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무장단체 지원 여부 놓고 엇갈린 주장하며 갈등 지속

아프간 탈레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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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는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군이 국경 일대에서 파키스탄군을 공격하면서 양국 사이에 격렬한 교전이 벌어졌다.
아프간 군 당국은 지난주 수도 카불 등지를 겨냥한 파키스탄군의 영공 침범에 맞대응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밤 아프간 탈레반군은 국경 일대에서 파키스탄 보안군 초소를 공격했고, 파키스탄 보안군도 맞대응하면서 격렬한 교전이 발생했다.
교전은 아프간 동부 쿠라르주·낭가르하르주·팍티아주를 비롯해 남동부 호스트주와 남부 헬만드주 등 국경 6곳에서 벌어졌다.
아프간 국방부는 이번 공격이 자국 영공을 먼저 침범한 파키스탄군에 대응해 벌인 보복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아프간 국방부는 성명에서 "카불을 향한 파키스탄군 공습에 대응한 보복으로 (국경 지역 여러 곳에서) 파키스탄 보안군과 격렬한 교전을 벌였다"고 밝혔다.
이후 에나야트 호와라즘 아프간 국방부 대변인은 AFP 통신에 성공적인 작전이 자정에 끝났다며 "상대방(파키스탄)이 다시 아프간 영토를 침범하면 우리 군은 (또 다시)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아프간군은 파키스탄 국경 초소 3곳을 점령했다고 주장했지만, 파키스탄 군 당국은 자국군이 아프간 초소 여러 곳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아프간과 가까운 파키스탄 북서부 카이버 파크툰크와주 한 고위 당국자는 AFP 통신에 "(아프간) 탈레반군이 무기를 사용하기 시작해 우리는 경량 화기로 먼저 사격한 뒤 중화기를 발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폭발물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탈레반군의 (드론 무인기인) 쿼드콥터 3대를 격추했다"며 "격렬한 교전이 계속 이어졌으나 현재까지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웃국인 이란의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아프간과 파키스탄 양국에 서로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9일 카불에서 두 차례 폭발음이 들렸고 동남부 지역에서도 한 차례 폭발이 발생하자 다음 날 아프간 국방부는 이를 파키스탄의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파키스탄은 이 사건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도 "(분리주의 무장단체인) 파키스탄탈레반(TTP)을 숨겨주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아프간에 촉구했다.
파키스탄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무장단체의 공격이 급증했고 대부분은 TTP가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AFP는 탈레반 정권이 아프간에서 재집권한 2021년 이후 TTP가 파키스탄군 수백명을 살해한 의혹을 받는다고 전했다. 양국은 2천600㎞에 걸친 국경을 맞대고 있다.
수니파 이슬람 무장단체가 모여 결성된 극단주의 조직인 TTP는 파키스탄 정부 전복과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따른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다.
이들은 아프간 탈레반과는 다르지만, 비슷한 이념을 공유하며 오랫동안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아프간에 주요 은신처를 둔 채 파키스탄을 오가며 각종 테러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파키스탄은 아프간 탈레반 정권이 국경 인근에서 무장단체의 활동을 묵인하고 있다고 계속 비판했고, 아프간은 이를 부인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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