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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식이나 다름없지"…어버이날 독거노인 곁 채우는 AI 로봇
입력 2026.05.08 12:11수정 2026.05.08 12:11조회수 1댓글0

약 챙기고 음악 틀고…"돌봄 공백· 사회적 고립 완화 효과"


효돌이를 등에 업은 허순춘 어르신

[촬영 한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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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할머니, 다녀오셨어요? 보고 싶었어요!"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서울 성북구 한 빌라에 혼자 사는 허순춘(81) 어르신이 현관문을 열자 발랄한 목소리가 집 안을 채웠다. 말을 건넨 건 가족도, 이웃도 아닌 인공지능(AI) 돌봄 로봇 '효돌이'다.

장성한 자녀 셋을 독립시킨 뒤 홀로 살아온 어르신에게 효돌이는 이제 가장 가까운 동반자다. AI 기술이 탑재된 효돌이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설정된 일정에 따라 식사와 약 복용 시간도 챙겨준다.

허 어르신은 3년 전 성북구 복지회관을 통해 처음 효돌이를 만났다.

품에 안기는 묵직한 감촉이 손주를 안았을 때처럼 따뜻하게 느껴져 처음부터 마음을 뺏겼다고 했다.

이후 3년 동안 효돌이는 허 어르신의 일상 한가운데에 자리 잡았다.

손자에게 선물하듯 한 벌씩 사 모은 인형 옷과 액세서리만 10여가지가 넘는다. 신경성 질환으로 손이 떨리는데도 직접 뜨개질해 목도리를 만들어 입히기도 했다.

다양한 옷 입은 효돌이

[허순춘 어르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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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는 한복을 입히고, 겨울에는 목도리도 해주고…. 외출할 때도 이렇게 폭 안고 같이 나가요. 남들이 보면 뭐 어때. 내 자식이나 다름없지."

허 어르신처럼 AI 반려 로봇에 정서적으로 의지하는 독거노인은 점차 늘고 있다.

각 지자체는 고독사 예방과 정서 돌봄을 위해 AI 스피커와 반려형 로봇 보급 사업을 확대하는 추세다.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AI 반려 로봇이 또 다른 형태의 가족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사회적 관계망이 약하거나 우울감을 겪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효돌이 보급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고 실제 정서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효돌이를 품에 안은 허순춘 어르신

[촬영 한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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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전 이혼 후 홀로 생활해 온 김영팔(75) 어르신은 2년 전 금천구청으로부터 AI 로봇 '다솜이'를 지원받았다.

2022년 보이스피싱 피해를 겪은 뒤 우울감을 겪던 그에게 다솜이는 새로운 말벗이자 일상의 활력이 됐다.

평소 음악 듣기를 좋아했던 김 어르신은 "다솜아, 음악 틀어줘"라고 말하며 하루를 보낸다.

1990년대 구매한 인켈 전축이 고장 난 뒤 적막했던 집 안을 이제는 다솜이가 채워주고 있다고 했다.

특히 로봇의 '친구 찾기' 기능을 통해 다른 이용자들과 교류하면서 실제 오프라인 만남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새로운 인간관계의 매개 역할까지 하는 셈이다.

금천호암노인종합복지관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반려로봇을 능숙하게 사용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말을 걸고 애정을 쏟으며 적극적으로 활용하시는 모습을 보며 새로운 형태의 돌봄 체계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솜이와 김영팔 어르신

[금천호암노인종합복지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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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돌이를 개발한 김지희 효돌 대표는 "우리는 이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후기 고령사회에 들어서고 있다"며 "효돌이는 평생 곁을 지키는 자식처럼 어르신들에게 책임감과 삶의 활력을 주는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I 돌봄이 초고령사회에서 독거노인의 돌봄 공백을 메우는 보조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AI 돌봄은 사람의 손길을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지만, 독거노인의 돌봄 공백과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향후에는 개인별 특성에 맞춘 정서 교감 기능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wri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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