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일곱 괴물이 사는 마음'

인간의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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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철도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미국 청년 피니어스 게이지는 폭발로 인해 쇠막대기가 턱밑에서 정수리까지 관통하는 사고를 겪었다. 가까스로 목숨은 구했으나 사고 전 예의 바르고 사려 깊던 게이지는 화를 잘 내고 걸핏하면 싸우려 드는 성격으로 변했다.
치통으로 병원을 찾은 크리스는 뇌고름집 진단을 받았다. 치료 과정에서 몸은 어느 정도 회복됐으나 그는 어쩐 일인지 점점 자신감과 우월감이 넘치는 안하무인이 되어 갔다.
게이지의 '분노'와 크리스가 보여준 '교만'은 기독교에서 모든 죄의 근원으로 꼽는 일곱 가지 죄악의 일부다. 그렇지만 그들이 겪은 이례적인 사고와 질병을 고려한다면 그들을 죄인이라고 손가락질하기는 쉽지 않다.
영국의 신경과 전문의 가이 레슈차이너가 쓴 '일곱 괴물이 사는 마음'(흐름출판)은 칠죄종(七罪宗)인 분노, 탐식, 색욕, 질투, 나태, 탐욕, 교만의 근원을 신경학적으로 풀어낸 책이다.
게이지의 경우 눈 바로 위쪽부터 뇌 중심점까지 뻗어있는 이마엽 손상이 분노를 불러왔다. 그를 비롯해 뇌 손상을 입은 이들을 통해 이마엽이 충동성과 분노 등을 조절하고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유전자도 분노에 영향을 미친다. 뇌에서 화학물질을 분해하는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인 모노아민산화효소에 심각한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좌절이나 분노, 두려움이 방아쇠가 되어 쉽게 폭력적으로 행동한다. 그런 행동이 성폭행이나 살인, 방화 같은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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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의 경우 치료 과정에서 고용량으로 투여한 스테로이드가 뇌에 화학적 변화를 일으켜 자신이 뛰어나다는 과대성을 보이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식탐'에도 정상참작의 여지는 있다. 유전질환인 프래더-윌리 증후군 환자들은 식욕 조절이 되지 않아 끊임없이 탐식하다 쉽게 비만이 된다. 사정을 모른 채 '자기 관리도 못 한다'고 비난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듯 일곱 가지 죄악이 "도덕적 문제라기보다는 생물학적 문제에 더 가깝다"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나쁜 감정들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인간에겐 어디까지나 '자유 의지'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뇌의 작용, 유전자의 농간이라고만 정당화할 수는 없다.
다만 이 책의 이러한 '죄악'들이 어떻게 작용하는 것인지 들여다보며 어디까지가 정상이고, 어디부터가 비정상인지, 성격과 정신질환의 경계는 어디인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이러한 감정들이 정말 순수한 죄악인지에 대해서도 되묻게 한다.
가령 '나태'의 경우 "대개 건강한 특성이며, 에너지와 보상을 비교해 균형을 잡는 저울이자 생존에 필요한 활동에 사용될 자원을 보존하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난 게으른 사람이 아니라 '괜한 일에 100% 에너지를 쏟아 더 중요한 일을 그르치는 일이 없도록 고도로 계산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그럴듯한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한음 옮김. 3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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