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급 육아휴직 공무원 기초생활수급비 반환명령은 '위법'

입력 22. 06. 23 14:25
수정 22. 06. 23 14:25

해당 공무원, 강릉시 이어 원주시 상대 행정소송도 승소
법원 "기초생활보장법 위반되고, 법령상 근거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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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육아휴직 끝난 뒤 3년 내 신청하면 급여 지급해야"(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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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무급 육아휴직 기간 기초생활수급비를 수령해 논란을 빚은 전 강릉시 공무원이 지난해 10월 강릉시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데 이어 원주시를 상대로도 같은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법원은 지자체가 해당 공무원에게 휴직 전 소득에 의해 근로소득과 소득인정액을 산정하는 방법으로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이나 수급권을 제한하는 건 위법하다고 판단하며 입법적인 해결 방법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춘천지법 행정1부(윤정인 부장판사)는 전 강릉시 공무원 한모씨가 원주시장을 상대로 낸 '소득인정액소급변경결정처분 취소 및 반환명령 처분 무효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2015년부터 2021년 2월까지 강릉시 공무원으로 근무한 한씨는 2018년 8월 무급 육아휴직을 했다.

한씨는 소득이 없다며 2019년 4월까지 강릉시로부터 생계·주거·의료급여 등 총 1천270여만원을 받은 데 이어 같은 해 8월 원주시로 전입한 뒤 2021년 1월까지 원주시로부터도 총 1천800여만원을 받았다.

원주시는 보건복지부에 질의 등 검토를 거쳐 지난해 4월 '육아휴직은 자발적 휴직으로 소득중단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급여를 반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한씨는 원주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한씨는 "자발적 휴직자라는 이유로 휴직 전 소득을 적용해 소득인정액을 결정한 것은 실제 소득이 아닌 가상의 소득을 적용한 것으로서 법률 위반"이라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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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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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근로자가 무급 육아휴직을 한 경우 다른 근로에 종사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근로소득은 0원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자발적 휴직자의 수급권을 제한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현행 법령하에서는 휴직 전 소득에 의하여 근로소득과 소득인정액을 산정하는 방법은 허용될 수 없고, 그런 이유만으로 수급권을 제한한 건 타당하지 않다고 봤다.

판단 근거로 실제 소득에 관한 규정을 해석하면서 휴직 전 소득이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건 해석의 한계를 벗어나는 점, 근로 능력이 있더라도 수급자로서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 기초생활보장법의 제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점을 들었다.

만약 휴직 전 소득에 의하여 소득인정액을 산정하면 개별가구의 소득인정액이 늘어나게 되므로 근로자뿐만 아니라 나머지 가구원들의 생계·주거·의료급여도 모두 박탈되거나 감액되는 '가혹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게다가 한씨처럼 무급이 아닌 유급 육아휴직을 하는 경우 휴직 전 소득에 더해 육아휴직수당이 이전소득으로서 실제 소득에 합산돼 종전에는 급여를 받았던 수급자가 육아휴직을 함으로써 오히려 급여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어 불합리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주시의 처분은 기초생활보장법에 위반되고 법령상 근거가 없어 허용될 수 없으므로 위법하다"며 한씨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한씨가 생계·주거·의료급여 반환명령 처분을 담당한 공무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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