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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로 돌아가 사랑을 느낀다…영화 '말없는 소녀'
입력 2023.05.26 01:33수정 2023.05.26 01:33조회수 0댓글0

아일랜드 감독 콤 베어리드 작품…아이의 시선에 충실


'말없는 소녀'

[슈아픽처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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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어린 시절 집을 떠나 친척댁에 맡겨진 적이 있는가.

부모가 아프거나 어떤 일로 집을 비울 때 아이는 그런 경험을 하게 된다.

이렇게 평범한 경험을 아름다운 이야기로 빚어낸 영화가 나왔다.

아일랜드 출신 콤 베어리드 감독의 영화 '말없는 소녀'는 엄마의 출산으로 먼 친척댁에 보내져 여름 한 철을 보내는 열 살 소녀 '코오트'(캐서린 클린치)의 이야기다.

코오트는 사랑을 받으며 자라질 못했다. 술과 경마에 빠진 아빠에게 코오트는 그저 '겉도는 애'일 뿐이다. 친척댁에 딸을 맡기면서 하는 말도 가관이다. "얘 엄청 많이 먹어요."

그런 가정에서 코오트는 '말없는 소녀'가 됐다. 자기 존재를 가급적 숨기는 게 제일 편한 길이란 걸 너무 일찍 알아버린 걸까. 엄마의 발소리만 들려도 침대 밑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만삭인 엄마의 출산이 다가오자 코오트는 먼 친척 부부에게 보내진다.

새로운 경험이 코오트를 기다리고 있다.

"세상에, 이게 누구야? 제대로 볼 수 있게 나와 보렴." 친척 부부 중 아내인 '아일린'(캐리 크로울리)이 코오트가 탄 차의 문을 열며 다정한 눈빛으로 말을 건넨다.

'말없는 소녀'

[슈아픽처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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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열 살 소녀의 시선에 충실하다. 관객은 자기도 모르게 코오트가 된다.

코오트가 살 집의 모습을 보여줄 땐 카메라를 낮게 잡아 집을 올려다본다. 2∼3층밖에 안 되는 농가가 무척 높아 보인다.

코오트 방의 벽지에 카메라를 들이대기도 한다. 벽지엔 연기를 뿜으며 달리는 작은 기관차가 무수히 그려져 있다. 벽지 그림을 보고도 상상의 세계에 빠져드는 아이의 시선이다.

어른은 무심코 넘어가도 아이에겐 잊히지 않는 경험도 절묘하게 포착한다.

코오트의 긴 머리를 한 번 빗질할 때마다 수를 세는 아일린의 나직한 목소리나 식탁 귀퉁이에 놓인 자그마한 크림 과자 같은 것들이다.

코오트의 경험은 아일랜드 시골의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진다.

바람이 불면 아름드리나무에 무성하게 달린 잎들이 '쏴' 하고 소리를 낸다. 밤바다의 파도는 달빛을 받아 빛의 향연을 빚어낸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도 능란하다. "이 집엔 비밀이 없단다"라는 아일린의 말은 아이 없이 둘이 사는 이 부부의 비밀이 무엇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렇게 코오트의 시선을 따라간 관객이라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눈물을 참기는 어려울 것이다.

'말없는 소녀'는 아일랜드 작가 클레어 키건의 소설 '맡겨진 소녀'를 원작으로 했다.

이 영화는 아일랜드어로 만들어진 영화로는 최고의 흥행 성적을 거뒀다. 베를린 국제영화제 국제심사위원상도 받았다.

31일 개봉. 95분. 전체 관람가.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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