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복귀전 28득점으로 승리 앞장…코트 안에서 구심점 역할
"타점 잡는 위치 선정 능력 좋아져"…V리그 연착륙 여부 관심

득점 후 기뻐하는 흥국생명의 레베카
[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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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외국인 선수 레베카 라셈(28·등록명 레베카)이 4년 만의 V리그 복귀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배구 여제' 김연경(37)의 은퇴로 전력이 약화한 소속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레베카는 2021-2022시즌 IBK기업은행 유니폼을 입고 V리그에 첫발을 디뎠지만, 기대에 못 미친 탓에 시즌 초반 눈물을 머금고 방출됐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시절의 레베카 라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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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기업은행의 아포짓 스파이커로 나서 정규리그 14경기(47세트)에서 총 199점(경기당 평균 14.2점)에 그쳤고, 공격 성공률도 34.82%로 저조했다.
외국인 아포짓 스파이커로서 화끈한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선수단 내홍이 겹친 기업은행의 방출 통보를 받고 2021년 12월 9일 KGC인삼공사와 경기를 끝으로 한국을 떠났다.
그는 고별 경기에서도 싫은 내색 없이 경기에 집중한 뒤 선수들을 끌어안는 모습을 보여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고별전을 마친 후 기업은행 선수들과 포옹하는 라셈(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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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체력과 파워에서 모두 약점을 보였고, 다음 해인 2022년 외국인 트라이아웃에 참가했지만, 구단들의 낙점을 받지 못했다.
그는 3년여 만에 V리그 재입성에 도전해 지난 5월 튀르키예에서 열린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맨 마지막인 7순위 지명권을 얻은 흥국생명의 선택을 받아 V리그에 복귀하게 됐다.
당시 흥국생명의 어드바이저로 튀르키예 트라이아웃 현장을 찾았던 '배구 여제' 김연경은 레베카 지명에 적극적인 의견을 냈고, 요시하라 도모코 감독도 동의해 레베카를 뽑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흥국생명의 지명을 받은 후에는 할머니가 한국인인 '한국계 3세'라는 점과 한국 귀화 의향을 보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레베카는 지난 1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정관장과 2025-2026시즌 V리그 개막전에서 4년 만의 복귀전을 치렀다.

스파이크하는 흥국생명의 레베카(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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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이날은 자신의 우상이자 한국행에 도움을 준 김연경이 선수로서 퇴장을 알리는 공식 은퇴식이 열릴 예정이었다.
레베카는 김연경이 지켜보는 가운데 양 팀 최다인 28점을 사냥하며 3-1 승리에 앞장섰다.

레베카 경기 지켜보는 김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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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주포 맞대결을 펼친 이탈리아 1부 리그 출신의 베테랑 공격수 엘리사 자네테(29·등록명 자네테)에게도 밀리지 않았고, 상대 코트 구석에 꽂히는 대각선 강타와 직선 공격, 빈 곳을 노린 연타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렀다.
28득점은 4년 전 지금의 소속팀인 흥국생명을 상대로 뽑은 자신의 V리그 최다득점(29점)에 근접한 기록이다.
레베카는 이날 4개의 후위공격에 성공하고 블로킹도 2개 잡아내며 공격 성공률 49.06%로 합격점을 받았다.
이 경기 중계해설을 맡았던 차상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경기를 보는 시야가 넓어지면서 4년 전보다 훨씬 여유가 많이 생겼다"면서 "타점을 잡는 위치 선정 능력이 좋아졌고, 어려운 공도 곧잘 처리했다"고 평가했다.
4년 전 GS칼텍스 감독으로 레베카가 뛴 경기를 지켜봤던 차상현 위원은 "한 경기를 보고 100%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볼 다루는 능력이 둔탁했던 때와는 4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레베카는 기업은행에서 방출된 후 2022년부터 작년까지 그리스 리그의 ASP 테티스에서 뛰었고 작년에는 푸에르토리코의 과이나보 메츠에서 한국 여자국가대표팀 사령탑을 지낸 페르난도 모랄레스 전 감독의 집중 조련을 받았다.
그는 모랄레스 감독의 지도로 스윙폼과 스텝을 교정하면서 스윙에 파워가 붙고 경기 운영 능력도 좋아져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고 한다.
레베카는 메츠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앞장선 뒤 푸에르토리코 여자배구 리그(LVSF)의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고 결국 흥국생명의 지명을 받아 V리그 무대에 재입성하게 됐다.
그는 4년 전 등록명인 라셈에서 레베카로 바꾸고, 일본인 사령탑 요시하라 흥국생명 감독의 체계적인 지도로 한 차원 업그레이드됐다.
특히 코트 안에선 주장 김수지와 함께 선수들을 다독이는 역할까지 맡으면서 구심점이 되고 있다.

선수들과 하이 파이브 하는 흥국생명의 레베카(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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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하라 감독은 "레베카는 경기장 안에서도 계속 성장하는 선수"라며 깊은 신뢰를 보인다.
그는 22일 현대건설전에 이어 다음 달 7일에는 자신을 방출했던 기업은행과 경기에 나선다.
정관장과 경기 때 3세트에 일시적인 체력 저하 문제를 보이기도 했던 레베카가 김연경이 빠진 흥국생명의 주포 몫을 해내며 V리그에 연착륙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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