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같은 듯 다른 한중일 궁중 회화…독자적 특징 비교 연구해야"
입력 2025.06.27 05:51수정 2025.06.27 05:51조회수 0댓글0

박정혜 한중연 교수 "'왕의 취향' 깃든 왕실 미술, 정체성 나타내"
해외 전문가, 조선 산수화·고려 불교미술 '인정'…"세계적 유산"


'동아시아 왕실문화와 미술' 학술대회 참석한 전문가들

왼쪽부터 이타쿠라 마사아키 일본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 교수, 유키오 리핏 미국 하버드대 교수, 박정혜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위페이친 대만 국립고궁박물원 부원장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원본프리뷰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같은 듯하면서도 다른 게 바로 동아시아 미술의 특징입니다. 시대 혹은 왕의 취향에 따라 달라지는 왕실 미술 또한 그렇죠."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만난 박정혜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한국을 넘어 동아시아 왕실 문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조선 궁중 회화 연구 권위자인 박 교수는 "왕실 미술, 혹은 궁중 미술은 한 국가나 특정 시대의 미감, 정체성을 나타내는 부분"이라며 연구 가치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만의 특징이 뚜렷한 궁중 회화로 의궤, 행사 그림, 장식 그림을 꼽았다.

박정혜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원본프리뷰

의궤는 조선 왕실의 행사를 정리한 일종의 보고서다. 국가적인 의례나 행사가 있을 때 그 내용을 기록과 그림으로 정리한 조선왕조 의궤는 기록문화의 꽃으로 꼽힌다.

조선시대 궁중 행사도는 궁궐에서 왕이 연 행사를 세밀하게 묘사한 그림이다.

행사가 끝난 뒤 참석한 관료들이 합의해 제작했는데, 그 숫자대로 나눠 가져 '기념품' 역할을 하기도 했다. 왕의 모습을 그리지 않는 점은 조선시대 궁중 행사도의 특징이다.

박 교수는 "조선시대 궁중 회화는 앞선 사례를 그대로 따랐다는 점에서 옛것을 존중하는 상고(尙古) 정신이 깃들어 있다"면서 이런 점을 '보수성'이라고 지칭했다.

'동아시아 왕실문화와 미술' 학술대회 참석한 전문가들

왼쪽부터 유키오 리핏 미국 하버드대 교수, 박정혜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위페이친 대만 국립고궁박물원 부원장, 이타쿠라 마사아키 일본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 교수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원본프리뷰

그는 궁중 미술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봤다.

다양한 궁중 행사도가 제작되며 궁중 회화가 발전한 영조(재위 1724∼1776), 정조(재위 1776∼1800)대는 일본 도쿠가와 막부 시대(1603∼1868)에 해당한다.

중국은 청나라 강희(1662∼1722)·옹정(1723∼1735)·건륭(1736∼1796)이 재위한 시기다.

박 교수는 "삼국 모두 정치·사회적으로 안정되고 경제가 발전했으며, 문예가 번영한 비슷한 시기에 궁중 회화를 포함한 미술의 전성기를 누린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유키오 리핏 하버드대 교수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원본프리뷰

그는 "이제는 한·중·일의 궁중 회화, 크게는 왕실 문화를 함께 연구할 시점"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같은 듯 다른 동아시아 삼국의 궁중 회화를 다각적으로 비교 분석해 각 나라의 독자적 특징을 구체적으로 밝혀나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박 교수는 27일 열린 '동아시아 왕실 문화와 미술' 학술대회에서도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국립고궁박물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연 한국미술사학회와 함께 개최한 학술대회는 국내외 왕실 문화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자 마련됐다. 아시아 문화를 연구해 온 하버드 옌칭연구소가 후원했다.

이타쿠라 마사아키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 교수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원본프리뷰

이번 학술대회에 참석한 해외 연구자들은 한국의 문화유산이 더욱 널리 알려지길 바랐다.

일본 내에서 중국 및 한국 회화사 전문 연구자로 잘 알려진 이타쿠라 마사아키(板倉聖哲)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 교수는 조선시대 산수화를 제일로 꼽았다.

이타쿠라 교수는 "조선 왕실 혹은 궁중에서 만든 유물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조선) 왕실의 문화, 그리고 미술품 수준이 높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미국 하버드대 미술사학과 교수이자 일본 회화 전문가인 유키오 리핏 교수는 "개인적으로 고려 불교미술을 연구하고 싶다"며 '엄청나다', '대단하다'고 추켜세웠다.

위페이친 대만고궁박물원 부원장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원본프리뷰

그는 "중국, 일본 작품과 비교하면 크기가 대범하다. 세계적으로도 중요하고 (그 가치가) 발굴되어야 하는 세계적 문화유산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유키오 리핏 교수는 학술대회에서 쇼소인(正倉院·정창원) 관련 내용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쇼소인은 일본 왕실의 '보물 창고', 문화유산의 보고(寶庫)로 여겨진다.

일본 나라(奈良)의 유명 사찰인 도다이지(東大寺) 근처에 있는 쇼소인은 756년 쇼무(聖武) 일왕이 세상을 떠나자 부인 고묘(光明) 왕후가 명복을 빌며 바친 애장품 등이 소장돼 있다.

국립고궁박물관 개관 20주년 기념 학술대회

(서울=연합뉴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별관에서 열린 박물관 개관 20주년 기념 '동아시아 왕실 문화와 미술' 국제학술대회에서 주요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5.6.27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원본프리뷰

대부분은 일본제이지만 한국과 중국 등지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도 있다. 신라시대 묵, 백동가위, 신라촌락문서 등이 한국 유물로 흔히 거론된다.

하버드대 누리집 설명에 따르면 리핏 교수는 현재 쇼소인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리핏 교수는 한반도에서 유래한 유물이 얼마나 되냐는 질의에 "소장품 9천여 점 가운데 95%는 일본제"라면서 "한국제 혹은 한반도에서 유래한 유물의 수량은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고만 답했다.

일본 쇼소인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일본 나라현의 천년 고찰 도다이지(東大寺) 인근에 있는 쇼소인(正倉院·정창원) 모습. 사진은 지난해 9월 방문 당시 촬영한 것. 2025.6.27
yes@yna.co.kr

원본프리뷰

yes@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좋아요
0
댓글0
이 댓글에 대한 법적 책임은 작성자에게 귀속됩니다.
0/300
한일생활정보 한터
한터애드
딤채냉장고
한국시장
국제익스프레스
냥스튜디오
에이스 종합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