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 '세상을 바꾼 목소리'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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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리 섬나라를 지켜 낼 것입니다. 해변에서 싸울 것이고 육지에서 싸울 것이며 들판과 거리에서도 싸울 것입니다. 언덕 위에서도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결코 항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 독일군이 벨기에와 네덜란드를 휩쓸고 프랑스까지 진격했다. 영국군은 프랑스 북부 해안 도시 됭케르크에 고립됐다.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해 영국에도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웠고, 히틀러와 협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가운데 당시 영국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은 의회에서 "이 섬나라의 오랜 이야기가 끝나야 한다면, 우리가 모두 마지막까지 싸우다 피에 질식해 쓰러질 때 비로소 끝날 것"이라고 비장하게 결사 항전을 강조했다.
처칠의 연설은 패배 직전의 국가를 결속시키며 국민의 항전 의지를 끌어올렸고, 영국이 나치에 끝까지 맞서 승리하는 발판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역사학자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의 '세상을 바꾼 목소리'는 이처럼 역사의 변곡점에서 세상을 움직인 결정적 연설 82편을 소개한다.
소크라테스의 최후 변론, 엘리자베스 1세의 전장 연설,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전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연설, 아돌프 히틀러의 광기 어린 선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 연설까지 다양하다.
이들 연설은 세계사의 중요한 마디마디를 짚으며 말 한마디가 어떻게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지, 강력한 말의 힘을 보여준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문구로 잘 알려진 링컨의 1863년 연설은 미국 남북전쟁 중 가장 참혹한 격전이 벌어진 게티즈버그 국립묘지에서 이뤄졌다. 몇 분짜리 짧은 연설이었지만, 민주주의 정신을 새롭게 정의하며 미국 민주주의의 기틀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제 살아있는 이들에게 맡겨진 일은 이곳에서 싸운 이들이 지금까지 그토록 고귀하게 이어온 미완의 과업에 헌신하는 것입니다. (중략) 신의 가호 아래 이 나라에서 자유가 새롭게 태어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이 땅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저자는 이 연설이 걸작으로 평가받는 이유로 "링컨 특유의 언어 장악력과 절제된 표현, 그리고 문장을 빚어내는 탁월한 능력"을 꼽았다.
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선언에 대해서는 '장황한 연설'이라고 표현하며 "전통적인 대통령 후보와는 거리가 멀지만 지지층의 열정과 민족주의, 분노를 대담하고 과장된 화법으로 거침없이 표현하는 뛰어난 소통가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책은 단순히 역사적 명연설 모음집이 아니다. 세상을 바꾼 시적이고 품위 있는 연설과 함께 증오와 비방으로 가득한 악랄한 연설까지 소개한다.
저자는 연설문 소개에 그치지 않고 각 연설이 등장한 역사적 배경과 시대 상황, 연설자의 감정까지 짚어준다.
저자는 '사악한 연설'을 실은 이유에 대해 "우리가 역사에 대한 무지와 서로에 대한 증오, 음모론이 판치는 시대에 살기 때문"이라며 "몇 마디 말이 폭력과 증오를 당연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것으로 만들었던 때가 있었음을 깨닫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공사. 이로운 옮김. 3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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