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아동문학가…아르코 후원으로 남이섬 머물며 창작
"세상에 온기 주는 게 문학 역할…한국 그림책 작가와 협업했으면"

질문 듣는 하인츠 야니쉬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2024년 수상 작가인 하인츠 야니쉬가 21일 서울 종로구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2026.4.21 scap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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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남이섬에 머문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남이섬에 있는 동안 일곱 개의 짧은 스토리를 창작했고, 오스트리아에서 쓰던 모차르트 관련 동화 작업도 마쳤습니다."
21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예술가의집 라운지에서 기자들과 만난 오스트리아의 아동문학가 하인츠 야니쉬(66)는 한국을 처음 방문한 소감에 대해 "굉장히 생산적인 시간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야니쉬는 일곱 개의 짧은 스토리에 대해 "오스트리아에서 1920년대 한국 구전동화에 대한 책을 발견해서 가져왔고 제 나름대로 이야기를 재해석했다"며 "출판은 오스트리아나 독일에서 하더라도 그림을 그리는 분은 한국에서 섭외하고 협업해서 그림책을 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의 문학후원레지던시 사업의 하나로 한국을 방문한 그는 이달 2일부터 17일까지 남이섬에 머무르며 창작 활동을 했다.
이어 24일까지 서울 프린스호텔에서 제공하는 창작공간에 머물며 '작가와의 대화' 등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질문 듣는 하인츠 야니쉬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2024년 수상 작가인 하인츠 야니쉬가 21일 서울 종로구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2026.4.21 scap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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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오스트리아 규싱에서 태어난 야니쉬는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아동문학가이자 공영방송 ORF 라디오의 저널리스트다.
빈대학교에서 독문학과 저널리즘을 전공한 그는 1989년 이후 그림책, 시, 산문, 희곡, 무용극 대본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발표했다.
그의 작품은 20여개 이상 언어로 번역·소개됐으며, 국내에도 '내 말 좀 들어 주세요, 제발', '전쟁의 이유', '안데르센의 마지막 선물' 등 주요 작품이 번역·출간됐다.
특히 2024년 '아동문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으며 명실상부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올랐다.
야니쉬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형편 탓에 일과 공부를 병행해야 했다며 어린이 신문사에서 아르바이트한 경험이 작가로서의 출발점이 됐다고 돌아봤다.
어린이 신문사에서 인터뷰를 맡으며 아동문학가들과 교류하게 됐고, 직접 작품을 써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는 것이다.
또 라디오 저널리스트로서의 경험 역시 그의 문학에 깊이 반영돼 있다. 경청과 공감, 일상의 사소한 것에 대한 관심은 그의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가치다.
라디오에서 주로 인터뷰 프로그램을 제작한 그는 "큰 업적을 쌓은 인물을 보며 유년기의 사소한 경험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버지가 경찰관이셨는데 낮에 힘들게 일하고 와서도 저녁에 꼭 한 시간씩 책을 읽으셨다"며 "아이인 저로서는 '책에 무엇이 있길래 저렇게 아버지가 읽는 것일까'라는 생각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유년 시절을 떠올렸다.

한국 찾은 하인츠 야니쉬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2024년 수상 작가인 하인츠 야니쉬가 21일 서울 종로구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열리는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4.21 scap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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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요즘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과연 어른들은 충분히 읽고 있는가, 부모가 모범이 되고 있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야니쉬의 작품은 시, 아포리즘(잠언)처럼 압축된 형식이 특징이다. 그는 짧은 형식 속에 밀도 높은 의미를 담아내며, 아동문학이 단순한 교훈 전달을 넘어 사유와 감각의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 작가로 평가된다.
안데르센상을 주관하는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 심사위원회는 그에 대해 "독자의 상상력에 여백을 남기는 짧은 형식의 대가"라고 호평했다.
야니쉬는 "의도적으로 책에 여백을 좀 많이 둔다. 왜냐면 책은 상상력을 발휘하게 해주는 첫 공간이기 때문"이라며 "독자들이 상상할 수 있도록 초대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또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으로 많은 사람이 고통받는 오늘날의 현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자기 작품인 '전쟁의 이유'를 언급하며 "군복을 벗으면 누구나 다 같은 사람일 뿐이다. 전쟁이 얼마나 무의미한가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 찾은 하인츠 야니쉬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2024년 수상 작가인 하인츠 야니쉬가 21일 서울 종로구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열리는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4.21 scap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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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리'라는 작품에서는 다리를 사이에 두고 만난 두 거인의 이야기를 통해 상대방을 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협력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그는 문학의 본질적 역할도 강조했다.
야니쉬는 "어둠 속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빛을 비추는 사람이 돼야 한다"며 "세상에 온기를 주고, 호기심을 자극하고, 용기를 불어넣는 것이 문학인의 역할"이라고 했다.
또 한국의 어린이 독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각자의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읽은 다음에 끝을 한번 스스로 써봐라'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며 "책을 읽으면 굉장히 많은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이 읽으라는 얘기를 해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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