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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봉쇄 현실화에 유가급등 조짐…韓 산업계 '비상'
입력 2026.03.03 01:48수정 2026.03.03 01:48조회수 0댓글0

보급선 다변화에도 수입원유 71%가 중동산…사태 장기화 우려
유가급등으로 전기료 인상압박…반도체·철강·석화 등 부담
내수부진 시 전체 산업에 악영향…에너지 안보 강화 추세도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한지은 강태우 기자 =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우리나라 산업 전반이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럽이 에너지 부족으로 큰 위기를 맞은 것처럼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처럼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지역의 타격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경우 최근 우리나라 경제 회복세를 이끌고 있는 반도체 산업부터, 뼈를 깎는 구조재편 중인 석유화학 업계까지 경제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국제유가 전망은(?)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지난 주말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여파로 글로벌 자산 시장이 출렁거리는 분위기다. 이란의 보복 공격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혼돈으로 국제유가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장외시장에서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주 금요일 종가보다 8∼10% 급등한 배럴당 80달러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2일 거래소가 문을 열면 급등세가 예상된다.
이날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 경유 등의 가격이 표시돼있다. 2026.3.2 seepho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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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산업계에 따르면 이란이 봉쇄에 나선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20~30%가 지나는 핵심 에너지 수송로로, 우리나라 에너지 수송에서도 '대동맥'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중동 원유 도입이 전체의 70%에 달하고, 이 중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일본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90% 안팎에 달하고, 대만도 70~80%에 달할 정도로 아시아 전체가 중동에 에너지를 의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봉쇄될 경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타격이 막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럽이 러시아산 가스 의존 문제로 위기를 겪었듯, 아시아는 중동산 원유 의존 구조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지리적으로 대체 수송로 확보가 쉽지 않고, 원유의 장기 계약 비중이 높아 도입선 전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어 문제는 더욱 커진다.

한국은 중장기 정책으로 원유 도입선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한국석유공사 집계 결과 올해 1월 기준에도 국내 원유 수입량의 71%가 중동산이고, 아메리카산은 23%, 아시아는 4%, 아프리카는 2%에 그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벌써 국제유가가 급등하기 시작하면서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TV 시청하는 외국인들

(영종도=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중동 지역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며 두바이행 노선 등이 결항한 가운데 1일 인천공항에서 외국인들이 관련 뉴스를 바라보고 있다. 2026.3.1 kjhpr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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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6.7% 상승한 배럴당 77.74달러로 마감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도 배럴당 71.23달러로 전장 대비 6.3% 올랐다.

사태가 조기에 종료되지 않을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유가 상승은 에너지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다시 커질 수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2년 러·우 전쟁 발발로 글로벌 연료비가 급등한 뒤 7차례에 걸쳐 약 70% 인상됐다.

최근 국제 유가가 60달러 초반대로 안정되면서 전기요금 인하 요구가 커졌으나, 이번 사태로 인해 요금 재인상에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산업계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반도체와 철강,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등 생산원가에서 전기요금 비중이 큰 업종을 중심으로 수익성 악화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는 최근 인공지능(AI) 산업 급성장에 따라 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전력 사용량도 증가하고 있어 비용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구조재편에 돌입한 석유화학 업계로선 전기료 추가 부담 시 업황 회복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 위축으로 인해 유가 상승을 제품가에 반영하기 힘든 한계도 여전하다.

내년 1분기 전기요금 동결 시사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내년 1분기 전기요금 동결을 시사했다.
김 장관은 지난 17일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다음 주 발표될 것으로 알려진 내년 1분기 전기요금과 관련해 "지난 3분기와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은 지난 9월 올해 4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사진은 18일 서울 시내의 한 오피스텔에 설치된 전기계량기. 2025.12.18 hwayoung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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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는 단기적으로 정제마진 개선 효과로 인해 수익성이 제고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지만, 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내수 부진과 수요 둔화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미 상승 흐름을 타고 있는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더 오를 가능성도 커지면서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린다.

10주 연속 하락하던 주유소 기름값은 이번 사태를 앞두고 지난주까지 연속 2주 오른 바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반영된다"며 앞으로 오름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협회는 또 유가 급등 지속 시 차량 운행 감소와 여행 수요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세계 각국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석유 제품 비축량을 확대하고 수출 통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어 장기적으로 에너지 수급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이충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에너지는 국가 경제와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은 필연적으로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과거 러·우 전쟁 당시 유럽이 겪었던 에너지 부족 사태를 아시아와 유럽 국가 모두가 겪을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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