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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반테스가 집대성한 '거대한 인간학적 기록'…'모범소설'
입력 2026.06.02 01:29수정 2026.06.02 01:29조회수 0댓글0

박철 교수 새 번역으로 출간


모범소설

[민음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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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스페인이 낳은 대문호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단편 걸작선 '모범소설'(전 2권)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됐다.

1613년 처음 출간된 '모범소설'은 세르반테스 말년의 역작으로, '돈키호테'와 더불어 유럽 문학사에서 중세와 현대를 가르는 중요한 문학적 이정표로 꼽힌다.

세르반테스는 책의 서문에서 "나는 카스티야어로 소설을 쓴 최초의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모범소설'에 실린 작품이 순수한 창작물임을 강조한다.

당시 유럽을 풍미했던 이탈리아 노벨라(novela)를 단순히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페인만의 독특한 시대상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생히 담아냈다는 자부심의 표현이다.

수록작 '세비야의 건달들'은 세비야 지하 세계를 배경으로 건달들의 풍속을 해학적 문장으로 그려내며 부패한 사회의 이면을 고발하는 작품이다.

'유리 석사'는 자신을 유리로 믿는 광인의 입을 빌려 세상의 위선을 꼬집으며, '질투심 많은 늙은이'는 질투와 욕망이 인간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날카롭게 풍자한다.

'모범소설'이라는 제목은 독자에게 유익한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작가의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여기서 모범이란 단순한 도덕적 훈계에 머물지 않는다. 소설이란 형식이 어떻게 인간의 삶과 욕망을 거울처럼 비출 수 있는지에 대한 미학적 모범을 뜻한다.

이번 판본은 2003년 나온 초판본을 전면 재검토해 개정한 것이다. 2024년 스페인 펠리페 6세 국왕이 수여하는 세르반테스문화원 에녜(N)상을 아시아 학자 최초로 받은 박철 교수가 번역을 맡았다.

박 교수는 '옮긴이의 말'에서 "'모범소설'의 열두 이야기는 세르반테스의 삶의 체험과 문학적 상상력이 결합된 결정체"라며 "세르반테스가 평생 탐구한 인간의 존엄과 도덕적 성숙의 서사이며 현실과 문학, 삶과 도덕이 한데 엮인 거대한 인간학적 기록"이라고 소개했다.

1권 428쪽·2권 464쪽.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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