발전 속도를 늦추겠다는 구상이었다.

제재 초기만 해도 미국의 전략이 효과를 내는 듯했다.

화웨이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급락했고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첨단 공정에 필요한 장비를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 의도와 달리 중국 반도체 산업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를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이른바 '차보쯔'(목을 조르는 핵심 기술)로 규정하고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자립 기반 구축에 나섰다.

미국의 제재가 강화될수록 "핵심 기술을 반드시 스스로 확보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커졌다.

여기에 AI 열풍까지 겹치면서 중국은 미국의 제재를 견디는 수준을 넘어 메모리와 파운드리 등 일부 분야에서 자체 생태계까지 구축하기 시작했다.

김종문 글로벌혁신센터(KIC 중국) 센터장은 "미국은 중국의 첨단 반도체 발전 속도를 늦추는 데는 일정 부분 성공했지만, 산업 자체의 성장을 막지는 못했다"며 "오히려 제재가 반도체 자립 의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공장의 EUV 노광장비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원본프리뷰

◇ '中 토종 기업' CXMT·YMTC 약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메모리 기업의 기술 수준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격차가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D램 분야의 CXMT(창신메모리)와 낸드플래시 분야의 YMTC 등 중국 토종기업들이 '반도체 굴기'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CXMT는 최근 대규모 기업공개(IPO)를 통해 생산능력 확대와 연구개발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때 구형 D램 DDR4 생산에 머물렀지만 현재는 DDR5와 LPDDR5 계열 제품까지 확대했고,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점유율을 높여 올해 2분기 세계 D램 시장에서 매출 기준 약 7%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CXMT는 베이징과 상하이 등에 신규 생산시설 건설을 추진하는 등 생산능력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는 YMTC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YMTC는 미국의 제재로 첨단장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소비자용 SSD와 모바일 저장장치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1분기 8%였던 YMTC의 낸드 시장 매출 점유율은 올해 1분기 13%로 증가했다.

YMTC는 기업가치를 최대 1조 위안(약 216조원)으로 평가받는 것을 목표로 상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EUV 노광장비 없이 기존에 확보한 ASML의 심자외선(DUV) 장비를 활용해 7나노미터(㎚)급 반도체 생산에 성공한 SMIC의 행보가 주목된다.

중국 반도체 굴기의 또 다른 축은 핵심 장비의 국산화다.

국영기업 상하이 아이성나(愛晟納)는 최근 DUV 노광장비 생산을 시작했다.

올해 약 5대, 내년 20대 안팎을 생산해 SMIC와 CXMT 등에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 장비는 정밀도와 신뢰성 등에서는 ASML 장비와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에도 자체 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기업의 연산 관련 장비

[신화=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원본프리뷰

◇ AI 열풍·정부 지원 등에 힘입어 도약

미국의 제재가 중국의 반도체 자립 의지를 키웠다면 최근 성장세를 더욱 가속한 동력으로는 AI 열풍이 꼽힌다.

생성형 AI 모델인 '딥시크'와 바이트댄스의 '더우바오' 등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학습과 추론을 위한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이 본격화됐다.

AI 산업 확대는 데이터센터용 메모리와 저장장치 등을 중심으로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중국 빅테크들이 인프라 구축에 자국산 반도체 채택을 늘리면서 CXMT와 YMTC 등은 안정적인 내수 시장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는 다시 연구개발 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더해졌다.

중국은 반도체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규정하고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이다.

2014년 출범한 이 펀드는 수차례에 걸쳐 수천억 위안을 조성해 반도체 설계·제조·소재 기업에 투자했고, 지방정부들도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며 기업 유치 경쟁을 벌였다.

거대한 내수시장은 중국 반도체 산업의 최대 강점 중 하나로 꼽힌다.

수많은 스마트폰과 전기차 업체들이 자국산 반도체를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초기 시장을 확보하고 생산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스샹 베이징선저우테크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은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오랜 기간 쌓아온 제조역량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실리콘웨이퍼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원본프리뷰

◇ 한미 등과 최첨단 기술 격차는 여전…무서운 것은 추격 속도

중국 반도체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최첨단 기술에서는 여전히 한국, 미국, 대만과의 격차가 크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CXMT가 생산하는 DDR5 등 G4 공정은 삼성전자가 2019년 양산한 10나노급 3세대(1z) 수준으로 평가되며, 현재 개발 중인 G5 공정도 삼성전자의 최신 공정보다 1∼2세대 뒤처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AI 시대 핵심 메모리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는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힌다.

여러 개의 D램을 수직 적층하는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HBM 시장은 한국과 미국이 주도하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CXMT가 대량 양산과 수율, 고객 인증 등을 확보하기까지는 3∼4년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파운드리에서도 SMIC는 EUV 노광장비 없이 7나노급 공정 구현에 성공했지만, 공정 수 증가에 따른 수율 저하와 생산비 부담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미국의 수출 규제로 첨단 장비 확보가 제한되는 점도 경쟁력 확보의 걸림돌로 꼽힌다.

다만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현재 격차보다 추격 속도다.

2016년 설립된 CXMT와 YMTC는 10년 만에 각각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의 글로벌 주요 업체로 성장했다.

생산 확대 속도도 빠르다.

CXMT의 D램 웨이퍼 생산능력은 지난해 초 월 10만장에서 올해 30만장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며 장기적으로는 60만장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YMTC 역시 낸드 생산능력을 두 배 이상 늘려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이우근 성균관대 교수는 "이제 우리는 차세대 D램과 HBM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D램 시장이 작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중국 현지화 전략 등을 통한 틈새시장 공략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khan@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좋아요
0
댓글0
이 댓글에 대한 법적 책임은 작성자에게 귀속됩니다.
0/300
한일생활정보 한터
딤채냉장고
한터애드
3・8 インテリア
MAISON DE OAK
디지털 드로잉 수강생 모집
한일여행사
냥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