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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파 발견 10년…한국도 국제 연구 무대에 서다"
입력 2025.09.15 07:21수정 2025.09.15 07:21조회수 0댓글0

이형원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단장 인터뷰


라이고의 중력파 통해 관측한 두 블랙홀의 충돌을 묘사한 그림

[라이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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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10년 전인 2015년 9월 14일, 두 개의 블랙홀이 합쳐지며 발생한 신호가 빛의 속도로 13억년을 이동해 지구에 도달했다.

빛과는 다른 신호인 시공간의 파동,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세기 전 예측한 중력파의 존재가 처음 관측된 것이다.

예측에서 관측까지는 100년이 걸렸지만, 이후 10년간 중력파 발견 속도는 눈부시게 진화하고 있다.

이형원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단장(인제대 교수)은 1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검출기 개선 등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며 중력파의 발견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며 한국 연구자들도 데이터 분석 등 특화 분야에 집중하며 점차 기여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력파란 질량을 가진 물체가 충돌하거나 합쳐져 속도가 변하는 운동을 할 때 발생하는 시공간의 파동이다.

미국의 고급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라이고·LIGO)가 직접 탐지해 2016년 2월 첫 발견을 발표했으며 라이고 과학협력단에는 한국인 과학자 14명도 참여했다.

중력파 검출에 공을 세운 킵 손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명예교수 등 물리학자 3인은 발표 이듬해인 2017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이후 유럽 중력파 관측소 '비르고'와 일본의 관측소 '카그라'가 합류하며 중력파 탐지가 본격화했다.

중력파 탐지 네트워크가 발견한 중력파

[라이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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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기준 관측이 공인된 중력파 데이터 수는 218개다.

라이고 1차 운영기간(O1)과 2차(O2) 운영기간에는 각각 3건, 8건의 중력파를 검출했지만 3차 운영기간(O3)에는 79건으로 급격하게 늘었으며, 내달 18일까지 진행 예정인 4차 운영기간에는 벌써 200건이 넘는 블랙홀 병합 후보를 관측했다.

관측 속도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양자 공학 등 최신 관측 기술이 적용되면서다.

라이고는 원자를 이루는 양성자 너비의 1만분의 1보다 작은 시공간 변화를 감지하는데, 이는 사람 머리카락 두께의 700조분의 1 수준이다.

이 단장은 "중력파를 재려면 거울을 띄워 놓아야 하는데 지구 흔들림에 영향을 받고, 이 잡음을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한데 이를 점차 줄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위)과 2025년 라이고에 측정된 13억 광년 떨어진 중력파 신호

[라이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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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신호지만 빛으로 볼 수 없는 우주의 비밀을 담고 있어 '우주의 속삭임'이라는 별칭을 가진 중력파에 대한 관측 감도가 높아지면서 연구 성과도 커지고 있다.

라이고가 올해 1월 포착한 'GW250114' 신호를 분석한 연구자들은 '블랙홀이 질량과 스핀으로만 규정된다'는 아인슈타인의 이론과 블랙홀 2개가 합쳐질 때 사건의 지평선 면적은 줄지 않는다는 스티븐 호킹의 '면적 정리'에 대한 가장 뛰어난 관측상 증거를 제시해 지난 10일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발표했다.

손 교수는 라이고 연구단을 통해 호킹이 2015년 중력파 검출 소식을 접하자마자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이론 검증을 문의한 사실을 소개하며 "호킹이 살아 있었다면, 합쳐진 블랙홀의 면적이 증가하는 것을 보며 기뻐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이형원 교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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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을 중심으로 80여 명의 회원이 모여 중력파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

2003년 이형목 서울대 교수가 모은 작은 중력파 연구 모임으로부터 시작한 협력단은 2008년 라이고 정식 멤버로 가입하며 점차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이 단장은 "주로 중력파 데이터 분석에 참여하고 있으며 레이저 등에서도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력단 초창기 대학생으로 참여하던 이경하 성균관대 교수는 라이고를 거쳐 현재는 라이고 장비 연구를 진행하는 등 주요 연구에 참여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다만 한국형 중력파 검출기 '소그로' 개발을 논의하는 움직임은 연구비조차 확보하지 못하며 사그라들었고, 지금은 코어 기술을 확보하는 방향에 주력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정선 예미랩에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주도로 '동아시아 초전도중력측정 네트워크'를 설치해 중력파로 지진을 측정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며 "달 자체를 중력파 검출기로 쓰기 위한 연구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중력파 연구에서 점차 국제협력이 중요해지며 라이고와 비르고, 카그라 간 협력을 통합하는 국제중력파관측네트워크(IGWN) 체제가 2027년 가동될 예정이지만 한국은 구심점이 없어 이런 논의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국내 중력파 연구가 개인 연구자들의 연구 프로젝트에만 기대고 있지만 지금은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기초과학 여러 분야에 대한 고른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 단장은 "대형 기초과학 프로젝트는 호흡이 긴 만큼 앞으로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의견일치가 잘 이뤄지도록 정부에서도 20년, 50년씩 길게 바라봐야 한다"며 "분야들끼리 경쟁하는 게 아니라 한발 물러서 전체적으로 보고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뷰하는 이형원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단장

[촬영 조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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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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