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환율 속 내수부진…식품·외식 경기 나빠지나
"투자·고용 위축되면 소비 줄여…외식부터 허리띠 졸라맬 것"
식품 기업들, 컨틴전시플랜 세워 내년 긴축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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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윤구 신선미 전재훈 기자 =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사태 이후 정국 불안이 높아진 가운데 내수 부진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뜩이나 고물가 속에 내수 부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높아지면 소비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식품·외식업체는 내년에도 내수 부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비용 절감 등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내년에도 경기가 안 좋을 거라 생각한다"면서 "코로나19 때처럼 내부적으로 컨틴전시플랜(비상대응계획)을 세워 내년에 전체적인 비용을 아끼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른 식품업체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커지는데 가뜩이나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더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가 돈을 푸는 등 소비 진작 조치를 활발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식품업계는 지난 3분기에도 이미 내수 부진 영향을 받았다.
내수 비중이 90% 이상인 오뚜기[007310]의 3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오리온[271560]의 한국법인 매출도 줄었다. CJ제일제당[097950]도 내수 소비 부진과 원가 부담 등으로 식품사업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가계 소비나 기업 투자가 지연될 수 있다. 지금의 정국 불안은 내수 회복에 상당한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주요 기업 인재 채용계획 보면 고용 시장이 안 좋아질 수 있는데 이에 대비해 가계에서 허리띠를 졸라맨다면 가장 먼저 줄일 수 있는 것이 외식"이라면서 "내년 봄까진 경기가 안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명동에서 만난 한식주점 점주는 "계엄이다 뭐다 안 좋은 소식만 들려서 심란하다. 올해 장사는 작년의 반토막이고 어제는 손님이 30%는 줄었다"면서 "내년 초까지는 계속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거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이 길어지면서 내수 소비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부터 초콜릿 과자 등 가공식품 가격이 잇따라 오르고 치킨 등 외식 가격도 인상되고 있다. 서울의 칼국수 평균 가격은 9천원이 넘고 냉면은 1만2천원에 육박한다.
업계에서는 환율 변동으로 수입 물가가 뛰면 식품·외식 가격이 더 오를 수도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라면의 경우 원재료인 밀가루와 팜유를 수입하는데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면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달러 강세(원/달러 환율 상승)로 인한 영향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밀가루, 팜유 등 원자재 수입 때문에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환율을 최악의 경우와 정상적인 경우로 나눠 두 가지 시나리오를 짰다"면서 "환율 때문에 굉장히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식품업계에서는 특히 원재료를 비축해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환율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으며, 해외 사업 비중이 큰 기업보다 내수 중심 기업이 환율 상승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본다.
한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나 삼양식품[003230], 농심[004370]같이 해외 현지에서 사업하거나 수출하는 기업은 제품을 팔고 달러로 받으니 환율 상승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실장은 "트럼프 1기 때도 취임 전후 몇 달간 강달러였다"면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전후로) 환율이 높은 수준일 테고 수입 물가도 올라갈 것이다. 수입 물가는 경제 모든 영역에 영향 미치지만, 특히 외식과 식품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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