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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honey] 가을빛 자연과의 대화…화담숲
입력 2025.10.29 02:30수정 2025.10.29 02:30조회수 0댓글0

(경기광주=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가로수 잎은 떨어져 쌓이고 산의 빛깔도 변화해 간다.

사람과 자연에 대한 시선을 담은 수목원도 이맘때쯤 가을의 다채로운 모습을 갖춰간다.

가 볼 만한 수목원 중 한 곳으로 꼽히는 경기 광주의 화담(和談)숲을 감상하고 왔다.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화담숲 [사진/백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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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하늘

이른 아침 서울 도심에서 차량을 이용해 화담숲으로 향했다.

흐렸던 하늘이 푸른색으로 개었다. 이례적인 가을장마 이후여서 반가움이 더했다.

거리의 나뭇잎은 빛깔이 푸르러도 메말라 가고 있는 듯 보였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주차장에서 보이는 나무들의 빛깔에서부터 변화하는 계절이 보였다.

화살나무 [사진/백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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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큰 화살나무는 붉은빛이 들었다. 공기가 차갑게 느껴져 옷을 여몄다.

2013년 개원한 화담숲은 16개의 테마원을 갖추고, 국내 자생식물과 도입식물 4천여종을 수집 전시하고 있다.

산림청이 올해 4월 발표한 '2025년에 꼭 가봐야 할 수목원 10선'에 포함되기도 했다.

화담숲은 LG상록재단이 공익사업의 일환으로 설립 운영하는 곳이다.

◇ 다채로움

모노레일 [사진/백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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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는 보랏빛 국화 화분들이 놓였고 울긋불긋한 옷차림을 한 방문객들의 모습이 보였다.

휴대전화로 주변을 촬영하기에 바쁜 모습이다. 취재팀은 모노레일을 타고 화담숲 전체를 둘러봤다.

나무들 사이로 다양한 빛깔의 푸른색과 옅은 주황색, 갈색이 함께 보였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이끼원부터 관람하기 시작했다. 이곳의 환경에 맞는 이끼를 심어 가꾼 국내 최대 이끼 정원이라고 한다.

이끼원 [사진/백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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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진 땅에도, 돌 위에도 이끼가 깔렸다. 고요함이 감돌았다. 위쪽에 있는 단풍나무 잎은 물이 들었다.

다음은 철쭉·진달래 길로 이어졌다. 이미 봄에 꽃이 졌으니 한철이 지났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가을에 바라보니 새롭게 느껴졌다.

식물도 사계절을 겪으며 변화한다는 점을 잊곤 한다.

숲을 걸을 때는 키 큰 나무 아래 식재된 푸른 맥문동, 보랏빛 애스터 등 작은 식물을 살피는 것도 흥미로웠다.

◇ 풍경들

자작나무숲 [사진/백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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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크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곳곳에 방긋 웃는 듯한 하얀 구절초가 피었다. 역시 가을의 전령이라 생각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자작나무숲에선 하늘로 높게 솟은 흰색 수피의 자작나무들이 서 있었다.

초록색, 연두색, 연한 갈색의 이파리가 바람에 흔들거리며 햇볕에 빛났다. 나무들 사이로는 모노레일이 지나갔다. 자작나무숲을 지나는데 "왜 그렇게 서두르십니까? 경치 구경하시면서 천천히 산책하세요"라는 푯말이 나왔다.

소나무 정원에선 많은 관람객이 발걸음을 멈췄다. 전국에서 수집한 1천300여 그루가 있다고 안내판에 적혔다.

양팔을 벌린 듯 곧게 자란 것도 있지만, 줄기가 아예 원 모양으로 한 번 꺾인 뒤 하늘을 향하는 소나무, 한쪽 팔을 옆으로 길게 뻗은 모양을 이룬 소나무 등이 눈길을 끌었다.

소나무정원 [사진/백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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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씨 덕분에 널따란 바위에는 소나무 줄기와 잎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분재원은 수많은 분재가 야외에 전시된 공간이다. 단풍나무, 소사나무, 곰솔 등이 각각 하나의 화분에 있다.

분재의 수령을 알고 나선 깜짝 놀랐다. 필자는 모과나무 분재에 자꾸 눈길이 갔다. 전반적인 형태는 산 모양이고, 타원형의 단정한 잎이 매력적이다.

눈여겨본 분재는 수령이 120년이 넘었고 그 중 분재로 산 해가 39년이라고 적혔다. 이렇게 오랜 기간 어떻게 지낸 것일까.

화담숲을 걷다 보면 나무들도 많고 꽃들도 넘친다.

형형색색의 국화 화분이 놓이거나 식재된 지점도 찾아볼 수 있다. 국화의 계절답다.

꽃 위의 개구리 [사진/백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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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노랑, 보라, 연두색 꽃을 본 사람들이 연신 "예쁘다"고 입을 모았다.

미니 백일홍처럼 선명한 빛깔의 꽃들도 올망졸망하고, 소박하게 피었다.

이때쯤 빼놓을 수 없는 꽃 중 하나가 수국이다.

수국은 여름꽃으로 알려졌지만, 가을에도 감상할 수 있다. 수국원에선 빛이 조금씩 바래거나 말라가는 꽃들로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눈에 띄는 꽃도 있었다. 색채원 근처를 오가는데 작은 흰 꽃이 달린 키 큰 나무가 보였다.

잘못 봤나 싶어서 다가가 보니 이름표에 가을벚나무라고 쓰였다.

다시 위를 쳐다보니 꽃봉오리가 보였고, 희거나 옅은 분홍색 꽃이 꽤 많이 달렸다.

◇ 벌과 나비, 민물고기

구절초에 앉은 나비 [사진/백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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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테마원에선 어렵지 않게 벌을 볼 수 있었다. 관람에 방해가 된 적은 없었다.

날개에 검은 점이 박힌 주황색 나비가 꽃잎에 앉아있는 모습도 봤다.

양치식물원을 지날 때는 다양한 새에 대한 안내판과 모형이 전시됐다.

딱새와 굴뚝새 모형 [사진/백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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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새, 굴뚝새, 곤줄박이, 노랑턱멧새 등 안내판에 적힌 이름을 하나씩 읽어봤다.

주의를 기울인다면 바위 또는 나뭇가지 위에 얹어진 새의 모형을 발견할 수도 있다.

민물고기생태관 [사진/백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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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고기생태관은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내용이 알찼다.

한국에 서식하는 민물고기, 희귀성 어종, 한강과 생태환경 등에 대한 전시물을 읽고 쏘가리, 메기 등의 어종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민물 거북이라는 남생이까지 관찰할 수 있다. 자연 생태계의 다양성과 보전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 인간과 자연의 조화

장독대와 매실나무 [사진/백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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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무, 흙뿐만 아니라 곳곳에선 바위와 돌탑, 시내와 계곡 등도 풍경의 일부를 이뤘다.

담장을 올라탄 담쟁이는 여름처럼 찬란한 녹색, 흐려진 갈색과 노란색, 붉은색까지 여러 빛깔을 담고 있었다.

다양한 요소들이 혼자 빛나기보다는 서로 어울려서 풍경이 된 것 같았다.

장독대처럼 옛 정취를 불러일으키는 곳도 눈에 띄었다.

추억의 정원 [사진/백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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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배경으로 조그마한 토우들이 고무줄놀이와 딱지치기를 하는 모습 등을 연출한 '추억의 정원'도 지나왔다.

문득, 수목원은 자연의 요소와 인간의 감각과 철학이 어떠한 조화를 이루는지를 보여주고, 때로는 삶의 성찰로 이끄는 공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긴 시간 관람을 마치고 화담숲에서 봤던 풍경들을 생각하며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5년 11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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