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서는 중진도 이시바 퇴진 요구…이시바는 "사심 없어" 버티기

요시무라 히로후미 일본유신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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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여당의 잇따른 선거 패배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퇴진론이 제기된 가운데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 내부에서 자민당·공명당 연립 정권 참여에 긍정적인 목소리가 나온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7일 보도했다.
유신회는 혼슈 서부 오사카부에 거점을 둔 정당인데, 당내 일부는 오사카부를 '부(副)수도'로 만든다는 구상을 실현하려면 여당이 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유신회 창설자인 하시모토 도루 전 오사카시장은 지난 21일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연립에 들어가 부수도 구상을 실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유신회 대표인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는 이달 22일 "도쿄 집중 시정, 국가 위기관리, 경제 성장을 고려하면 '부수도'가 중요하다"며 "법안을 만들어 여당에 부딪혀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본 광역지자체는 1도(都·도쿄도), 1도(道·홋카이도), 2부(府·오사카부와 교토부), 43현으로 나뉜다. 유신회는 과거 오사카부를 도쿄도와 같은 '오사카도'로 변경하는 정책을 추진했으나 주민투표에서 부결돼 실패했다.
이에 유신회는 오사카부를 수도권 재해 발생 시 기능을 대체하는 '부수도'로 지정하려 하고 있다.
유신회 관계자들이 연정 참여를 바라는 또 다른 배경에는 지난 20일 치러진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제3야당 국민민주당, 우익 야당 참정당과 비교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 현실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민당과 공명당도 유신회와 손잡아 연정을 확대하면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에서 모두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어 용인하는 견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신회는 정책 면에서 여당과 공통점이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유신회는 이시바 총리의 경우 당내 구심력이 약화했고 퇴진 가능성이 있어 자민당이 차기 총재를 뽑으면 성향 등을 보고 연정 참여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요미우리가 전했다.
이 신문은 "유신회는 자민당의 초점이 될 차기 총재 선거를 지켜볼 것"이라며 개혁 성향으로 언급되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총재가 되면 연립 정권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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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자민당에서는 이시바 총리가 조속히 거취를 표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당 중진인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은 전날 유튜브 프로그램에서 "리더를 포함한 주요 멤버를 정해 다시 해 나가는 모습이 재생을 위해 필요하다"며 총리 퇴진을 압박했다.
그는 이시바 총리가 취임한 이후 중의원 선거, 도쿄도 의회 선거,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모두 패한 것과 관련해 "스리 아웃 체인지의 상태"라고 비판했다.
모테기 전 간사장은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한 바 있다.
교도는 "포스트 이시바 후보 중에서 공개적으로 사임을 요구한 것은 처음으로 보인다"며 "이시바 총리 끌어내리기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하지만 이시바 총리는 전날 NHK에서 총리직 고수 결의가 흔들린 적이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 "그것은 없다"고 부정했다.
그는 "사심을 갖지 않고 국민을 위해, 국가의 미래를 위해 자신을 버릴 것"이라며 미일 관세 협상과 관련해서도 "합의에 이르렀지만, 실행은 이제부터여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시바 총리는 야당이 요구했던 소비세 감세 등을 위해 협의에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일본 언론은 오는 28일 개최되는 의원 간담회가 이시바 총리 거취의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다만 모리야마 히로시 자민당 간사장은 간담회에서 주요 의제가 총리 퇴진 여부가 아닌 참의원 선거 패인 분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익 성향 산케이신문은 1993년 미야자와 기이치 내각이 붕괴할 무렵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죄와 반성의 뜻을 담은 담화를 발표했다는 점을 언급하고 이시바 총리가 전후 80년 메시지를 내려는 지금과 당시 상황이 비슷하다고 전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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