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앙 주변 마을 주민들 "이젠 일상으로"…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
경북 민간건축물 내진율 11%…오래된 주택 '지진 안전 사각지대'

경주지진 진앙 인근인 내남면 부지1리 현재 모습
[촬영 손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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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그때는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대피한다고 집 밖으로 나가서 남편이 발을 떼자마자 그 자리에 2층에 있던 블록이 떨어졌어요. 자칫했으면 크게 다칠 뻔했지요."
7일 경북 경주시 내남면 부지1리에서 만난 75세 주민은 10년 전 '그날'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그날은 2016년 9월 12일, 규모 5.8의 경주지진이 발생한 날이다.
지진 발생 10년을 맞아 다시 찾은 진앙 인근 마을은 무너졌던 담과 벽이 대부분 복구돼 겉으로는 평온한 일상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기억에는 당시의 충격이 여전히 생생하다.
오래된 민간 건축물의 낮은 내진율 등 지진에 대비해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내남면 부지리는 오후 7시 44분께 일어난 규모 5.1 전진의 진앙이었고, 인근 화곡리는 오후 8시 32분께 일어난 규모 5.8 본진의 진앙이었다.
1978년 기상청 계기 관측 이래 가장 큰 규모 5.8 지진이 발생하면서 경주뿐만 아니라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진동이 감지됐다.
정부의 경주지진 백서에 따르면 지진으로 23명이 다쳤고 5천368건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진앙과 가까운 내남면 농촌지역의 피해가 컸다.
주택 담이 무너지고 벽이 갈라졌으며 창고가 주저앉고 옥상 블록이 떨어졌다.
이날 부지1리에서 만난 주민들은 모두 크고 작은 피해를 봤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자연재해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탓에 대부분 주민은 별다른 지원 없이 자력으로 복구했다.
일부 주민은 100만원 안팎의 지원을 받았지만 실제 복구에 든 비용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다고 전했다.
84세 주민은 "지붕도 금 가고 했지만 지원금이 안 나온다고 해서 새로 보수했다"고 했고, 75세 주민은 "90만원인가 지원받았지만 그 돈으로는 복구하는 데 별 도움이 안 됐다"고 말했다.
부지2리의 한 주민은 무너진 창고를 철거한 뒤 닭장을 만들었다.
이 주민은 "그때 면사무소에서도 나와서 조사해 가더니 하나도 지원된 게 없었다"며 "이장이 와서 부서진 창고 치워준 게 전부"라고 털어놓았다.

사진 왼쪽은 2016년 지진 직후 무너진 창고. 오른쪽은 닭장으로 변한 현재 모습.
[촬영 손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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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에는 마을에서 지진 피해 흔적이 사라지면서 상처가 아문 듯했다.
많은 주민은 "지진 이후에는 계속 불안했지만 시간이 흐르니 불안감이나 공포감은 별로 없다"라거나 "의식을 하지 않고 산다"라고도 했다.
그러나 일부 주민은 여전히 마음속 불안감을 완전히 잠재우지는 못했다고 했다.
한 주민은 "지진 때 따로 진료받거나 치료받은 기억이 없다"며 "요새도 어디에 가더라도 떨어질 만한 건 우선 바닥에 놓는다"고 밝혔다.
경주지진 당시 긴급재난문자 발송이나 대피 등 초기 대응에 많은 허점이 드러났다.
이에 정부는 긴급재난문자 발송 체계를 기상청으로 일원화했고 옥외 대피소와 실내 구호소 위치를 지정해 많은 국민이 알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하고 있다.
경주지진은 또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국민에게 각인시켰다.
2016년 경주지진이 발생한 이후 한반도에서는 그 이전보다 지진이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다.
기상청 지진연보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한반도에서는 규모 2.0 이상 지진이 연평균 53.4건 발생했다.
이후 2016년부터 2025년까지 10년간 한반도에서는 규모 2.0 이상 지진이 연평균 116.5건 발생해 그 이전보다 2배 이상으로 늘었다.
경주지진이 일어난 2016년에는 252건, 포항지진이 일어난 이듬해 2017년에는 223건이 발생했다.
유달리 많이 발생한 2016년과 2017년을 빼더라도 2018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지진은 86.25건으로 경주지진 이전보다 훨씬 많다.
또 지진의 디지털 관측이 시작된 1999년 이후 2025년까지 전국 광역 시도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의 지진 횟수는 경북이 427건으로, 2위인 경남(56건)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즉 최근 들어 한반도에서 지진이 자주 나는 가운데 경북에서 특히 지진이 더 자주 발생한 셈이다.

경주지진 진앙 인근인 내남면 부지1리 현재 모습
[촬영 손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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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부와 경북도는 내진보강사업을 통해 내진율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경북의 공공시설물 내진율은 2016년 36.8%에서 지난해 말 기준 66.8%로 높아졌다.
도는 올해 말까지 69.2%로 상향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수력원자력도 모든 원자력발전소의 내진성능을 규모 6.5에서 7.0으로 상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공공시설물과 달리 민간건축물 내진율은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도내 민간건축물 내진율은 전체의 11.0%, 내진설계 대상의 13.54%에 불과하다.
많은 민간건축물이 지진이 발생했을 때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셈이다.
경주지진을 계기로 개정된 건축법에 따라 2017년 12월부터 신축하는 모든 주택에는 층수와 연면적에 상관없이 내진 설계가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법령이 소급 적용되지 않고 내진 보강에 많은 비용이 들다 보니 오래된 주택은 지진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경주지진 이후로 민간건축물의 경우 국고보조를 통해 내진 보강을 하고 있지만 워낙 많은 비용이 들어서 1년에 1∼2건의 공장 건물 보강에 그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민간건축물의 내진율을 빠르게 높일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2016년 경주지진 당시 통행 금지 안내판 세워놓은 불국사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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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경주지진 당시 무너진 내남면 부지리 담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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