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유령 돌아왔다" 분석도

유럽중앙은행 앞의 EU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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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플레이션과 재정 부담 우려가 커지면서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유로존 주요 국가들의 국채 금리(수익률)가 수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면서 미국 국채 금리도 급등세를 보였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 금리 급등은 국채 가격 급락을 의미한다.
FT에 따르면 채권 매도 움직임 속에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27일 4.14%까지 뛰어 2024년 중반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 시간 30일 오전 현재는 4.046%로 소폭 내려온 상태다.
프랑스 국채 10년물 금리는 27일 장중 3.9%대에 근접해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뒤 현재 3.830%를 나타내고 있다.
스페인 국채 10년물 금리도 27일 2023년 말 이후 최고 수준인 3.6894%까지 치솟았다가 현재 3.625%로 내려온 상태다.
FT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물가 상승 압박에 대응하고자 올해 3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예측이 확산하면서 유로존 주요국 국채가 최근 10년 내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사벨 슈나벨 ECB 집행이사는 27일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라는 유령이 돌아왔다"며 물가 상승세가 많은 이들이 기대한 것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슈나벨 이사는 단 ECB가 성급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으며 인플레이션의 2차 파급 효과 여부를 확인하고자 데이터를 면밀히 살펴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란 전쟁의 공습 현장
[신화=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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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전쟁에 따른 고유가로 각국 정부가 대규모 재정 투입에 나서면서 재정 악화 전망이 장기 국채 금리 상승 압력을 키운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스페인 의회는 지난주 에너지 가격 폭등의 충격을 완화하고자 50억유로(약 8조7천억원)의 감세안을 승인해 전기, 천연가스, 연료에 대한 부가가치세(VAT) 세율을 21%에서 10%로 줄이기로 했다.
이탈리아도 연료 소비세를 일시적으로 20% 감면해주고자 4억1천700만유로(약 7천260억원)를 투입키로 했다. 프랑스는 보수적 재정기조를 강조하면서도 농업과 트럭 물류 등 일부 업종에 7천만유로(약 1천218억원) 규모의 지원을 결정했다.
프랑스계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장 프랑수아 로뱅 전략가는 FT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은 유로존 전역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베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쟁 때문에 스테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7일 작년 7월 이후 최고치인 4.48%까지 올랐다. 현재는 4.40%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27일 오전 한때 연준이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확률을 52%로 반영했다. 올해 기준금리 인상 확률이 5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채권의 매력을 떨어뜨려 통상 국채 수요에 악재로 해석된다.

미국 월가 모습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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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 일각에서 에너지 대란이 경제 성장에 타격을 주면서 결국 당국이 기준 금리를 내릴 것이란 예측이 적잖지만, 연준이 인플레이션 대응에 대한 의지를 계속 강하게 보이는 만큼 이런 낙관론이 힘을 잃고 있다고 최근 진단했다.
통화정책에 특히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전쟁 전 3.377%에서 30일 오전 현재 3.879% 수준으로 올랐다.
유럽 국채 투매 기류가 미국 국채의 수요를 위축시킨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WSJ는 전했다. 유럽과 미국의 금융 시장이 깊게 연동돼 매도 압력이 쉽게 전이된다는 것이다.
미국 캐피털그룹의 리치 투아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장기적으로 채권 시장에 대해 낙관적 견해를 유지하고 있지만 단기적 방향성을 예측하기가 어렵다"며 "이란 전쟁에서 지상전이 시작되면 장기 관점에선 국채 금리 하락을 촉진할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지상전 직후의 시장 반응은 투매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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