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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따라 읽는 교실
입력 2025.09.14 10:05수정 2025.09.14 10:05조회수 1댓글0

강동외국인주민센터 '사회통합프로그램' 수업 현장
호주·스리랑카·중국서 온 외국인들, 한국어 유창하게 구사
한국어·한국문화 수업 통해 이주민의 지역사회 융화 지원
"한국사람들 정이 많아 계속 여기서 살고 싶다"


선비 차림 차(茶) 예절교육 받는 외국인 대학생들

(인천=연합뉴스) 임순석 기자 = 지난 4일 인천 연수구 가천대학교 메디컬캠퍼스 인수당에서 열린 외국인 의대 교환학생 '차(茶) 예절교육'에 참여한 외국인 학생들이 한복을 입고 차를 우려내고 있다. [본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2025.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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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혜정 인턴기자 = "장례식장에서는 무슨 색 옷을 입어야 할까요?"

강사가 이같이 질문하자 7명의 외국인 수강생들은 "검은색 옷이요"라고 또박또박 한국어로 대답했다.

이에 강사는 "장례식장에 도착해서는 방명록을 쓰고, 분향과 절을 한 뒤 상주에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말해요"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수강생들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장을 소리 내어 따라 읽었다.

지난 11일 오전 성내동 강동외국인주민센터. 법무부가 운영하는 '사회 통합 프로그램'(KIIP·Korea Immigration & Integration Program) 4단계 수업 현장을 찾았다.

"조문 갈 때는 검은색 옷"… 한국 문화 배우는 외국인들

(서울=연합뉴스) 최혜정 인턴기자 = 지난 11일 서울 강동구 강동외국인주민센터에서 외국인들이 '사회 통합 프로그램' 수업을 수강하고 있다. 강사가 한국의 장례식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2025.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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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현재,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수업도 성황을 이루고 있다.

국내 체류 이주민이 270만여명에 달하고,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세계 시청자를 강타하면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수요는 국내외서 나날이 증가세다.

그중 법무부 사회 통합 프로그램은 외국인이 한국어와 한국문화 등 기본 소양을 습득하도록 설계된 제도다. 이민자가 한국어와 문화를 빨리 익혀 지역사회에 쉽게 융화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날 수업 주제는 결혼식과 장례식 방문 시 알아야 할 한국 예절이었다.

돌잔치나 환갑잔치 등 한국의 전통 의례를 설명하기도 했다.

"각자 나라에서 나이와 관련된 행사로 무엇이 있나요"라는 강사의 질문에 수강생들은 "태어난 지 일주일이 지나면 축하하곤 해요", "임신한 지 4개월이 지나면 축하해 줘요" 등 유창하게 한국어로 대답했다.

문법도 가르쳤다.

강사는 칠판에 '의자'와 '회의'를 쓰고는, "'의'가 앞에 오면 [의], 뒤에 오면 [이]로 발음한다"며 외국인들이 어려워하는 발음을 짚었다.

수강생 스리랑카 출신 레베카(28) 씨는 친분이 있는 목사의 추천으로 2022년 한국에 들어왔다.

그는 "스리랑카와 다른 부분이 많아서 처음 왔을 때는 한국의 모든 것이 신기해 보였다"며 "음식이 특히 맛있었는데, 추어탕이 가장 입맛에 맞았다"고 말했다.

한국인 남편과 중국에서 결혼 후 한국으로 들어온 고천(34) 씨는 "장례식장에서 흰 봉투를 쓰는 문화가 특이하게 느껴진다"며 "한국 사람들은 정이 많아 앞으로도 계속 여기서 살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또 호주인 조한나(29) 씨는 "처음엔 유학으로 왔다가 남편을 만나 정착하게 됐다"며 "영주권 준비도 하면서 한국어 문법과 문화를 함께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개인 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재

(서울=연합뉴스) 최혜정 인턴기자 = 서울 강동구 강동외국인주민센터 '사회 통합 프로그램' 수업의 외국인 수강생들이 공부하는 책. 4단계 통과를 위해 중급 2 수준의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2025.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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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통합 프로그램은 0단계부터 5단계까지 나뉜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한국어 실력이 높아지고, 수업 시간과 평가 난이도도 강화된다.

참여를 원하는 외국인은 먼저 사전 평가를 받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맞는 교육 단계를 배정받고 정해진 수업 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단계별 이수 기준은 상이하다. 0단계는 15시간 수업만 수강하면 다음 단계로 승급할 수 있다. 5단계는 기본반은 70시간의 교육과 영주용종합평가, 심화반은 30시간의 교육과 귀화용종합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단계별 시험은 별도의 CBT(Computer Based Testing) 센터에서 치를 수 있다.

5단계까지 전 과정을 이수하면 체류 허가, 영주권·국적 신청 시 시험 면제 등 혜택이 주어진다.

이날 4단계 수업은 오전 9시 30분부터 4시간 동안 진행됐다.

강사는 수업 중간중간 실제 사회 통합 프로그램 구술 면접에서 유용한 답변법도 안내했다. 수강생들이 수업을 통해 한국 문화와 언어를 익히며 실생활과 영주권 준비까지 함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강동외국인주민센터는 현재 4단계 수업만 운영한다. 100시간의 교육과 3단계 평가를 치러야 한다. 3단계 평가는 필기 시험과 구술 면접으로 구성돼 있다.

송경빈 강동외국인주민센터 사회복지사는 "근처에 결혼 이민자가 많아 4단계 수요가 높은 까닭에 이 단계 수업만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복궁에 한복 입고 모인 외국인 관광객들

(서울=연합뉴스) 최혜정 인턴기자 = 지난 4일 흐린 날씨에도 형형색색의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경복궁을 관람하고 있다. 2025.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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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개소한 강동외국인주민센터는 외국인들의 안정적인 한국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회 통합 프로그램 외에도 초보자를 위한 한국어 교실(온라인·오프라인), 토픽 수업(평일·주말), ITQ 자격증반, 영상제작교실 등 다양한 교육 과정을 운영 중이다.

송 사회복지사는 "수업마다 평균 10명 정도가 참여하며, 연간 수강생은 약 100명에 이른다"며 "외국인들이 언어 장벽 때문에 집에서 고립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통해 경영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중도입국 청소년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다는 꿈을 갖고 대학교에서 베트남어학과와 한국어학과를 복수전공하며 공부하는 등 미래를 꿈꾸는 성과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업을 듣는 외국인들은 대개 중국 같은 아시아 출신이었지만, 최근에는 서양인도 늘고 있다고 센터는 밝혔다.

현재 서울에 있는 외국인주민센터 7개소(서울·강동·금천·동부·성북·양천·은평)에서는 모두 사회 통합 프로그램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센터, 대학 언어교육원 등에서도 해당 수업을 수강할 수 있다.

명동을 찾은 외국인들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지난 6월 26일 서울 명동거리 모습. 2025.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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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em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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