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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의 창] 이집트 동포 장학생 최임재 "대한민국 가치 세계에 전할게요"
입력 2026.03.03 01:29수정 2026.03.03 01:29조회수 0댓글0

독립운동가 외할아버지 삶에서 배운 정체성…"조국과 세계 잇는 삶 살겠다"
"재능을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가치" 부모 가르침 새겨


연세대 송도캠퍼스에서 인터뷰하는 최임재 씨

(인천=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2일 인천 연수구 연세대 송도캠퍼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최임재 씨. 2026. 3. 2.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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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과거 독립운동가들이 조국의 자유를 위해 길을 열었다면, 저희 세대는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의 가치를 전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지난달 27일 재외동포청 산하기관 재외동포협력센터(센터장 김영근) 주최로 열린 재외동포 초청장학생 장학증서 수여식에서 장학생 대표로 단상에 오른 최임재(19) 씨는 2일 인천 연수구 연세대 송도캠퍼스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번 장학증서를 받은 장학생은 20개국 78명(학사 24명, 석·박사 54명)으로 국내 대학(원)에 재학 중이거나 2026년 1학기에 입학하는 학생들이다.

최 씨는 2007년 서울에서 태어나 5세 때인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중동 지역에 민주화와 혁명의 물결이 일던 시기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 이집트 카이로로 이주했다. 초·중·고 과정을 현지에서 마친 뒤 현재 연세대 글로벌인재학부에 재학 중이다.

장학증서 수여식서 장학생 대표로 답사하는 최임재 씨

(서울=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열린 재외동포 초청장학생 장학증서 수여식에서 장학생 대표로 답사하는 최임재 씨. [재외동포협력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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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성장기 대부분을 이집트에서 보냈다. 피라미드와 사막, 모스크의 아잔 소리가 울려 퍼지는 도시에서 학교 수업은 영어로, 가정에서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중심으로 살아왔다. 그 과정에서 그는 스스로 "나는 어디에 속해 있는가.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다고 했다.

그를 붙들어 준 것은 외할아버지의 삶이었다. 경북 안동이 고향인 외할아버지 고 권오직 선생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하다 투옥돼 오랜 수감 생활 후 짧은 생을 마감한 독립유공자다.

장학증서 받는 최임재 씨

(서울=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열린 재외동포 초청장학생 장학증서 수여식에서 김영근(왼쪽) 센터장으로부터 장학증서 받는 최임재 씨. [재외동포협력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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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씨는 "외할아버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깨닫게 됐다"며 "정체성은 머무는 장소가 아니라, 지키고자 하는 가치와 그를 위한 선택이라는 사실을 배웠다"고 말했다.

모국어를 지키는 일도 쉽지 않았다. 집에서 영어로 대화하고 싶었지만 부모는 한국어 사용을 강조했다. 카이로에서 한국어 학원 교사로 활동하는 어머니의 영향도 컸다.

그는 "당시에는 서운하기도 했지만, 그 선택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다"며 "모국어를 통해 정체성을 지킬 수 있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감사하다"고 돌아봤다.

부모의 가르침 역시 삶의 기준이 됐다. 그는 "'진리를 따르는 삶으로, 하나님께서 주신 재능을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가치'라는 말을 늘 새기고 있다"며 "그 가르침은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저를 지켜주는 기준이 됐다"고 강조했다.

최임재 씨 초등생 시절 방에 내걸린 태극기

(서울=연합뉴스) 최임재 씨는 집에서 영어로 대화하고 싶었지만, 부모의 방침이 따라 한국어만 사용했다.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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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씨는 카이로 국제학교에서 17개국 이상 출신 친구들과 함께 성장했다. 독일인 친구와는 독일어와 철학, 문학을 공부했고, 이집트 친구와는 7천 년 문명의 현장을 걸으며 역사를 배웠다. 과테말라 친구를 통해 스페인어에 관심을 갖고 제2외국어로 배우기도 했다.

그는 "언어와 피부색, 문화가 달라도 결국 우리는 같은 인간으로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는 사실을 배웠다"고 말했다. 재외동포로 살아가는 삶은 외로움과 낯섦을 동반하지만, 동시에 '다리를 놓는 삶'이라고 표현했다.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 생각을 잇는 역할이라는 것이다.

난민 신분으로 이집트에 온 수단 친구들에게 영어와 한국어를 가르치며 내전과 갈등의 현실도 가까이에서 접했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많은 생명이 희생되는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전쟁 장기화로 주요 경유지인 두바이행 항공편이 중단되면서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도 걱정했다.

이집트 한인회 행사에서 드럼 연주하는 최임재 씨

(서울=연합뉴스) 최임재 씨는 드럼뿐만 아니라 베이스 클라리넷 연주자로 학교 행사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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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함께 자라며 각자의 언어와 문화, 사회적 배경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자연스럽게 익혔다.

그는 "낯섦과 외로움을 넘어설 때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며 "조국과 세계에 기여할 수 있는 삶, 그것이 재외동포 장학생에게 주어진 특권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함께한 최임재(왼쪽서 3번째) 씨 가족

형 은재(왼쪽 첫 번째) 씨는 최 씨보다 2년 먼저 재외동포 초청장학생으로 선발돼 연세대 3학년에 재학 중이다.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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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씨는 끝으로 "재외동포 학생들을 위해 지원과 격려를 보내준 재외동포청과 재외동포협력센터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장학금은 단순한 재정적 지원을 넘어, 저희가 어디에 있든 조국이 기억하고 있다는 따뜻한 응원"이라고 전했다.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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