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능 속 포퓰리즘 고개…'정부의 실패와 민주주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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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해적 계몽주의 = 데이비드 그레이버 지음. 고병권·한디디 옮김.
바다에서 폭풍을 경험하는 것만큼 끔찍한 건 해적을 만나는 일이다. 해적들은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약탈을 일삼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적들에게는 다른 면모도 있었다. 미국 인류학자인 저자는 해적들이 끼친 긍정적인 영향을 책에서 조명한다. 바로 민주주의다.
저자는 해적이 민주주의 발전에 한 축을 담당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해적 선장들은 흔히 외부인들에게는 무시무시하고 권위적인 악당으로 비쳤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배 위에서 그들의 권력은 극히 제한돼 있었다. 선장은 다수결로 선출되었을 뿐 아니라 마찬가지 방식으로 언제든 해임될 수 있었다.
또한 적들의 추격이나 전투 중에만 명령을 내릴 권한을 가졌고, 그 외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평등하게 회합에 참여해야 했다. 선장과 항해장을 제외하면 해적선에는 아무런 서열도 없었고, 그 권력 또한 부분적이고, 일시적이었다.
저자는 이런 해적들의 특징이 마다가스카르 선주민들과의 교류로 더욱 강화됐다고 말한다. 그는 해적선들, 암보나볼라 같은 해적 마을, 해적들과 긴밀히 협력한 마다가스카르 선주민들이 설립한 베치미사라카 연합은 여러 측면에서 급진적 민주주의를 실험하는 의식적인 시도들이었다고 설명한다.
천년의상상. 2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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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실패와 민주주의 위기 = 윌리엄 하웰·테리 모 지음. 백창재 옮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을 계기로 왜 포퓰리즘이 득세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미국의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미국 정치학자인 저자들은 대통령제 민주주의가 당면한 구조적 위기를 진단하고, 그 속에서 포퓰리즘이 등장한 원인을 설명한다.
책의 흥미로운 지점은 단순히 포퓰리즘을 '나쁜 정치'로 낙인찍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오히려 포퓰리즘의 부상은 기존의 정부 구조가 시민의 요구에 응답하지 못한 결과라고 저자들은 규정한다. 즉, 무능한 정부와 '제도'가 포퓰리즘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대통령제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대통령에게 입법 우선권을 부여하고, 장관과 기관의 구조 및 기능을 조정할 수 있는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며 예산안에 대한 우선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한다.
다만 사면권 남용을 방지하고, 인사 권한과 민주적인 견제를 강화하며 대통령 가족과 측근에 대한 감시를 더 촘촘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인다.
즉, 대통령에게 더 많은 실행 권한을 부여하되, 그 권한을 헌법적으로 통제하고 민주적 책임의 틀 안에서 행사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평론아카데미. 3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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