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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D-3…李·트럼프 '관세협상 막판 타결' 결단하나
입력 2025.10.26 04:42수정 2025.10.26 04:42조회수 1댓글0

대미 3천500억달러 투자패키지 '직접투자' 규모·방식 등 이견 여전
'250억달러씩 8년 분할투자' 등 협상테이블에…'막바지 물밑협상' 관측
트럼프 스타일·미중정상회담 등 고려하면 '극적 타결' 가능성 있어


이재명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집무실에서 대화

(워싱턴=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2025.8.26 [공동취재] xy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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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3천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구성을 놓고 한국과 미국이 이견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가운데 한미 정상회담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막판 담판 등을 통해 협상이 최종 타결될지 관심이 쏠린다.

일단 협상장 밖 분위기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약 3개월간 진행한 후속 협의에도 여전히 핵심 쟁점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만큼 단 사흘 만에 이런 간극을 메우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측이 이미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확인한 상태이고, 정상회담을 계기로 최고 의사결정권자 간 극적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열려 있어 결과를 예단하기에는 이르다는 관측도 나온다.

◇ '250억달러씩 8년 분할투자' 등 안 놓고 한미 의견접근 시도

26일 통상 당국 등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현재 3천500억달러 규모 한국의 대미 투자 패키지의 직접 투자 비중, 투자 기간, 투자 이익 배분 구조 등 구체적 이행 방안을 놓고 막판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7월 30일 타결한 한미 관세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에 예고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 패키지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는데, '디테일'(세부 사항)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투자 양해각서(MOU) 체결이 미뤄지고 있다.

애초 한국은 3천500억달러 중 5% 이내 수준에서만 직접(현금) 투자를 하고 나머지 대부분을 보증으로 채우려고 했으나 미국은 일본과의 선행 합의 사례처럼 직접 투자 중심의 '백지수표' 방식을 요구해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한미는 최근 잇단 각료급 협상을 통해 이에 대한 의견 접근을 시도했다.

최근 협상에서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 상향 의향을 밝히면서 대규모 투자로 인한 국가 재정 부담과 외환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장기 분할 투자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직접 투자 규모와 관련해서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이 1년에 쓸 수 있는 금액은 최대 150억∼200억달러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을 넘어서는 8∼10년 분할 투자를 가정할 경우 최대 2천억달러 규모의 대미 직접 투자가 가능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한국이 매년 250억달러씩 8년간 총 2천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하고 나머지 1천500억달러는 신용 보증 등으로 돌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관측도 최근 나왔다.

질의 듣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2025.10.24 pdj663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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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지난 2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250억달러씩 8년 분할 투자' 관련 질의에 "유사한 논의는 있었다"면서 "숫자에 대해서는 확인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투자 이익 배분 구조를 놓고도 당초 투자금 회수 전까지 한미가 5대 5로 나누고, 투자금 회수 후에는 한미가 1대 9로 나누는 방안이 논의되다가 최근에는 미국이 이 비율을 각각 9대 1, 9대 1로 한국에 다소 유리한 방향으로 바꿔 제안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미국이 요구하는 직접 투자 규모가 기존 3천500억달러에서 2천억달러로 조정됐다고 볼 여지도 있지만, 2천억달러 역시 한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이 정부 반응이다.

김 장관은 국감에서 "미국 측 입장을 받아들이기가, 국민 경제, 시장 영향 봤을 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과 함께 방미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관세 협상을 하고 돌아온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지난 24일 귀국길 인천공항에서 "일부 진전은 있었지만,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양국의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현재 협상 교착 상태를 전했다.

투자 관련 핵심 쟁점 이외에 협상 타결을 어렵게 하는 다른 불씨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각에서 미국이 옥수수, 대두 등 미국산 농산물의 수입 개방을 요구했다거나 사과 등 과일의 검역 완화 등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김 장관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기간에 관세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한미 통상 당국은 채널을 열어놓고 막판 조율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앞서 APEC 직전 추가 방미 가능성을 묻는 말에 "시간이 없다"며 "비대면 (화상) 협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미가 화상회의를 통해 핵심 쟁점에 대한 막판 타결을 이룰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다.

◇ 핵심쟁점 이견에도 미중 정상회담 등 고려해 '결단' 가능성도

일본이 5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문서화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것처럼, 이번 한미 정상회담 기간 양국 정상이 대미 투자 MOU에 서명하는 그림이 나올지가 최대 관심사다.

실제 협상을 진행하는 통상 당국은 "예측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체로 부정적 기류가 감지된다.

핵심인 직접 투자 규모를 놓고 한미 간 견해차가 여전한 상황에서 극적 타결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진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공개된 미국 방송 CNN과의 인터뷰에서 "(양국의 입장을)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언급해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이에 지난 7월 한미 관세 합의의 주요 내용을 다시 확인하면서 지금까지 합의된 내용을 추가하고 여기에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및 국방비 증액 등 내용을 넣어 합의문을 발표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난 22일 방미길 기자들을 만나 "APEC이라는 특정 시점 때문에 중요한 쟁점을 남긴 채 부분 합의만을 갖고서 MOU에 사인하는 방안은 정부 내에서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김용범·김정관, 관세협상 마치고 귀국

(영종도=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왼쪽)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한미 관세협상 추가 논의를 마치고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0.24 hwayoung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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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통상 전문가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직접 투자 비중 등 핵심 쟁점에 관한 내용이 없을 경우 오히려 국내 비판이 커질 수 있어 정부 입장에서도 안 하느니만 못한 것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극적 타결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있다.

관세 협상 타결 뒤 약 3개월 동안 협상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한 후속 협의를 진행하면서 양국이 각자의 요구사항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이에 대한 상대국 입장에 대한 이해도 넓힌 만큼 정상 간 담판을 통한 최종 협상 타결이 가능한 시점에 왔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금은 현금 직접 투자와 보증, 보험 등 투자 구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것 같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대해 이견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안다"며 협상이 막바지에 왔음을 시사했다.

그는 다만 "한국에 너무 많은 것을 내어줄 경우 앞서 협상을 타결한 일본의 반발과 재협상 요구 등 가능성이 있어 미국 입장에서는 이 역시 고려 대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다음날인 오는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미중 정상회담을 하는 것도 한미 관세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중 패권 경쟁 와중에 동맹국인 한국과 관세 문제로 삐걱대는 모습을 보이기보다 협상을 원만하게 타결짓는 모습을 보이며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과시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 역시 '국익'을 중심으로 상업적 합리성에 기반해 협상하고 시간에 쫓겨 결과물을 내놓으려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하며 신중한 입장이다.

그러나 관세 협상 최종 타결이 결렬되며 경쟁국에 비해 높은 관세를 맞는 것 역시 '국익'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어서 미국이 어느 수준에서 양보한다면 우리도 이를 받아 최종 타결을 선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시아 순방길에 기내에서 언론과 문답하는 트럼프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2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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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최근 발언 역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가능성을 밝게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아시아 순방길 미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 안에서 기자들과 문답에서 한미 관세 협상 관련 질문에 "타결(being finalized)에 매우 가깝다"면서 "그들이 (타결할) 준비가 된다면, 나는 준비됐다"(If they have it ready, I'm ready)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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