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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만에 대통령 몰아낸 섬나라 Z세대 분노…대륙으로 확산할까
입력 2025.10.15 01:48수정 2025.10.15 01:48조회수 0댓글0

Z세대 시위로 마다가스카르 대통령 사실상 축출…향후 정세는 불확실
인니, 동티모르, 필리핀, 케냐 등 각국 Z세대 시위 확산 여부 관심


마다가스카르 Z세대 시위에 등장한 '해적단' 깃발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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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마다가스카르의 거리가 기쁨으로 뒤덮였다.

격렬한 시위로 14일(현지시간)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탄핵을 끌어낸 마다가스카르의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생) 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정치적 승리의 환희를 누렸다.

그러나 이런 기쁨과는 별개로 군부가 정권을 장악하고 국가 기관 해체를 선언한 마다가스카르에 정세 불안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Z세대 시위가 확산하는 각국에 미칠 여파도 주목된다.

이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마다가스카르 수도 안타나나리보 도심 광장에서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축출을 확신하는 시민 수천 명이 한데 모여 희열을 드러냈다.

대통령 축출 기뻐하는 마다가스카르 시민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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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이 레게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국기를 휘날리며 대통령 규탄 구호를 외쳤다.

이들 중 대다수는 지난달 25일부터 잦은 단전·단수 등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온 Z세대 젊은이들이었다.

이날 라조엘리나 대통령 축출 과정은 매우 숨가쁘게 진행됐다.

국회는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해산 명령을 거부하고 대통령 탄핵안을 추진했다.

탄핵안 표결 결과는 투표함에서 1표씩 꺼내면서 가부를 부르는 방식으로 개표 과정이 공개됐다.

탄핵안 의결에 필요한 105번째 찬성표가 발표되자, 의원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내질렀다. 의원들은 "사슬에서 벗어났다", "나는 노예였다. 이제는 자유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후, 마다가스카르 의회가 통과시킨 최초의 대통령 탄핵안이었다. 전체 163석 가운데 찬성표는 130표였다.

정권 장악 선언하기 위해 대통령궁으로 이동하는 캡사트 부대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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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의 탄핵 의결 직후에는, Z세대 시위를 진압하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오히려 시위대에 합류했던 육군 엘리트 조직 캡사트(CAPSAT) 부대가 대통령궁에서 정권 장악을 선언했다.

임시 국가 정상직을 맡은 이 부대 지휘관, 마이클 랜드리아니리나 대령은 "최대 2년의 과도기에 의회, 정부, 사법부 연합체가 국가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부는 마다가스카르의 최고법원, 선거관리위원회, 상원을 포함한 국가기관을 사실상 전부 해체했다. 탄핵안을 의결한 '국회'(하원)는 기능을 유지했다.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진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탄핵 절차가 위법하다며 직무를 계속하겠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압도적 대다수 여론은 라조엘리나 대통령을 국가 정상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NYT는 탄핵안 의결 직후 안타나나리보 거리에서 자동차와 오토바이들이 대거 경적을 울리고, 젊은이들도 거리로 쏟아져나와 소리를 지르며 기쁨을 표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캡사트 부대 지휘관 마이클 랜드리아니리나 대령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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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Z세대 시위 운동에서 영감을 얻은 마다가스카르의 시위대가 결국 라조엘리나 대통령을 몰아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Z세대 시위 발발 19일 만으로 마다가스카르는 네팔에 이어 최근 전 세계에서 Z세대 시위가 정부를 무너뜨린 두 번째 나라가 됐다.

마다가스카르의 '승리'가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필리핀, 케냐, 파라과이, 페루, 아르헨티나 등 그동안 Z세대 시위가 번졌던 국가 등으로 확산할 가능성에도 더욱 관심이 쏠리게 됐다.

하지만 대통령 축출, 군부 정권 수립 등이 마다가스카르에 밝은 미래를 보장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중의 환호 받는 캡사트 부대원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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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는 군부가 통치하는 마다가스카르에 정세 불안정이 계속되는 경우 국제 사회에서 고립이 심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가 경제의 상당 부분을 해외 지원에 의존하는 마다가스카르로서는 국제사회와 교류가 필수적이다.

또한 아프리카에서 젊은 층의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군부의 통치를 불러온 사례가 적지 않은데, 이런 경우 더 큰 격변이 뒤따르는 경우도 많았다고 NYT는 지적했다.

라조엘리나 대통령 축출을 기뻐하던 한 33세 시민은 NYT에 군부가 마다가스카르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것으로 믿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너무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다며 "오늘은 승리했다"고 말했다.

2019년 취임식 진행하는 라조엘리나 대통령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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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2009년 35세로 마다가스카르의 정권을 잡은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퇴진 수순을 밟게 됐다.

2007년 무소속으로 안타나나리보 시장에 당선된 라조엘리나는 당시 대통령이었던 마르크 라발로마나나와 대립각을 세우다 전격 해임되는 사태를 맞았으나 반정부 시위대와 군부에 힘입어 과도정부 정상에 올랐던 인물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공연 기획사를 차리고 DJ로 활동한 라조엘리나는 사업상 큰 성공을 거둬 2007년 지상파 방송사인 '비바TV' 사주가 된다. 그는 이 방송사를 통해 라발로마나나 정부의 실정과 부정부패 의혹 등을 보도하고 비판하며 지지 기반을 키웠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2013년 대선에 불출마했으나 2018년 대통령에 당선돼 복귀했고, 2023년 재선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2009년 정권 교체를 도운 캡사트 부대가 그에게 등을 돌리며 재선 임기를 채 2년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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