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다빈치가 쓴 자기소개서…"큰 총과 박격포도 만들 수 있습니다"
입력 2025.11.25 01:09수정 2025.11.25 01:09조회수 0댓글0

신간 '100통의 편지로 읽는 세계사'


다빈치 대표작 '모나리자'

[연합뉴스 자료]

원본프리뷰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현재 다재다능한 천재의 대명사가 됐지만, 생존 당시 신분은 높지 않았다. 도시를 다스린 가문의 허락 없이 그는 이사도 가지 못하는 매인 몸이었다. 다빈치는 피렌체를 다스린 메디치 가문의 허가를 얻고 나서야 비로소 밀라노 스포르차 공작 가문에서 일할 수 있었다. 당대에 혁혁한 명성을 누렸지만, 이직할 때 자기소개서도 공들여 써야 했다.

"저는 어떤 공격에도 끄떡없는 전차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큰 총과 박격포, 가벼운 무기도 만들 수 있습니다. 평화로운 시기에는 공적·사적 건물을 짓는 기술로 각하를 완전히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대리석이나 청동, 점토로 조각을 만들 수 있으며, 그림은 누구보다 잘 그릴 수 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밀라노 공작에게 보낸 편지 중)

소개서를 쓴 후에야 스포르차 가문 밑으로 들어가 일할 수 있었다. 그는 밀라노에서 그림 한 점을 완성했고, 이는 수백 년 후 밀라노 경제에 크게 기여했다. 현재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견인차 구실을 하는 '최후의 만찬'이다.

피렌체에 있는 다빈치 석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원본프리뷰

최근 출간된 '100통의 편지로 읽는 세계사'(현대지성)는 다빈치를 비롯해 헨리 8세, 콜럼버스, 카이사르, 브루투스, 잔 다르크, 엘리자베스 1세 등 역사상 중요한 인물의 서신을 통해 서양사를 정리한 책이다. 영국의 대중 교양서 전문작가인 콜린 솔터가 주요 서신을 정리해 엮었다.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결국 무소불위의 자리에 오른 인물들의 이야기, 부자이지만 가난한 자들에게 연민을 느꼈던 사람들의 사연, 보물이 손에 있어도 보물인지 몰랐던 사람들의 무지함 등 다양한 사연들이 편지글에 담겼다.

가령, 엘리자베스 1세와 헨리 7세의 사연은 인고의 세월을 견딘 왕의 이야기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기틀을 놓은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는 이복 언니였던 메리 여왕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극도로 조심하면서 충성을 맹세하고, 또 맹세했다. 기회를 엿보던 그는 메리 여왕이 죽자, 왕좌를 차지했다.

요크 가문에 패해 프랑스로 도망간 랭커스터 가문의 헨리도 엘리자베스 1세 못지않은 야심가였다. 그는 편지 정치로 영국 유력 가문 수장들의 마음을 되돌리는 데 공을 들였다. 요크 가문을 이끈 리처드 3세의 무자비한 공포정치에 지쳐 있던 상당수 귀족은 헨리에 대한 지지로 돌아섰고, 결국 헨리가 리처드 3세를 무찌르며 '장미전쟁'(요크가와 랭커스터가의 왕위 계승 전)의 최종 승자가 됐다.

비틀스

[APPLE CORPS LTD. 재판매 및 DB 금지]

원본프리뷰

이 밖에도 부유한 실업가의 아들이었던 엥겔스가 마르크스와 평생토록 서신으로 교류하며 사회주의 사상을 키우고 우정을 다진 이야기, 동성애 혐의로 감옥에 갇힌 오스카 와일드가 연인에게 보낸 편지글, 교활했던 유고슬라비아 서기장 요시프 브로즈 티토와 잔혹했던 소련 서기장 이오시프 스탈린의 불꽃 튀는 대결, '흙 속의 진주' 비틀스를 알아보지 못한 채 비틀스 매니저에게 음반 제작을 거절하는 편지를 보낸 음반사 데카의 어이없는 결정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책에 담겼다.

"솔직히 말하자면, 엡스타인 씨, 우리는 당신이 키우는 밴드의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룹은 유행이 지났습니다. 특히 기타를 든 4인조 그룹은 끝났어요. 비틀스는 쇼 비즈니스에서 미래가 없습니다." (데카가 비틀스 메니저에게 보낸 편지 중)

이상미 옮김. 440쪽.

buff27@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좋아요
0
댓글0
이 댓글에 대한 법적 책임은 작성자에게 귀속됩니다.
0/300
한일생활정보 한터
한터애드
딤채냉장고
작은별여행사
냥스튜디오
천상신도사
보조금
재팬고 익스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