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소금과 크기·형태 비슷…3D 측량해 구멍 개수·위치 조정
日서 발견된 횡적보다 1세기 이상 앞서…'부러진' 조각 발견 안 돼

'백제의 가로 피리' 횡적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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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무용수 2명은 자주색의 큰 소매 옷과 치마저고리를 입고…악기에는 쟁(箏)·적(笛)·도피필률(桃皮篳篥)·공후(箜篌)가 있다."
1145년 편찬된 역사서 '삼국사기'(三國史記)는 백제 음악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당나라 기록을 통해서다.
악기 '쟁'은 현악기를, '적'은 가로로 부는 형태의 관악기를 일컫는다. 단편적인 기록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백제 음악과 악기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는 거의 없다.
충남 부여 관북리 유적에서 1천500년 가까이 잠든 '횡적'(橫笛·가로 피리)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 조사단이 놀란 이유도 그 때문이다.

악기 유물의 출토 당시 모습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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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2m, 세로 1m, 깊이 2m 크기의 구덩이에서 나온 횡적은 납작하게 눌린 상태였다. 발견된 부분은 약 22.4㎝, 원래 크기의 3분의 2 정도였다.
대나무 재질로 된 몸체에 구멍 4개가 일렬로 뚫려 있어 악기로 여겨졌으나, 확실치는 않았다.
황인호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장은 5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한쪽이 부러진 상태여서 나머지를 찾아보려 했으나 발굴 조사를 마칠 때까지 나오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당시 조사단은 국보 '백제 금동대향로'에 표현된 악사를 떠올렸다고 한다.

횡적 설명하는 황인호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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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능산리 절터에서 출토된 금동대향로에는 피리, 현금, 북 등을 연주하는 5명의 악사가 표현돼 있는데 그중에서 세로로 피리를 부는 모습과 연결한 것이다.
그러나 악기 유물을 분석한 전문가 의견은 달랐다.
국악기 연구 전문가인 정환희 국립남도국악원 학예연구사는 "분석 결과, 입김을 불어 넣는 구멍이 있는 한쪽 끝이 막힌 구조"라며 가로로 부는 악기에 무게를 뒀다.
중국이나 일본 문헌에 기록된 횡적의 실체가 처음 드러난 것이다. 삼국시대를 통틀어 관악기 실물이 발견된 건 관북리 유적이 유일하다.

국보 '백제 금동대향로'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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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는 자문·분석 결과를 토대로 '부러진' 3분의 1 조각을 되살리는 데 주력했다.
유물의 크기, 형태가 오늘날 소금(小笒)과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해 구멍의 개수와 위치, 음의 높이 등을 3차원(3D)으로 측량해 두 가지 모형으로 연구했다.
연구소는 "악기 복원 연구와 고증 결과를 종합하면 (손가락 구멍인) 지공(指孔)이 6개이고, 악기 길이는 31㎝인 형태가 횡적 원형에 가까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정환희 학예연구사는 "100% 완벽하게 추정하기는 어렵겠지만 문헌 기록, 한쪽 끝이 막힌 횡적의 특징 등을 고려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함께 출토된 유물 등을 고려하면 횡적은 7세기대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출토된 악기의 형태와 치수 (단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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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야기현 이치카와바시 유적, 후쿠시마현 에다이라 유적 등에서 발견된 8∼9세기 제작 횡적과 비교하면 1세기 이상 앞서는 셈이다.
이날 연구소는 횡적 실물과 재현품을 취재진에 공개했다. 국가무형유산 종묘제례악 이수자이자 부여군충남국악단원인 김윤희 씨는 횡적 재현품으로 '수제천'(壽齊天)을 연주하기도 했다.
수제천은 백제의 노래로 알려진 '정읍사'(井邑詞)를 노래하는 악곡이다. 5분간 이어진 연주는 최근까지 사용한 악기처럼 청아한 소리를 뽐냈다.
다만, 백제의 악기가 왜 구덩이에서 발견됐는지는 풀어야 할 부분이다.
구덩이 안을 조사한 결과, 국화과에 속한 한해살이풀인 도꼬마리의 열매를 비롯해 벼 왕겨 등이 나왔고 편충, 회충 등 인체 감염 기생충 알도 발견됐다.

백제 횡적 재현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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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에 딸린 화장실로 쓰였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구덩이 안에서는 용변을 본 뒤 쓴 것으로 추정되는 '뒤처리개'용 나무 막대기도 발견됐다.
심상육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번에 발견된) 횡적은 썩거나 잘린 게 아니라 딱 부러진 형태"라며 "어떤 이유로 사용할 수 없는 여건이 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황 소장은 "부러진 상태에서 구덩이에 들어갔을지,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부러진 건지 알 수 없다"며 "사연이 깊은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백제 악기가 일부 부러진 상태로 화장실에서 왜 발견됐는지 함께 논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백제의 악기' 횡적 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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