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에 관세 영향 가시화…삼성·LG전자 실적에 반영 시작
2분기 영업익 '반토막'…관세 비용 부담, 수익성에 악영향
8월 상호관세 부과시 부담 가중…"하반기가 더 걱정"

삼성전자 멕시코 케레타로 공장 내 작업 모습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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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비용 부담이 국내 가전업계 실적에 수치로 반영되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 장기화로 글로벌 수요 위축이 길어지는데 관세 부담까지 떠안으면서 수출 비중이 큰 국내 업체들은 이중고에 직면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3월 12일(현지시간) 철강·알루미늄 품목별 25% 관세를 발효한 데 이어 4월 5일 자로 모든 수입품을 대상으로 10% 보편관세를 발효했다.
또 지난달 23일부터 냉장고, 건조기,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쓰이는 철강 파생제품에 50%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이 같은 관세 부담이 본격화한 가운데 한국 가전과 TV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올해 2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냈다.
이날 삼성전자가 발표한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4조6천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5.9% 급감했으며, 시장 전망치도 1조원 이상 밑돌았다.
잠정실적에서 사업부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반도체 사업부인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부진에 더해 가전과 TV를 포함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도 부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박유악 삼성전자 연구원은 "DS부문의 HBM3E 12단 매출 부진과 함께 DX부문 수익성 부진이 전사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DX부문의 부진은 생활가전 제품들의 관세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LG전자 역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LG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6천391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46.6% 줄고, 전 분기보다도 49.2% 감소했다.
2분기에 본격화한 미국 통상정책 변화가 관세 비용 부담과 시장 내 경쟁 심화로 이어지며 비우호적 경영환경이 이어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생활가전과 TV 등의 사업에서 대미 보편 관세와 철강·알루미늄 파생관세 여파로 비용이 증가한 점도 수익성에 영향을 줬다.
이번 LG전자 실적에 대해 황지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특히 6월부터 부과된 철강 파생상품에 대한 관세가 수익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영향 규모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가전제품은 철강 비중이 커 철강 관련 관세 강화는 제조원가 상승과 함께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미국에 가전 생산 기지를 운영하지만 현지 생산은 세탁기 등 일부 제품에 국한됐다.
철강 파생상품 관세의 경우 미국산 철강을 써야 예외인데, 현지 생산 가전에서 미국산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세탁기 외 주요 제품은 한국, 멕시코, 베트남 등에서 생산돼 미국에 수출하기 때문에 관세 부담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업계는 생산 거점 재편 등 관세 대응책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으나, 상호관세 영향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큰 하반기 실적에는 더욱 불확실성이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한국과 일본 등 14개국에 25∼40%의 국가별 상호관세를 적시한 '관세 서한'을 보내 이를 8월 1일부터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한국 대상 관세율은 25%로 명시했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다수의 기업이 하반기에 가중되는 상호관세와 보복·추가 관세를 우려 중"이라며 "철강 관세가 온기로 반영되기 시작하고, 보편관세에 추가로 부과되는 상호관세로 부담이 심화해 2분기보다 하반기에 관세 영향이 걱정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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