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개관 20주년 허준박물관…"'동의보감' 초판 완질본 확보가 목표"
입력 2025.04.17 02:16수정 2025.04.17 02:16조회수 0댓글0

'동의보감' 허준 기리는 서울 강서구 박물관…새 단장하고 볼거리 늘려
김충배 관장 "전시 중심은 사람…문턱 낮추고 품격 높여야죠"


김충배 허준박물관장, 개관 20주년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김충배 허준박물관장이 서울 강서구 허준박물관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4.17 jin90@yna.co.kr

원본프리뷰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허준은 가자(加資·조선시대에 품계를 올려 주던 일)하고, 김응탁·정예남은 모두 승직시키라."

1596년 음력 3월 3일 선조(재위 1567∼1608)는 명을 내린다.

동궁(훗날 광해군을 뜻함)의 병이 낫자 크게 기뻐하며 의관의 공로를 포상한 것이다. 흔히 '마마'로 불린 두창(천연두)은 그 시절 한 번 걸리면 살아남기 힘들 정도로 무서운 병이었다.

왕자의 병을 낫게 한 허준은 정3품 당상관 통정대부의 벼슬을 받았고, 여러 사람을 치료하며 이름을 알렸다. 훗날 그는 '동의보감'(東醫寶鑑)이라는 역작을 세상에 내놓았다.

조선을 대표하는 의학자 허준(1539∼1615)을 기리는 박물관이 개관 20주년을 맞는다. 공립박물관으로 허준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업적을 알려온 뜻깊은 여정이다.

허준박물관 20주년 기념 특별전 개막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21일 서울 강서구 허준박물관에서 관람객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박물관은 개관 20주년을 맞아 '조선의 의사들, 인(仁)을 실천하다' 특별전을 선보인다. 2025.3.21 mjkang@yna.co.kr

원본프리뷰

최근 서울 강서구 허준박물관에서 만난 김충배 관장은 "허준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학문적 성과와 생애, 의학 이야기를 풀어내는 특화 박물관으로 한 걸음씩 걸어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취임한 그는 사실 박물관계에서 이름이 알려진 실력자다.

한양대에서 문화인류학과 고고학을 공부한 그는 LH토지주택박물관 문화재특화부장, 국립고궁박물관 전시홍보과장, 경기도 문화유산전문위원 등을 지냈다.

대학원 시절까지 포함하면 대학 박물관에 국·공·사립박물관까지 모두 경험한 셈이다.

오랜 내공의 그에게도 허준박물관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김 관장은 "말 그대로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간 박물관에서 생활하며 얼마나 자원이 풍부했는지,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았는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허준박물관 20주년 기념 특별전 개막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21일 서울 강서구 허준박물관에서 관람객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박물관은 개관 20주년을 맞아 '조선의 의사들, 인(仁)을 실천하다' 특별전을 선보인다. 2025.3.21 mjkang@yna.co.kr

원본프리뷰

그가 취임했을 당시 박물관 내 학예직은 1명뿐. 다양한 판본의 '동의보감'과 각종 의서, 의약기 등 유물을 관리하고 전시를 꾸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원이었다.

연간 예산이 8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최근 유행하는 실감형 콘텐츠 등을 제작하긴 쉽지 않았다.

김 관장은 "학예직 1명을 더 충원해 나를 포함해 총 3명이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19년 만에 박물관 입구도 새로 단장하고 볼거리도 늘렸다"고 설명했다.

"근처 학교에 다니는 학생, 아파트 주민들이 '박물관이 달라졌네'라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신경 썼습니다. 예산을 정말 박박 긁어서 복도 하나하나까지 꾸몄죠."

인터뷰하는 김충배 허준박물관장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김충배 허준박물관장이 서울 강서구 허준박물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4.17 jin90@yna.co.kr

원본프리뷰

전공을 살려 박물관의 기본인 전시를 기획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고 한다.

'동의보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지 15주년을 맞는 작년에는 그 의미와 가치를 돌아보는 전시를 열었고, 올해는 유학의 핵심 덕목인 인(仁)을 의술로 펼쳐낸 조선시대 의사를 소개했다.

약 45㎡(약 13.6평), 작은 공간에서 알차게 꾸민 전시다.

3층 로비 공간에서는 전통 의약기인 '배밀이'를 다룬 '미니 전시'도 진행 중이다.

김 관장은 "오래된 유물을 보여주는 전시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동의보감'이 왜 의미가 있는지, 그 시절의 의학 기술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다양하게 소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허준박물관 20주년 기념 특별전 개최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21일 서울 강서구 허준박물관에서 개관 20주년 기념 '조선의 의사들, 인(仁)을 실천하다'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특별전은 유학의 최고 덕목인 인(仁)을 의술로 펼쳐낸 조선시대 유의와 의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2025.3.21 mjkang@yna.co.kr

원본프리뷰

김 관장은 "전시의 중심에는 늘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목걸이를 하나 만든다고 생각해볼까요? 구슬도 있어야 하고 실도 있어야 하죠. 구슬이 없으면 빌려오거나 만들어야 합니다. 모든 건 사람 즉, 전문 인력이 필요합니다."

박물관 관련 강의를 하거나 후배들에게 늘 이야기하는 점이 네트워킹, 인적 교류다.

전국 곳곳의 박물관을 찾아다니며 얼굴을 비추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제한된 자원으로 전시를 마련하고 체험·행사를 꾸미려면 그만큼 '발품'이 든다고 했다.

김 관장은 "의학이나 약학을 주제로 다루는 박물관이 세계 곳곳에 있다. 여러 기관과 교류를 쌓고 협력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발판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김충배 허준박물관장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김충배 허준박물관장이 서울 강서구 허준박물관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4.17 jin90@yna.co.kr

원본프리뷰

20년 여정을 딛고 새롭게 내딛는 박물관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동의보감'이 편찬된 이후 처음으로 간행된 1613년 초판 완질본(完帙本·권수가 완전하게 갖춰진 책)을 꼭 박물관 유물로 만나고 싶다고 했다.

25권 25책의 완질본은 한국학중앙연구원과 국립중앙도서관 등이 소장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 소장한 자료까지 3건 모두 국보로 지정돼 있다.

김 관장은 "잘 찾아보면 어딘가에 (추가로)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뜻을 함께하는 시민들과 모금 운동을 벌여 초판 완질본을 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입버릇처럼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박물관은 문턱을 낮추고, 품격은 높아야 한다고요. 언젠가 국보를 소장하게 되면 국립박물관의 꿈도 꿀 수 있지 않을까요?"

'조선의 의사들, 인을 실천하다'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21일 서울 강서구 허준박물관에서 개관 20주년 기념 '조선의 의사들, 인(仁)을 실천하다'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특별전은 유학의 최고 덕목인 인(仁)을 의술로 펼쳐낸 조선시대 유의와 의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2025.3.21 mjkang@yna.co.kr

원본프리뷰

yes@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좋아요
0
댓글0
이 댓글에 대한 법적 책임은 작성자에게 귀속됩니다.
0/300
한일생활정보 한터
엽기떡볶이
치맥킹
mamaron_party
mamaron_kitchen
mamaron_tokyo
한터애드
딤채냉장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