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일본' 목표로 방위력 강화·대규모 전략 투자·감세책 추진
북중러 대척 속 한일관계엔 공들여…'우익 소신' 자제하며 지지층 달래기도
열풍 식었지만 여전히 탄탄한 지지율…엔저·고물가 대책에 정권 성패 전망

다카이치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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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연합뉴스) 조성미 특파원 = 오는 21일로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이 출범한 지 꼭 1년이 된다.
남성 중심적이고 세습 정치 풍토가 강한 일본 정치계에서 도쿄 명문대가 아닌 지방국립 고베대 출신 여성 의원 다카이치 사나에가 일본 첫 여성 총리로 선출된 것 자체가 일본 정치사의 '사건'이었다.
그는 취임 초기 70%대를 넘나드는 압도적인 지지율을 등에 업고 중의원(하원) 해산과 조기 총선거라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고 압도적인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후 자민당 내 기반이 약하던 비주류 의원에서 '1강'으로 일약 부상했고 이 지위는 현시점에도 큰 흔들림이 없이 유지되는 중이다.
다만 '강한 일본'을 재건하겠다며 내놓은 '다카이치표' 투자 정책과 가계 부담 감경책이 성과를 거두기도 전에 고물가와 엔화 약세를 부르며 서민 경제를 압박할 가능성이 그의 향후 정치생명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변수로 부각하고 있다.
◇ 일본 첫 女총리로 극적 선출…지지율 업고 중의원 해산 승부수
다카이치 총리는 2024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두 번째 도전했다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에게 2위로 져 낙선했다. 지난해 10월 세 번째 출마에서 유력 후보였던 고이즈미 신지로 현 방위상을 꺾고 자민당 신임 총재로 드디어 선출됐다.
그러나 26년간 자민당과 연립 여당을 이뤄 공조했던 공명당이 연립정권 이탈을 선언하며 다카이치 자민당 총재의 총리 앞날에 먹구름이 꼈다.
이에 자민당이 제2야당이었던 우익 성향의 일본유신회와 연정 수립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총리 지명선거를 거쳐 일본 첫 여성 총리이자 제104대 총리로 취임했다.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출범 초기 60∼70%대를 기록하며 고공 행진했다. 2020년대 들어 출범한 스가 요시히데, 기시다 후미오, 이시바 시게루 내각 발족 당시와 비교해 상당히 높은 지지도였다.
일본 정치의 '공식'을 깬 다카이치 총리의 배경과 정치 스타일, 서민적인 간사이 지역 사투리를 섞어 쓰는 소탈한 인간적 면모, 귀에 쏙쏙 박히는 직관적인 화법의 구사, 직접 장을 보고 아픈 남편을 병간호한다는 생활인의 모습이 열광적인 지지로 이어졌다.
다카이치 총리는 높은 지지도를 밑천으로 '정치적 도박'에 나선다.
올해 1월 정기국회 개회와 동시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다음 달 총선을 치르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2024년 10월 하순에 치러진 직전 총선으로부터 1년 4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정치적 이유로 해산을 결정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사례로 받아들여졌다.
예산위원장, 헌법심사회 회장 등 주요 보직을 야당 의원들이 차지하고 있고 여당 의석수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을 타개해 향후 국정 주도권을 쥘 의도로 총리직을 걸고 던진 승부수였다.

다카이치 "자민당 후보에게 한 표를"
(요코하마=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중의원 선거(총선)를 앞두고 31일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에서 집권 자민당 후보 지원 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6.1.31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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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치러진 총선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인기를 등에 업은 자민당이 의석수 3분의 2 이상을 휩쓰는 역사적인 대승을 거두면서 다카이치 총리는 무사히 제105대 총리로 다시 선출됐다.
다만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는 참의원(상원)에서는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 일부 법안 처리에서 야당과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당내 기반이 미미했던 자신의 약점을 실세인 아소 다로 부총재와 손잡음으로써 해소했고 '다카이치 1강' 체제를 구축하면서 방위력 강화, 확장 재정책 등 주요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다만 70%에 달하던 지지율은 최근 꽤 하락한 상황이다. 최근 단행한 개각에서 야나 가즈오 농림수산상이 부당한 예산 삭감 관련 발언과 불법 기부 혐의 등으로 논란을 빚은 뒤 28일 만에 물러나는 등 다카이치 1강 체제의 허점이 조금씩 드러난 여파다.
19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 매체가 지난 17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49.1%로 정권 출범 이후 처음으로 50%를 밑돌았다.
하지만 비(非)지지율 33.0%로 여전히 지지율이 더 높아 일본 유권자들이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기대감을 완전히 거두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27년 9월 치러질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재선에 성공할지가 향후 일본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총재 선거에서 그와 맞붙었던 고이즈미 방위상, 하야시 요시마사 전 총무상이 대항마로 꼽힌다.
◇ 야스쿠니 참배 보류·한일 셔틀외교 계승…북중러와는 대립
다카이치 총리는 총리 취임 전에는 봄가을 열리는 야스쿠니 신사 예대제(例大祭·제사)에 참배한 전력이 있는 우익 성향 인사였다.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담은 '무라야마 담화'가 발표된 1995년 정치 신인이었던 그는 "적어도 나 자신은 (전쟁의) 당사자라고 말할 수 없는 세대이기 때문에, 반성 따위는 하고 있지 않으며 반성을 요구받을 이유도 없다"고 언급한 적도 있다.
이러한 이력 때문에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한 뒤 역사 인식을 놓고 주변국들과 긴장 관계를 형성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정치인 개인에서 국사(國事)를 책임지는 총리로 지위가 바뀌자 그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그만두고 보다 소극적인 행위인 공물 봉납으로 선회했다.

일본 전몰자 추도식에 참석한 다카이치 총리
(도쿄 교도=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한국 광복절이자 일본 패전일 열린 전몰자 추도식에 참석했다. 그는 야스쿠니 신사는 참배하지 않았지만, 전몰자 추도사에서 과거 일제 피해에 대한 반성을 언급하지 않으며 다소 우경화된 행보를 보였다. 2026.8.15.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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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야마 담화를 포함한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는 등 관련 발언에서도 수위를 조절했다.
이는 중국·러시아·북한을 일본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국가들로 인식하며 주변국들과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한국과의 관계까지 악화할 경우 외교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일 협력 체제에 균열이 가는 것을 원치 않는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8월 15일 열린 일본 전몰자 추도식 참가 직전에 수백m 떨어진 야스쿠니 신사를 향해 절을 올리는 '요배'를 단행했다.
이는 한미 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자국 내 보수층 지지자들의 기대를 충족하고 평소 소신을 미약하게나마 실현한 행위로 평가됐다.
지난 17일 열린 야스쿠니 신사 추계 예대제에 다카이치 총리는 참배를 보류했지만, 그의 측근이자 국가안보를 담당하는 와카미야 겐지 총리 보좌관이 참배를 단행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셔틀 외교에 충실히 임하는 등 어느 때보다도 가까운 한일 관계 태동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중국과는 총리 취임 직후인 지난해 11월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내놓은 이후 관계가 경색됐다.

대화하는 한-일 정상
(에비앙=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및 초청국 확대회담 2세션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2026.6.17 [공동취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xy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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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하며 핵심 광물 수출 규제, 여행·유학 자제령 등 보복 조치에 나섰다.
다카이치 총리로서는 일본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해 중국과 관계 개선을 시도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중국이 강경 입장을 고수하는 현재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카드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관계 회복에 나선 것도 다카이치 총리 입장을 난처하게 하고 일본이 고립되는 것 아니냐는 일본 내 불안감이 퍼지는 계기가 됐다.
'일본 열도를 강하고 풍요롭게'를 내건 다카이치 총리는 2040년까지 370조엔(약 3천124조원)을 인공지능(AI)·반도체·식량 안보 개선 등 전략 분야에 쏟아부어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식료품 소비세율 한시적 인하 등 감세에도 나섰다.
전략 투자가 결실을 거두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지만, 안 그래도 국가 부채 비율이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일본이 확장 재정에 나선다는 소식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엔화 약세와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한 일본이 되겠다며 헌법에 자위대 명기를 추진하고 방위비를 대폭 확대하는 방침도 재정 지출로 이어질 조짐이다.
서민적인 스타일로 인기를 한 몸에 얻었던 다카이치 총리가 야심 차게 추진한 정책들이 서민들의 삶에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여부에 일본 유권자들의 지지율 향방이 달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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