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범죄 강력대응 요구 민심에 중남미 정치지형 '급 우경화'
입력 2025.12.15 02:46수정 2025.12.15 02:46조회수 0댓글0

엘살바도르 부켈레 이어 칠레 카스트 당선
내년 선거 치를 페루·콜롬비아·코스타리카 등에 영향 예상


카스트 칠레 대통령 당선인

(산티아고 로이터=연합뉴스) 2025년 12월 14일 결선투표가 치러진 칠레 대통령선거에서 승리가 확정된 후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9·공화당) 후보의 모습. (REUTERS/Rodrigo Garrido) 2025.12.15.

원본프리뷰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범죄에 강력하게 대응하기를 요구하는 민심에 중남미 정치 지형이 급격히 우경화하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칠레의 북부 타라파카 지역과 볼리비아 접경 지역에 기자를 보내 쓴 르포 기사에서 이런 분위기를 전했다.

기사는 13일에 온라인으로 공개됐으며, 칠레 대통령선거 결선이 치러진 다음 날 낮에 기사가 업데이트됐다.

볼리비아 접경 지역에 있는 칠레 북동부 안데스산맥의 고산 마을 카리키마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제빵사 에리카 모스코소(57)는 최근 집 문에 자물쇠와 이중문을 설치했다.

범죄자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다.

그는 "두려움 속에서 산다"며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두려움은 이 북부 산간 마을뿐만 아니라 수도 산티아고를 거쳐 남부의 파나고니아에 이르기까지 칠레 전역에 퍼져 있다.

칠레는 중남미에서 상당히 안전한 나라로 꼽혔으나 최근 수년간 최근 살인 등 강력범죄가 급증했으며 국제적 범죄조직들도 급격히 세를 확장하고 있다.

14일 치러진 칠레 대선 결선투표에서는 '질서 회복'을 주요 과제로 내세운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9·공화당) 후보가 군부독재 옹호 등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당선됐다.

카스트 후보는 지난달 구스타보 비야토로 엘살바도르 치안법무부 장관을 만나 범죄 소탕과 교정시설 운영에 관한 경험을 들었다.

최근 10여년간 국제 범죄조직들은 중남미의 많은 국가에서 세력을 넓혀왔고, 예전에는 평화로웠던 칠레, 코스타리카, 에콰도르 등에서도 폭력 범죄가 심각해졌다.

NYT는 여론조사 결과 치안이 유권자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인 중남미 국가가 칠레를 포함해 최소 8개국에 이른다며, 이 때문에 많은 유권자가 범죄에 대한 강경 대응을 요구하고 이런 조치에 전보다 너그러워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9년에 당선돼 인권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초강경 조치를 앞세워 범죄율을 급격히 낮춘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롤모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취임한 로드리고 차베스 코스타리카 대통령 등 중남미 일부 지도자들은 부켈레의 강경한 치안 조치를 따라 하려고 시도했다.

올해 3월 취임한 중도좌파 정치인인 야만두 오르시 우루과이 대통령은 지난달 하순 부켈레의 조치에 대해 "분석할만한 사례"라고 발언했다가 파문이 일자 "나는 우루과이에서 그런 정책을 결코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부랴부랴 해명하기도 했다.

칠레에서 불법 이민자 강제 추방을 공언한 카스트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유력해지자 칠레에 체류 중이던 난민들이 페루로 월경하는 사례가 늘어 호세 헤리 페루 대통령이 국경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내년에 치러질 페루,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선거에서도 범죄 대응책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칠레는 여전히 중남미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 중 하나이며, 현실과 정치, 대중 인식이 얽힌 위기의 심각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범죄가 칠레인들에게 심오하고 중대한 방식으로 트라우마를 안겼다는 점은 분명하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칠레의 연간 살인 건수는 2022년에 1천322건으로 역대 최다였으며, 2024년에는 1천207건으로 감소했으나 여전히 2018년 대비 43% 높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칠레인들 중 밤에 길을 걷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비율은 40% 미만이었다. 미국에서는 이 비율이 70%였다.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CFR)의 라틴아메리카 담당 연구원인 윌 프리먼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점점 더 많은 대중이 '필요하다면 국가가 이러한 범죄 조직에 대해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기 위해 일부 민주적 자유와 권리를 양보하는 것도 가치가 있을지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남미의 모든 나라들에서 범죄가 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양대 대국인 브라질과 멕시코에서는 최근 수년간 살인 건수가 감소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범죄조직의 세력이 줄어들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글로벌 마약 밀매 경로로 전락한 에콰도르에서는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이 14건의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태다.

최근 군 순찰 도중 어린이 4명이 범죄조직원으로 오인돼 숨진 후 에콰도르인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칠레에서는 낙태와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카스트 후보의 보수적 입장을 거부하는 일부 유권자 중에서도 치안이 강화된다면 이런 권리들을 포기할 용의가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NYT는 전했다.

타라파카 지역의 항구도시 이키케에 사는 은퇴 회계사 미르나 마트코비치(68)는 "그가 우리가 진전시킨 것들을 되돌리려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하지만 질서를 회복하려면 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solatido@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좋아요
0
댓글0
이 댓글에 대한 법적 책임은 작성자에게 귀속됩니다.
0/300
한일생활정보 한터
한터애드
딤채냉장고
작은별여행사
냥스튜디오
천상신도사
보조금
재팬고 익스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