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서 번역 멘토링…"텍스트 존중하고 번역가 주관성도 알아야"
"작가의 미학·감수성 따르되 과도한 분석 말아야"
"6년만에 방한, 더 현명해졌길…2호선 타고 내 티머니 카드 아직 쓸 수 있길"

2016년 서울에서 기자회견 하는 데버라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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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늘 삶과 언어에 속한 모든 것, 그리고 우리가 씨름하는 윤리적 문제들을 향한 애정과 존중의 마음을 담아 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번역해온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원작의 문학성을 살려낸 영어 번역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을 전 세계에 알린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 영국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38)는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본인의 번역에 관해 만족하는 부분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스미스는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현 인터내셔널 부커상)에서 한강과 공동 수상했고, 이후 '소년이 온다', '흰', '희랍어 시간'(공동번역) 등 한강의 다른 소설과 배수아의 여러 작품을 번역했다.
한강의 2024년 노벨상 수상 이후에도 한동안 대외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스미스는 지난달 27∼29일(현지시간) 옥스퍼드대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한영 번역 지망생 및 후배 번역가들을 대상으로 멘토링에 나섰다.
'채식주의자'의 부커상 수상 이후 한국 문학의 국제적 입지는 확연히 달라졌다. 이제 한국 작품들은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뿐 아니라 스웨덴어, 이탈리아어, 네덜란드어 등 다양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 독자들에게 읽힌다.
옥스퍼드대와 주영한국교육원이 워크숍을 기획한 것도 한국 문학에 대한 열기가 뜨거운 만큼 지속 가능성을 위해 좋은 미래 번역자들을 양성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은 케어(조지은) 옥스퍼드대 교수는 "일시적인 붐에 그치지 않으려면 한글과 한국어 교육, 한국 문학에 대한 이해, 번역이 유기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고 영문학을 전공한 스미스는 '좋은 번역'이 무엇인지 물음에 "텍스트를 존중하고 번역가 주관성도 알아야 한다"며 이는 변치 않는 기본 원칙이라고 답했다.
후배 번역가들을 위해서는 언어의 묘미에 민감한 작가의 미학과 감수성을 따르면서도 과도한 분석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16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 당시 데버라 스미스와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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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워크숍에서 후배 번역가들에게 어떤 걸 중점적으로 가르쳤나. 좋은 번역가가 되기 위한 조언은
▲ 내가 강조한 한 가지는 작가란 언어의 묘미, 즉 미학적이고 그래서 정서적인 측면에 민감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번역가도 그와 같아야 하고, 단어 선택에 있어 그 감수성을 따르면서도 과도하게 분석하지 않도록 자신을 믿어야 한다. 너무 지능적인 일이어선 안 된다. 아마도 초안의 90%는 무의식적으로 이뤄질 거다.
둘째로는, 어떤 효과를 복제하는 것과 그 효과를 만들어내는 데 사용된 기법을 복제하는 것 사이엔 중요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언어에선 같은 기법이라고 꼭 같은 효과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고 원본에 없는 부수적인 효과가 생길 수도, 문체나 문맥상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번역에는 여러 스타일이 있을 수 있고 정답이 하나가 아닐 수도 있다. 좋은 번역이란 무엇인가. 그에 대한 생각은 지난 10여년간 달라졌나
▲ 변치 않는 기본 원칙들이 있다. 텍스트를 존중해야 하고 번역가 자신의 주관성과 그것이 번역에 어떻게 드러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연해 보일 수 있지만, 문학과 언어에 대한 사랑이 필요하다.

데버라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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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 많이 다른 두 언어를 오가면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틈을 어떻게 좁히려고 하나. 특별히 오래 고민됐던 문장이나 스스로 만족한 문장은
▲ 어떤 번역이든 더 오래 걸리는 단어나 문장이 있게 마련이다. 앞에서 언급한 그 10%다. 어째서인지 내 기억에 남은 사례들은 모두 '소년이 온다'에 있는데, 모두 인물들이 비극 이전의 시기를 기억하는 부분이다. 동호의 가슴을 저미는(lacerated) 정미에 대한 기억, 한옥 마당에서 펌프질한 물로 양은 대야를 채우는(crackle) 모습, 정대가 자전거를 탄 기억이다. 뒷부분에 내가 'what must we do to have humanity be one thing and not the other'로 잘못 기억하고 있던 부분(원문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이 있는데, 다시 찾아보니 나는 'what do we have to do to keep humanity as one thing and not another'를 택했다. 이 질문은 이 책에, 그리고 한강의 작품 전체에 중대한 질문이기에 여기에 오랜 시간을 썼다.
나는 늘 삶과 언어에 속한 모든 것, 그리고 우리가 씨름하는 윤리적 문제들을 향한 애정과 존중의 마음을 담아 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번역해온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한강의 웃음
(아비뇽<프랑스>=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작가 한강이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아비뇽에서 한국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6.7.16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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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작가는 지난달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로 부담스러웠는데 이제 관심이 많이 줄어든 것 같아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고 했다. 번역자로서 마음은 어땠고 이후 어떻게 바뀌어 왔나. 한강 작가와는 계속 좋은 인연을 유지하고 지내는가
▲ 노벨상 수상자 발표 당시, 그런 상에 따르는 주목의 강도 때문에 한 작가를 좀 걱정했다. 그리고 부커상과 달리 노벨상은 나와는 관계가 없기 때문에 기뻤다. 처음 겪었을 때 얻은 교훈으로 어떤 인터뷰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인도에서 살면서 아기를 키우느라 바빴다. 그래서 문학계로부터 좋은 의미로 완전히 단절돼 있었고 격리돼 있었다.
수년간 한국을 방문하지도, 한 작가의 작품을 번역하지도 않았기에 자연스럽게 예전만큼 자주 연락하지는 못한다. 언젠가는 내 딸을 한 작가에게 소개해주기를 고대한다.
-- 한국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한 이후로 16년이 흐른 지금 한국어란 어떤 의미인가
▲ 난 한때 한국 문학계의 일원이었으나 의식적으로 빠져나오기를 택했다. 예기치 않게, 비교적 젊은 나이에 스포트라이트 속에 던져졌고, 그 많은 측면이 내게 상처를 입혔다. 슬프게도 이 때문에 한국, 심지어 한국어에도 부정적인 연상이 너무 많이 생기게 됐다. 이제 나는 올해 10월에 나이가 더 들고 바라건대 더 현명해진 채로 6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에 돌아간다. 다시 한국말에 둘러싸이는 건 꿈 같은 일일 거다. 김밥 아줌마들을 보고, 2호선 타고 한강을 건너고. 내 티머니 카드를 아직 쓸 수 있기를 바란다.
-- 지금 번역 중인 작품이 있나
▲ 김해자의 시를 번역 중이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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