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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의 흔적 따라 거니는 평화의 길…신간 '베를린 장벽길 산책'
입력 2025.04.18 05:44수정 2025.04.18 05:44조회수 0댓글0

'베를린 장벽길 산책' 표지

[솔과학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원본프리뷰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베를린장벽이 붕괴한 뒤 장벽을 넘나들며 살던 토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지만 사람들은 장벽을 부수고 자유로이 넘나들 수 있었다. 우리는 어떤가. 통일이 아니더라도 함께 살아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일간지 기자 출신인 백기철 조선대 객원교수가 지난 2023년 독일 베를린 장벽길을 도보로 완주한 경험을 기록한 '베를린 장벽길 산책'(솔과학)을 출간했다. 400리(160㎞)에 달하는 베를린 장벽길은 독일 분단 시절 서베를린을 둘러싸고 설치됐던 베를린 장벽을 따라 조성된 길이다.

저자가 직접 목도한 베를린 장벽길은 역사의 아픔이나 축복만을 간직하고 있지는 않았다. 길을 따라 숲과 들판, 호수와 강이 어우러진 대자연의 향연이 펼쳐진다. 역사의 아픔과 상처를 간직한 어둠의 길이면서도 동시에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빛의 길이었다고 저자는 회고한다. 그가 현장에서 찍은 100여 점의 사진과 지도 자료가 역사의 상흔과 빛나는 자연이 뒤섞인 장벽길의 생생한 모습을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저자는 분단의 역사가 남긴 유산을 통해 한반도의 분단 현실을 성찰하고, 남북한의 새로운 미래도 구상한다. 장벽이 남겨놓은 자리에서 역사의 폭력성과 시민들의 용기를 떠올리고, 시민들의 힘으로 마침내 이뤄낸 독일의 통일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오솔길과 공원을 거닐면서 우리도 언젠가는 사라진 휴전선을 따라 평화의 길을 만들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책은 답사기라는 본연의 역할에도 충실하다. '시내 루트' 6개 코스와 '남쪽 루트' 3개 코스, '서쪽 루트' 5개 코스 등 총 14개 코스에 관한 정보를 상세하게 소개한다. 길을 따라 들어선 레스토랑과 주요 관광지에 대한 정보도 남겨 놓았다.

다만 실제로 걸은 순서보다 기억의 강도와 상징성에 중점을 두고 서술한 점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이런 서술 방식을 통해 독자가 단순한 공간 이동이 아니라 '사유의 순례'를 따르도록 유도한다.

302쪽.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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