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재편해 우파 이념 강화 나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오른쪽)과 여동생 카리나 밀레이 비서실장
[부에노스아이레스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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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아르헨티나에서 극우 성향의 포퓰리스트 정치인인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우파 이념을 강화하려는 조치들이 잇따르고 있다.
밀레이 정부는 최근 공영 어린이 TV 채널을 개편해 재출범하면서 자유주의 시장경제 이념을 홍보하고 공산주의 사상을 비난하는 내용의 애니메이션을 방영하기로 했다.
공영 교양정보 방송국인 '파카 파카'(PAKA PAKA)는 28일(현지시간) "수개월간의 노력 끝에 7월부터 새롭게 단장한 모험을 어린이 여러분께 다시 선사한다"며 주요 프로그램 라인업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개했다.
방송을 앞둔 프로그램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드래곤볼 Z'를 비롯해 '아르헨티니토스(Argentinhitos)와 '울트라좀비'(Ultrazombies) 등 현지 어린이들의 인기를 얻는 콘텐츠가 포함됐다.
미국 제작사 '에인절스튜디오'(Angel Studios) 애니메이션 '터틀 트윈스'(Tuttle Twins)도 편성됐다.
'에인절스튜디오' 홈페이지 설명을 보면 동명의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한 '터틀 트윈스'는 "호기심 많은 쌍둥이 남매가 할머니와 함께 시공간을 넘나드는 여정을 통해 자유와 경제에 대한 교훈을 얻는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유튜브 채널로 확인할 수 있는 몇 가지 에피소드에는 주인공들이 '밀턴 프리드먼'이나 '애덤 스미스' 등 실존했던 경제학자들의 이름을 딴 캐릭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 담겼다.
현지 일간 클라린은 그러나 일부 스토리 라인이 다소 극단적인 경향을 보여 어린이용 콘텐츠로서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한 에피소드에서 등장인물들은 쿠바 아바나를 방문해 사회주의 체제를 조롱하듯 비판하면서 쿠바를 '피델 카스트로가 통치하는, 쓰레기 널린 국가'로 묘사하고 있다고 한다.
값싼 금속을 녹여 동전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주인공이 "속임수 같다"는 감상을 보이자, 애니메이션 속 '프리드먼'이 "정부는 항상 그렇게 한다"고 말하는 장면도 있다.
원작 만화에는 육상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음에도 평등주의를 가르치려는 교사 때문에 메달 양보를 강요받고 분노하는 인물도 등장하는데, 그 인물의 이름은 '하비에르 밀레이'라고 일간 라나시온은 보도했다.
케추어 원주민 언어로 '숨바꼭질'이라는 뜻의 파카 파카 채널은 애초 좌파 정부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 시절 만들어졌다.
2∼12세 어린이를 주 시청층으로 하는 이 방송국에 대해 밀레이 대통령은 "좌파의 홍보 수단"이라며 비난해 왔고, 아르헨티나 현 정부는 채널 운영 주체와 예산 편성 조정 등 일련의 개편 작업을 진행했다.
이에 앞서 밀레이 정부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좌파 혁명가 체 게바라를 기리는, '라파스테라 체 게바라 박물관'의 폐쇄를 결정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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