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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재의 새록새록] 위장한 대포부대 출현…강릉 남대천에 무슨 일?
입력 2025.11.04 12:04수정 2025.11.04 12:04조회수 1댓글0

물수리 촬영 생태 사진작가들 장관…사냥 장면 순간 '환호·탄식' 교차


강릉 남대천의 대포부대

[촬영 유형재]

원본프리뷰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50여 명의 군복 등으로 위장한 대포부대가 하천변 갈대숲에서 무언가를 기다린다.

일부는 가슴까지 오는 장화를 신었다.

매년 가을철이면 대부분 일명 대포로 불리는 600㎜ 이상의 망원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삼각대에 받친 대포부대가 강원 강릉시 남대천 일원에 출현한다.

군복 위장은 필수는 아니지만 이들은 대부분 군복이나 이와 비슷한 위장복을 입고 모자도 얼룩무늬가 많다.

렌즈도 본래의 제조사에서 출시될 당시의 흰색이나 검은색 위에 커버(렌즈 코트)를 얼룩무늬로 씌워 자연조건에 맞게 위장했다.

삼각대에 국방색 테이프를 감은 것도 일부 눈에 띈다.

강릉 남대천의 물수리 찍는 대포부대

[촬영 유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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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부대 50여 명은 갈대숲 3∼4곳에 나뉘어 일렬로 대포를 세워놓고 목표물이 나타나기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장화를 신은 일부 대포부대는 아예 물로 들어갔다.

가슴 장화 부대는 물 더 깊숙이 들어갔고 일부는 물에 앉아 수면 가까이 몸을 낮췄다.

이들 대포부대가 기다리는 것은 매목 수리과로 분류되는 드문 겨울새이며 나그네새인 물수리다.

강릉 남대천은 10∼11월 물수리를 가까이서 관찰하고 찍을 수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곳이다.

짧은 기간 적은 개체만 나타나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

남대천 물수리는 하루 3∼4번 나타난다.

남대천과 좀 떨어진 곳의 큰 나무나 전봇대 등에서 쉬다가 사냥을 위해 나타나는 데 대포부대는 이 순간을 기다리는 것이다.

날카로운 발톱을 앞세우고 돌진

[촬영 유형재·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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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천에서 자리를 잡고 터줏대감 행세를 하던 갈매기들이 갑자기 날아오르면 대포부대는 일제히 한 곳을 향하게 된다.

하염없이 기다리던 물수리가 나타났다는 신호다.

물고기 사냥꾼인 물수리가 갈매기를 사냥하지는 않지만, 맹금류인지라 피하고 보는 것이다.

유유히 상공에 떠서 물속 물고기를 찾는 탁월한 능력을 갖춘 물수리가 목표물을 발견하면 날개를 접고 날카로운 발톱을 앞세워 순식간에 물로 돌진한다.

물고기를 향해 내리꽂는 순간의 속도는 무려 시속 14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포부대는 숨죽이며 일제히 물수리를 쫓는다.

물고기 사냥하는 물수리

[촬영 유형재·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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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로 돌진했던 물수리의 날카로운 발톱이 숭어를 움켜쥐고 있다.

대포부대 사이에서는 발톱을 내세운 찰나의 순간을 잡은 자의 환호와 놓친 자의 아쉬운 탄식이 교차한다.

물수리가 매번 사냥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몇차례 시도하면 크든 작든 대부분 물고기를 사냥한다.

물고기를 사냥한 물수리는 먹이를 먹기 위해 자신의 쉼터로 돌아간다.

대포부대는 다시 갈대숲에서 3∼4시간을 기다린다.

초겨울이 시작되면 물수리가 떠난 강릉 남대천에는 겨울 철새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흰꼬리수리가 나타난다.

강릉 남대천의 대포부대

[촬영 유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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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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