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동부 추가 장악…2일 이스탄불 회담 성사여부 불투명
유럽, 푸틴 기만술 의심…협상제안 목적이 대공세 준비일 수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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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우크라이나에 휴전 협상을 제안한 러시아가 정작 전장에서는 공세 수위를 높이며 점령 지역을 조금씩 확대하고 있다.
협상 제안은 오히려 국제사회의 휴전 압박을 회피하고 전쟁을 계속하려는 위장술이 아니냐는 의심이 갈수록 굳어지는 형국이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수미주 보돌라이, 동부 도네츠크주 노보필 등을 추가로 장악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이날 이른 새벽 시간부터 드론 109대, 미사일 5기 등으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중 상당수를 요격했다고 주장했지만, 자포리자주에서 9살 어린이가 사망하고 16살 청소년이 다쳤다고 이반 페도로우 자포리자 주지사가 밝혔다.
항구도시 헤르손에서도 러시아의 폭격에 1명이 사망했다.
우크라이나도 드론 공격으로 응수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에 14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날 동북부 러시아 접경 수미주의 11개 마을에 추가 대피 명령을 내렸다. 지금까지 대피 명령이 내려진 수미주 관내 마을은 총 213곳이다.
양국이 서로 피해를 주고받는 상황에서 러시아 측이 제안한 6월 2일 휴전 협상이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성사될지는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러시아는 먼저 회담을 제안하고는 휴전 조건 등을 담은 각서 초안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초안을 인편으로만 전달할 수 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는 일단 러시아가 분명한 휴전을 보장해야 이번 회담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으로, 자국의 휴전 관련 요구사항을 이미 러시아 측에 보냈으니 러시아의 휴전 관련 각서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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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협상을 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무슨 이유에선지 러시아는 그 문건(각서)을 은폐하고 있다. 정말 기이하다. 문서 형식도 분명하지 않다"며 "러시아가 외교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가디언은 러시아가 점령지를 조금씩 늘려가면서 휴전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것 아닌지 유럽연합(EU)이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튀르키예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휴전 압박과 중재 노력 등에 일부분 부응하는 외양을 갖추지만 실제로는 성사 가능성이 없는 휴전 협상을 전쟁 지속을 위한 요식행위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북부 수미주 인근에 병력 5만명을 집결시킨 점도 러시아가 협상을 위장술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에 힘을 더한다.
우크라이나군이 한때 장악했던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주에서 퇴각한 이후, 러시아는 인접지역인 수미주에 대해 공세 수위를 높였다. 우크라이나가 전열을 재정비해 다시 쿠르스크 점령을 시도하지 못하도록 한 의도로 해석됐다.
우크라이나 언론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수미주 인근에서 실제 러시아군의 병력 집결이 관측되고 있다면서, 곧 대공세가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지에서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북부 수미주에서 파괴된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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