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년에 걸친 변화 추적한 신간 '선악의 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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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인류 역사에서 도덕은 어떻게 생겨났고 어떻게 발전해 지금에 이르렀을까.
독일 철학자 하노 자우어는 신간 '선악의 발명'에서 도덕의 기원과 역사를 추적하며 이 같은 질문에 답한다.
500만년 전 인간이 협력 능력을 갖추게 된 과정에서 시작해 처벌과 사회적 제재의 발달, 기술 발전·문화적 진화와 맞물려 나타난 집단적 가치와 규범, 불평등의 출현과 근대적 도덕관념의 탄생, 최근의 도덕 담론 과열과 정치적 양극화에 이르기까지 인류사에서 있었던 도덕의 변화를 다룬다.
진화생물학과 문화인류학, 사회심리학, 인지과학 등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과 악, 미덕과 악덕이 사회 발전과 시대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진보하고 바뀌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초기 인류는 불안정한 환경과 부족한 자원을 둘러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소규모 무리 내에서 사회적 유대를 다지고 협력해야 했다.
개인의 생존이 무리의 성공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더 큰 공공의 이익을 개인 이익보다 우선하거나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가치 있는 행위가 되며 협력이 인간 도덕의 핵심 토대가 됐다. 다만 이는 같은 무리 안에서 그랬고, 다른 무리에겐 대체로 극히 적대적이었다.
집단 규모가 커질수록 인간은 결속 유지를 위해 공격성을 절제하고 자기 통제를 하는 동시에, 처벌과 사회적 제재를 통해 집단 내 비협력적 행동의 이익을 줄이는 법을 배웠다.
이에 따라 인간은 규범에 순응하는 존재가 됐지만 한편으론 타인이 집단의 규범을 준수하는지 감시하고 위반 시 가혹하게 징벌하려는 심리가 생겨났다
도덕적 규범과 가치는 문화적 진화를 촉진했고 인간은 축적된 문화적 자본을 최대한 흡수하기 위해 타인으로부터 배우는 존재가 됐다. 그리고 집단에 공유된 가치가 사회적 학습에 필요한 신뢰의 척도로 작동했다.
기술 발전으로 사회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원래의 평등주의가 엄격한 위계질서로 대체되고 사회, 경제, 정치적 불평등이 심화하며 이에 대한 반감도 커졌다.
이후 서구를 중심으로 개인주의적인 인간형이 나타나면서 사회조직 근간이 친족 네트워크와 위계질서에서, 개인 간 자발적인 협력으로 옮겨가고 경제 성장, 과학의 진보, 정치적 해방이 이어지며 이른바 근대화가 시작됐다.
책은 20세기에서 오늘날에 이르는 현대사회의 도덕에 관해서도 다룬다.
저자는 물질적 풍요 속에 인간의 평등을 실현하라는 요구가 더욱 커져 혜택받지 못한 소수자의 사회정치적 지위에 도덕적 우선순위가 주어졌다고 말한다.
만인의 자유와 평등이란 모순된 약속이 기대만큼 빠르게 실현되지 않는 데 대한 좌절과 분노 속에서 사회는 '우리'와 '저들'로 갈라진다. 사회정의를 둘러싼 담론은 과열되고, 같은 진영에 속하는 사람만 신뢰하면서 사회 분열이 쉬워졌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그러면서 현재의 도덕적 분위기는 지금까지 도덕의 역사를 형성해 온 요소들이 불운하게 조합된 결과라고 표현한다.
"안으로는 우호적이고 협력적으로 행동하면서 밖으로는 의심과 적대감을 드러내는 집단들이 서로 싸운다. 이들은 자신의 규범과 가치를 때로는 가혹한 제재로 지키고, 자신이 동일시하는 사람만 신뢰한다."
그러나 저자는 정치적 신념이란 생각보다 피상적이고 일시적이며, 인간을 묶는 도덕적 가치는 생각보다 깊다면서 인간이 공유하는 가치에 집중해 정치적 분열을 극복할 것을 제언한다.
민음사. 김태한 옮김. 4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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