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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룰라 승리에 축제무대 된 '브라질 광화문'…"최고의 맛은 역전"
입력 2026.10.26 04:58수정 2026.10.26 04:58조회수 0댓글0

시민들 "볼리비아·페루는 실패했지만 우리가 우파 집권 물결 막아"
경적 소리에 '룰라 지지' 노래 울려퍼져…심야에도 인파 계속 늘어
지지자들, 손으로 룰라 이니셜 'L' 만들며 함성…보우소나루 불복엔 야유
룰라, 자정 무렵 파울리스타 거리 등장…국기 흔들며 대선 승리 선언


룰라 대통령이 상파울루 자택 근처에서 지지자를 끌어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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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파울루=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최고의 맛은 역전의 맛이죠. 대선에서 이렇게 극적인 역전은 처음이었어요."

브라질 대선에서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을 지지한 루카스 마우수브(32)씨는 25일(현지시간) 흥분을 주체할 수 없는 듯, 격한 어조로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우수브 씨 주변으로는 인파가 끊임없이 몰려들고 있었다. 함께 온 동료들과 함께 주변을 둘러본 그는 "이제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마우수브가 서 있는 곳은 상파울루 중심지 파울리스타 거리였다.

파울리스타 거리는 브라질의 정치 1번지로 통한다. 정치 집회와 문화행사가 자주 열려 한국으로 치면 광화문 광장과 같은 곳이다. 이런 '브라질의 광화문'이 늦은 밤 인파로 가득 찼다. 룰라 대통령이 또다시 대선에서 승리하면서다.

파울리스타 거리로 나선 룰라 지지자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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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로 치면 경기도에 해당하는 상파울루주(州)와는 달리, 서울이라 할 수 있는 최대 도시 상파울루시는 진보파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곳이다. 미국 뉴욕이나 영국 런던이 대표적인 진보 표밭인 것과 같은 이치다.

룰라 대통령은 상파울루시에서 55.5%의 득표율을 얻어 44.5%에 그친 보우소나루를 압도했다. 그런 상파울루의 중심인 파울리스타 거리는 룰라의 당선이 확정되자 그야말로 축제의 도가니로 변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인파가 거리로 쏟아졌다. 젖먹이를 안고 나온 가족부터 연인과 친구들까지 각양각색이었다. 이들은 서로 어깨동무하고 칙칙폭폭 기차놀이를 하며 거리를 점령해 나갔다. 마치 전쟁이 난 듯 폭죽이 이곳저곳에서 터졌고, 트럼펫 소리와 경적이 성긴 남반구 봄밤의 서늘한 공기를 촘촘히 채웠다.

평소 걸어서 15분도 안 걸리는 거리를 헤쳐가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릴 정도로 거리는 인파로 꽉 막혔다. 어디서 나타나는지 점점 더 많은 인파가 몰렸다. 밤 11시가 넘었는데도 지하철 개찰구에서 끊임없이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개찰구에서 나오고 있는 시민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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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와 친구, 그리고 어린아이를 데리고 거리를 찾은 마시아 크루즈(62) 씨는 "볼리비아, 페루 등 이웃 나라들과 달리 우리가 '우파 집권의 물결'을 막아냈다"며 "룰라와 브라질 국민이 민주주의를 지켜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옆에 있던 바리에스 씨는 "메타 같은 미국 거대 기업이 불공정하게 대선에 개입한 선거였다. 하지만 우리는 역으로 그들을 이용했다"며 "SNS를 통해 막판 홍보에 집중하면서, 예상치 못한 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터뷰하는 룰라 지지자들

(상파울루=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25일(현지시간) 대선 승리 후 룰라 지지자들이 브라질 파울리스타 거리로 나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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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를수록 거리의 열기가 진정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몇몇 직장인들이 "내일 출근 준비를 해야 한다"며 아쉬운 발걸음을 옮기기도 했지만, 떠나는 사람들보다 거리를 새로 채우는 인파가 훨씬 더 많았다. 기마경찰이 타고 지나간 말의 배설물이 거리 한쪽에 쌓이기도 했지만, 누구 하나 개의치 않았다.

폭죽과 경적, 상대 후보를 향한 야유와 룰라 대통령을 응원하는 찬가, 매캐한 연기와 비가 그친 뒤의 싱그러운 봄밤의 공기가 파울리스타 거리를 채우고 있었다. 세계 그 어디에서도 보기 어려운 브라질인들만의 가두행진 같았다. TV에서 봤던 브라질을 대표하는 축제, '카니발'과 대선 후 풍경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룰라 지지자들이 룰라 손가락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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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모인 지지자들은 한 손에 맥주병이나 샴페인을 든 채 축제를 즐겼다. 유세 전광판에 룰라 대통령의 얼굴이 비치자 일제히 손가락으로 룰라(Lula)의 첫 글자인 'L' 자를 만들어 보이며 함성을 질렀다. 반면 보우소나루 측의 대선 불복 성명 발표 장면이 나오자 거센 야유를 보냈다.

"오레 오레 오레 오레, 룰라, 룰라!"

룰라가 승리한 밤, 그렇게 거리의 축제는 계속될 터였다. 경적은 멈추지 않고, 거리는 함성으로 채워질 터였다. 멈추지 않는 룰라 지지 노랫소리와 쿵쾅거리는 경적 속에서 상파울루의 밤은 깊어 갔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청년은 "이 열기라면 아마 밤새도록 축제가 이어질 것 같다"고 했다.

룰라 지지자들로 가득 찬 파울리스타 거리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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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축제가 한창이던 자정 무렵, 룰라 대통령이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파울리스타 거리의 무대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브라질 국기를 흔들며 단상에 오른 룰라 대통령은 "이번 승리는 나 개인의 승리도, 노동자당(PT)만의 승리도 아니다"라며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자유를 원하며, 더 정의로운 나라를 바라는 모든 남성과 여성의 승리"라고 말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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