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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 불법행위 근절됐나 했더니…"그 업체 빼라" 압박 정황
입력 2025.12.18 12:30수정 2025.12.18 12:30조회수 0댓글0

양대 노조 조합원, 원주 건설시장 '양분 담합' 발언하며 배제 요구
노조 "비조합원 업체가 건설사 협박해 불공정 계약서 작성" 주장
피해 호소 업체 "영업방해 선 넘어"…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소


건설현장(CG)

[연합뉴스TV 제공]

원본프리뷰

(원주=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정부가 2022년 말부터 건설 현장에서 인력 채용과 건설기계 사용 강요 등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며 약 1년간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음에도 여전히 집단적 위력을 과시하며 불법 소지가 있는 행위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들은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는 '담합 행위'를 하고 있음을 밝히며, 건설사에 비조합원이 운영하는 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할 것을 종용하고도 이를 '정상적인 교섭' 행위인 것처럼 포장했다.

18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녹취록 등에 따르면 원주시 한 건설 현장 사무소에는 지난 8월과 11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잇따라 찾아왔다.

지난 8월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은 현장소장을 만나 노골적으로 A씨가 운영하는 크레인 임대업체를 쓰지 말라고 요구했다. A씨는 어느 노조에도 가입하지 않고 지역에서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공정함의 기회를 박살냈다"며 시작한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 B씨의 말에서 '공정함'은 찾기 어려웠다.

B씨는 과거 양대 노조가 '밥그릇 싸움'을 벌였으나 어느 시점부터 시장을 양분했다고 설명하며, 집회도 하지 않고 노조 간 갈등도 없어 건설사들이 일하기 편하다는 점을 역설하더니 "A씨 업체는 안 된다고 그렇게 설명했는데 왜 노조가 나서게 만드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 업체의 장비를 당장 현장에서 철수시키지 않으면 무기한으로 집회를 벌이겠다며, 내일부터 당장 한국노총 소속 업체를 쓰라고 요구했다.

B씨는 민주노총 아니면 한국노총이 됐든 노조에서 알아서 교통정리를 하고 있으니 양대 노조 소속 중장비 업체만 들어간다는 점을 강조하며 "A씨 업체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B씨는 건설사에 "동네 개 집 짓는 회사도 아니고, 지역에 내려오면 지역에 있는 노동단체도 확인하고, 동네 분위기를 확인해야지 그냥 장비부터 들이면 어떡하느냐"며 "어떻게 뒷감당하시려고 그러냐"고 했다.

"잘 몰랐으니 시간을 좀 달라"는 건설사 관계자의 사정에도 "인정을 못 하겠다"며 빼라고 압박했다.

자신을 '강성'으로 표현하며 "나를 고발해도 된다. 현장을 다 진두지휘하지만 내가 대표자는 아니다. 대신에 현장도 피해 볼 것을 각오해야 한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시간을 좀 달라는 건설사의 요청에도 "30분 전에 집회 신고 들어갔다. 한 번 집회하면 끝장을 본다. 답은 한 가지다. A씨 업체만은 안 된다. 오늘 바로 정리해달라"고 으름장을 놨다.

B씨는 "원주 지역은 공정거래에 위반되는 담합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 밝히며 자신들의 이 같은 요구를 "정상적인 교섭을 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결국 건설사 측으로부터 철수 요청을 받은 A씨 업체는 현장에서 장비를 빼야 했다.

경찰 '집단적 불법행위' 엄단…"현장검거 원칙"(CG)

[연합뉴스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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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노총의 A씨 업체 배제 요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A씨가 해당 건설사와 또다시 계약을 맺고 10월 말부터 현장에 투입되자 이번에는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이 건설사를 들볶고 나섰다.

이들은 11월 중순께 건설 현장 앞에서 '생존권 요구' 구실로 집회를 열고는 음악을 크게 틀었다.

C씨는 건설사 측에 "다른 업체들은 몰라도 A씨 업체만큼은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A씨 업체를 '생태계 교란종'으로까지 표현하며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며칠 쓰는 것 가지고 그러냐"는 건설사 측의 하소연에도 "A씨 업체 크레인 붐대가 펴져 있으면, 반나절 짜리 공사라도 쫓아간다"며 A씨 업체를 쓰는 순간 원주뿐 아니라 인근 지역에서 절대 크레인을 임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C씨는 건설사가 손해를 보고 계약을 해지하는 것보다 A씨 업체 사용을 고집하는 게 손해가 훨씬 크다며, 지역 실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건설사가 잘못이라는 투로 말했다.

결국 A씨는 이번에도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한 채 현장에서 철수했다.

이 같은 녹취록 속 발언들에 대해 B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되레 A씨가 건설사를 협박해 기존 업체를 밀어내고 불공정 계약서를 썼기 때문이라며, 문제 될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C씨 역시 A씨가 건설사를 협박해서 불공정 계약서를 썼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녹취록에는 왜 그런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는 "그 당시에는 A씨가 건설사를 협박했는지 모르는 상태였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정말로 그런 행동을 했다면 건설사에서 재차 불러서 계약을 또 맺었겠느냐"고 반박했다.

이어 "업체를 운영한 지난 2년 동안 피해를 봤고, 비노조 업체나 개인들도 오랜 세월 피해를 봤을 것"이라며 "부조리한 담합으로 시장을 독점해 쥐락펴락하는 행위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A씨 측은 B씨와 C씨 등을 업무방해, 협박, 허위사실유포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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